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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장교 회의 중 "한국 장교들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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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장교 회의 중 "한국 장교들 나가"

[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 <10> 한미연합사령부(4)

외교·안보는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 생존의 방향을 설정하고 원대한 비전, 다양하고 유연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국가의 창의적 역량이다. 국제정치의 양상이 시대와 역사에 따라 변화무쌍하다면 당연히 국가 생존의 방책도 여러 선택의 조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동맹이란 것도 양자 간의 동맹도 있지만 다자동맹, 복합동맹 등 국가의 안보상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되고 응용될 수 있는 정책이다.

한미동맹 역시 한반도 안보 상황에 따라 현재와 같은 대북 방위동맹일 수도 있고 미래에는 동북아 지역안정 동맹, 한반도 평화유지 동맹 등으로 그 성격을 달리해 가면서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조정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생존전략이 우리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데 유리한 여건을 보장해주느냐, 우리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국가 자율성의 기반이 조성되었느냐가 핵심이다. 그렇지 않고 당장의 북한 위협에 대한 공포에 질린 나머지 우리가 무엇을 주도해보지 못하고 주변 상황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닌다면 그것은 외교·안보 정책이 아니다. 그러므로 외교·안보는 상상력의 예술이다.

연합사에서 근무한 한국군 영관급 장교들과 대화하다가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냐"고 질문하면 "회의 중에 미군 부서장이 지금부터 외국군 장교들은 다 나가라고 할 때 굴욕감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미군이 자기들끼리만 핵심 정보와 전략을 공유하고 한국군에게는 일체 비밀로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이야기다.

이 중 우리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는 바로 전시 미 증원군 지원에 관한 사항이다. 전시에 미 증원군의 한반도 전개계획을 시차별부대전개목록(TPFDL : Time-Phased Force Deployment List)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군은 이 목록의 상세 내용을 우리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전시에 미군이 얼마나 지원되는지 까맣게 모른 채 69만 증원 병력과 5개의 항모전단, 3000대의 전투기가 지원한다는 레이건 대통령 당시에 만들어진 존재하지 않는 미군을 아직도 믿고 있다.

레이건 당시에 미군이 240만 명이었다면 지금 140만인 미군이 그런 증원을 한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아직도 우리 보수 세력들은 성경처럼 암송한다. 여기에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병력감축 계획은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상군 병력이 주된 대상이다. 그렇다면 전시에 미군이 압도적으로 지원된다는 믿음은 근거가 없다.

또한 각종 물자 및 탄약도 미군이 지원한다고 하지만 이것도 환상이다. 미국은 한국에서 전쟁비축탄(WRSA)을 폐지한 지 오래고, 탄약부족분은 한국보고 구매하라고 하고 있다. 미국의 전쟁 물자지원은 개전 초에 600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이건 고스란히 한국정부가 채무로 적립되어 나중에 갚아야 한다. 이 세상에 공짜란 없다.

이뿐인가? 과거에는 미 증원군을 전개하는 절차가 미 합참이 각 군의 협조를 받아 파견하는 형식이었다면 2004년에 부시 대통령의 비밀 훈령에 따라 미 합동전력사령부(JFCOM)가 합동부대를 편성하여 한국에 보내는 것으로 절차를 변경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합동전력사가 또 해체되기 때문에 증원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미국은 한국군 장교들에게 있어 거대한 미스테리이자 비밀 덩어리다.

미국은 그들의 국가이익이 있기 때문에 절대 우리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전쟁이 나면 우리는 압도적으로 많은 인력(현역 63만, 예비역 300만)과 물자, 장비, 자금 등 태반을 부담하게 된다. 그러면 부담이 많고 기여도가 높은 당사자가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순리이다. 미국의 부담은 줄어들고 우리는 늘어난다면 당연히 권한도 우리가 더 많이 행사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지 않은가? 피와 땀을 더 많이 제공하는 쪽이 작전권을 행사하고 지원하는 쪽은 보조적인 역할만 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지원(support)-피지원(supported) 관계로서 미국은 지원하는 당사자이지 주도하는 당사자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주도한다고 할 때, 그것은 곧 책임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일 한미연합사령부가 그처럼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면 이제부터 사령관을 한국 쪽이 맡던지, 그렇지 않다면 한미가 번갈아가며 맡으면 된다. 그걸 안 하고 연합사령부라고 하고, 미군의 핵심 전략과 계획을 몰라 쩔쩔매는 연합사가 어떻게 연합사인가? 이제는 시대 상황에 맞게 동맹도 조정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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