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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당권도전? '당 만들기'부터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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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당권도전? '당 만들기'부터 하라

[주간 프레시안 뷰] 당 같지 않은 당의 이상한 당권 싸움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제 세력들이 서서히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누가 당권을 쥐느냐'를 둘러싸고 말입니다. 그 핵심에 문재인 의원이 있습니다. 문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것입니다. 한 측에서는 '문 의원이 당권을 맡아서는 안 된다' 하고, 다른 한 측에서는 '당을 책임질 사람은 문 의원 밖에 없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문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책임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합니다.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문 의원만큼 무게감을 갖고 있는 정치인은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의 세력 기반인 친노 그룹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6,7월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거치며 위상이 추락한 상태입니다. 기반도 없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는 현직자이기에 당을 맡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수권야당 만들기에 대한 의지를 아직 세우고 있지 않고 있으며, 독자적인 기반도 만들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 의원이 나서서 무게감에 걸맞은 실력을 선보이며 당을 그야말로 제1야당답게 만들어 볼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문 의원의 당권 도전에 반대하는 혹은 비판적인 측은 문 의원과 그의 기반인 친노무현 세력이 당권을 기반 삼아 2016년의 20대 총선 공천권은 물론, 2017년 대선 후보마저 차지하려 한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문 의원이 대권에 다시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바 없기에, 오히려 재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기에 충분히 가능한 진단이기는 합니다. 게다가 2012년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독단성과 폐쇄성 등을 이유로 친노 주도의 공천과 문 캠프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었음을 고려할 때, 문-친노의 당권 장악과 대권 재도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 문재인 의원은 지난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친노 해체를 공개 선언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런데 문 의원 당권 도전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풍경을 정가와 언론 등에서는 또다시 '친노-비노라는 계파 갈등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내 인사들은 '결국 또 그리 흘러가네'라고 하면서도, 정치부 기자들은 '지겹다, 지겹다'하면서도 그리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관성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관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성을 멈출 마찰력이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그러한 마찰력을 제공하고 있지 못한 것, 이것이 친노-비노 계파 갈등의 프레임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용 있는 계파 싸움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문 의원과 친노 그룹은 당권 도전설이 흘러나오기 전에 -당권 도전설을 흘리기 전에?- 혹은 흘러나옴과 동시에 '내용'을 앞세웠어야 합니다. 왜 당권 도전에 나서려고 하는지, 당권을 갖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어떻게 제1야당다운 정당, 명실상부한 수권 야당을 만들 것인지 그 방법의 제시를 앞세웠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르는 바 아니라고요? 하지만 아직 찾고 있다고요? 만들어 달라고요? 만약 이런 식의 반문이 나온다면, 문-친노 당권설을 흘려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아니 단지 '설'의 흘림이 아니라, 실제로 당권에 도전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 48퍼센트(%)가 지지했던 문 의원이, 그를 떠받치고 있는 친노 그룹이 아직도 그런 식의 물음을 던지면 '이제는 정치를 그만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비노 그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친노의 무게감과 실력을 문제 삼아야 합니다. 그들의 의도를 문제 삼아서는 안됩니다. 또 그들의 내용 없음을 비판하며, 스스로 내용을 선보여야 합니다. 문-친노를 독단적이다, 폐쇄적이다 비판하기에 앞서 혹은 비판과 병행하여, 친노의 잔여 범주가 아닌, 그야말로 그룹이라 불릴, 세력이라 불릴 대오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자신들을 대표할 인물도 만들어야 합니다. 이전처럼 이래저래 친노와 합종연횡하며 물밑에서 손잡고 당권-대권을 노리는 얕은 수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그들을 욕하는 것으로 정치를 대신해서는 안 됩니다. 문제 삼는 바가 사실이고, 그것이 비판할만한 것이라 해도 정치를 그리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는 책임을 스스로 나서서 떠안는 것이지, 남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 역시 내용도, 대오도 만들지 못하고, 책임도 지지 못하겠다면 정치 그만둬야 합니다. (이들마저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내세우면 할 말은 없습니다.)

중도 논쟁, 우경화 논쟁 등이라는 이름의 노선 논쟁을 그리했으면서도 그들 스스로 한국과 지구촌 사회의 구조적 특성을 간파하고 이름 지으며, 어떤 대응을 해야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허구한 날 교수, 여론전문가, 정치평론가 등등을 데려와 그들에게 말을 시키고, 그들의 말 뒤에 숨어 싸움을 해왔습니다. 친노-비노 계파 싸움을 극복하겠다고 하면서, 계파 이름 그 자체의 싸움 말고, 현실에 뿌리박은 정책과 비전을 둘러싼 쟁투를 본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정당의 목적은 세 가지입니다. 정책 추구, 공직 추구, 득표 추구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 당은 그 세 가지를 골고루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공직 추구와 득표 추구 정향은 매우 높지만, 정책 추구 정향은 쉽게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공직과 득표를 뭘 갖고 추구하려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인물? 대면접촉? 악수? 포옹?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도대체 아직도 얼마나 확인해야 할런지. 대표 정책이 있고, 정책통합성이 높을 경우 당내 경쟁은 공직 추구, 득표 추구의 선상에서 주로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렇지 못합니다. 누구의, 무엇을 위한 정당인지가 모호합니다. 그리 외쳐대던 '중산층과 서민'도, 새로이 외쳐대던 '경제민주화'도 잘 들리지가 않습니다. 중산층의 서민의 살림 형편과 삶의 고통, 경제민주화의 비전과 전략을 담은 팸플릿을 돌리는 활동도, 그 팸플릿에 기초해 당원과 시민을 상대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별다른 실천을 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매일 오픈프라이머리를 비롯한 게임의 룰 타령입니다. 게임의 룰이 필요한 이유, 누구의 무엇을 위한 게임인지는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맛없기로 소문난 식당이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고 손님이 들어올까요? 아닐 것입니다. 일단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고, 맛이 좋아졌다는 소문을 내야만 손님이 들어옵니다. 당을 대표하는 정책도 만들어내지 못했으면서, 그 정책으로 똘똘 뭉쳐있지도 못하면서, 즉 당 다운 당도 만들어내지 못했으면서 당권을 다투는 당, 그러면서 게임의 룰만 갖고 내부 계파들끼리 쟁투만 하는 당. 정말 이상한 당입니다. 좋은 당도, 나쁜 당도 되지 못한 당입니다. 그런데도 제1야당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시민사회 차원에서 제대로 된 제1야당 만들기 운동을 고민해봐야 할 때 아닌가 싶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국제/생태/세월호 등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맡고 있습니다. 생태와 세월호는 각각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이 격주로 진행합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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