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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아베 정상회담…한국 외교, '플랜 B'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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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아베 정상회담…한국 외교, '플랜 B'가 없다

만남 자체가 대화 동력, 한국은 뭐하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으로 양측이 현안에 대한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향후 대화가 이어질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0일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인민대회당에서 오전 11시 50분(현지시각)부터 약 30분간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지난 2012년 5월 당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회담 이후 정상급으로는 2년 반 만에 성사된 것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은 "중·일은 서로 이웃국가로서 양국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은 양국 인민의 근본이익과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대에도 부합한다"며 "중국 정부는 대일관계를 일관되게 중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 주석은 최근 양국 관계가 악화된 원인이 일본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 2년간 중·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비곡직'(是非曲直.누구의 잘못인지)은 명확하다"면서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영유권 분쟁과 과거사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일본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역사 문제는 13억 중국인민의 감정과 관련이 큰 문제이며 이 지역의 평화 안정, 발전의 대국과도 관계된 문제"라면서 "일본이 양국 간 합의한 정치문건과 무라야마(村山) 담화 등 역대 정부가 밝힌 약속을 준수할 때만이 비로소 아시아 주변국과 미래를 향해 발전하는 우호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일본은 평화 발전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결심이 돼 있다"면서 "일본 현 정부는 역대 일본 정부가 역사문제에 관해 밝힌 '인식'을 지속적으로 견지할 것"이라면서 중국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시 주석과 회담 이후 일본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일·중 양국의 전략적 호혜관계의 원점에 다시 선, 관계 개선의 제1보(步)가 됐다"며 "(동중국해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해상 연락 메커니즘을 가동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사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회담은 양측이 테이블 위에 국기를 올려놓고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정상회담 형식이 아닌, 소파에 앉아 접견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회담 이후 별도의 합의 사항을 발표하지 않았다.

▲ 10일 오전(현지시각) APEC계기 중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사진은 회담 전 악수하고 있는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한국 외교, '플랜 B'가 없다

이날 시 주석과 아베 총리의 만남은 현안에 대한 별도의 합의 없이 종료됐다. 당장 양측이 현안을 해결하고 관계개선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향후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양측 국가의 민족주의적인 압력에 의해 대화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이었는데 지도자들이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이번 회담을 추진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당장 근본적인 현안 해결이나 관계개선으로 나아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일정한 수준의 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과 미국이 억류자 석방을 계기로 접촉을 갖는 등 최근 동북아 국가들은 활발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대북전단 문제를 구실로 북한과 고위급접촉을 사실상 무산시켰고 일본과는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해결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세우는 이른바 '플랜(Plan) B'가 한국 외교에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절대로 만날 수 없을 것 같던 중국과 일본이 만난 것은 '플랜 B'를 마련하는 차원"이라며 이들은 현상 타파와 국익을 위해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센카쿠 열도 등 핵심이익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지만 그래도 외교는 진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중국, 일본, 미국, 북한 모두 마찬가지다. 주도적으로 플랜 B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올해 3월 헤이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가 만났을 때도 우리는 미국의 압력에 떠밀려서 회담 자리에 나간 것 아니냐"며 별도의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한국 정부의 외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 수석연구위원 역시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끊어놓고 미국에 의존하고 중국에 북한을 압박해달라고 하고 있다"며 "하지만 강대국들은 작은 나라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들이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낙동강 오리알이 된 신세"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한과 대화 채널을 열어 놓아야 한반도 문제에서 발언권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강대국들이 독자적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하면 우리는 완전히 고립돼버리는 이런 의존적인 외교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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