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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변호사 징계' 신청은 시민에 대한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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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변 변호사 징계' 신청은 시민에 대한 공격!

[단비칼럼]'변호사 구속'하던 박정희 정권으로 회귀하나

검찰이 변호사 징계를 신청했다. 그것도 변호사의 직무상의 활동을 이유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잘못 보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비리나 범죄를 저지른 검사를 징계 신청한 것을 언론이 오해한 것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했다. 

검찰 내부의 문제만도 산더미처럼 많다.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성추행 검사, 해결사 검사 등 최근 검사 비리만 해도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비리나 위법 검사를 대거 징계 신청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검찰의 자체 정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검찰의 변호사 징계 신청은 사실이었다. 10월 말에 징계를 신청한 것을 검찰이 발표한 것이다. 

검찰의 변호사 무더기 징계 신청과 그 발표는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이다. 징계 신청을 발표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명예훼손의 문제가 발생한다. 징계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징계대상자라고 하더라도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의 알권리를 위하여 징계 신청시 공표를 할 수도 있겠지만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지금까지 변호사를 무더기 징계 신청하고 공표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검찰의 변호사 무더기 징계신청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례적 사건

더 큰 문제는 징계 신청 이유다. 모두 변호사의 활동을 이유로 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변호사가 집회현장에서 경찰관과 승강이를 벌였다는 이유로 5명의 변호사를, 피고인에게 묵비권 행사를 권고했다는 이유로 2명의 변호사를 징계 신청했다. 

이들 징계 대상 행위는 모두 변호사의 직무에 속하는 활동이다. 하나는 집회현장에서 경찰관의 무리한 집회해산에 맞서 시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변호사들의 직무 활동이었다.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진상조사는 경찰의 직무집행이 오히려 집회방해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헌법에 보장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권유하는 직무 활동이었다.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국가공권력에 대항하는 행위이지만 모두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활동들이다. 

변호사들은 시민과 공권력이 대립하고 충돌할 때 시민의 편에 서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존재한다. 어찌 국가공권력에 협조하는 변호사를 민주국가의 변호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변호사란 국가와 시민이 충돌할 때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시민의 자유와 인권에 관한 한 과거로 회귀하는 현상이 한 둘이 아니다. 이번 사태도 그 연장선 중의 하나이다. 국가공권력에 의한 변호사 탄압은 우리 역사의 일부이다. 그리고 국가공권력에 대항해 변호사들이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옹호한 것 역시 우리 역사의 일부이다. 비록 그 변호사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1964년 6월 한일회담과 관련하여 국가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6.3 사태가 발발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6월 22일 인권에 관한 건의서를 채택한다. 그 내용은 △비상계엄이 계엄법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해제할 것, △구속된 학생, 언론인, 민중을 석방할 것, △구속된 자를 내란죄로 처리하지 말 것, △구속자에 대한 접견권 등 권리를 절대 보장할 것 등이었다. 

이 건의서로 당시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장이었던 이병린 변호사와 사무장 김동주 씨가 영장없이 구속된다. 사건은 7월 25일 기소되었으나 다음 날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검사가 공소를 취소함으로써 실체 심리없이 석방되었다. 이러한 경과는 신문에는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이병린 변호사가 석방 후 사상계에 글을 통해 이상의 내용을 알리게 된다. 

박정희 정권 6.3 비상계엄시 ‘인권의견서’ 제출로 구속된 이병린 변호사

대한변협 회장은 사실상 대법원장과 동급이라고 볼 수 있다. 법무부장관, 검찰총장보다는 더 무게가 있는 자리라고 생각된다. 우리 현실에서는 관료가 더 고위직이라고 보기 때문에 민간인인 대한변협 회장을 낮은 자리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국가공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변호사의 역할을 생각해 보면 그 수장인 대한변협 회장은 결코 낮거나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대한변협 회장이 중요한 이유는 그만큼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하여 변호사들이 존재한다. 변호사는 국가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변호사들은 국가와 갈등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역할은 대한변협이라는 단체가 담당해야 한다. 따라서 대한변협의 회장의 어깨에 시민의 자유와 권리가 걸려있다. 물론 우리 역사와 현실에서 대한변협이 이러한 역할을 해 왔는가는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하여튼 당시 국가는 대한변협 회장을 영장없이, 아무런 설명없이 그냥 구속시켜 버렸다. 대한변협 회장을 구속할 정도였으니 일반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당시를 시민의 자유와 인권의 암흑기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권 변호사 마구 구속시켰던 70년대 암흑기로 회귀하나

1970년대에는 변호사들의 수난시대였다. 존경하는 ‘국보(國寶)급’ 변호사인 한승헌 변호사는 1975년 인권활동을 이유로 구속당했다. 당시 한승헌 변호사는 김지하 시인에 대한 반공법 위반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중앙정보부는 한승헌 변호사에게 두 번에 걸쳐 변호인 사퇴를 요구했고 한승헌 변호사는 이를 거부했다. 이것이 한승헌 변호사의 구속이유였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어떤 조사’라는 한승헌 변호사의 수필을 문제 삼은 것이었지만. 강신옥 변호사 역시 1975년 법정에서 민청학련 학생들을 변론하다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당시는 변호사들보다 더 험난한 고통을 겪은 이가 무수히 많았던 시대였다. 그래도 변호사들의 구속과 수난은 무엇인가를 상징한다.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는 것도 모자라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짓밟았던 인권의 암흑기를 상징한다. 

대한변협, ‘이병린 정신’에 따라 징계신청을 처리하길 기대

대한변협 회관의 입구에는 이병린 변호사의 흉상이 있다. 수많은 대한변협 회장이 있었지만 시민과 함께 시민의 인권을 위해 싸우다 구속된 대한변협 회장은 이병린 변호사가 유일하다. 그만큼 대한변협이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상징할 것이다. 

그동안 대한변협은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국가와 대립하는 길을 선택한 경우가 적었다. 변호사 이기주의에 파묻혀 시민과 동떨어진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대한변협은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단체로 거듭 나고 있다. 중요한 변화이다. 

이번 검사의 변호사 징계신청은 인권의 암흑기로 회귀하느냐는 갈림길이 될 수 있다. 대한변협이 이번 징계 신청건을 인권에 앞장 섰던 이병린 변호사의 시각에서 해결할 것으로 믿는다. 변호사의 존재이유, 대한변협의 존립이유를 묻는 중요한 계기이다. 과감하게 자유와 인권의 편에 설 것을 기대하고 또 요구한다. 

그리고 차제에 검찰의 징계신청권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도 마련하기를 바란다. 애초에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을 위하여 활동하는 변호사를 검사가 징계 신청하는 것은 변호사들의 자치에 위배된다.

김인회 교수의 <단비칼럼>을 매주 연재합니다. '단비칼럼'은 '단숨에 읽는 비평 칼럼'의 줄임말입니다. 필자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참여정부 시민사회비서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낸 김인회 교수는 <단비칼럼>에서 오늘의 한국 사회와 사법제도의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올곧은 해법을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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