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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몽준' '박근혜=노무현'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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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몽준' '박근혜=노무현' 닮은꼴?

한나라 여론조사 갈등… 5년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흡사

한나라당 경선을 불과 6일 남겨둔 13일까지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의 설문 문항을 둘러싼 이명박, 박근혜 양진영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설문 문항을 둘러싼 양 진영의 갈등은 5년 전 노무현, 정몽준 단일화 과정에서 제기된 논란과 상당히 흡사하다. 그 과정에서 '이명박=정몽준, 박근혜=노무현'의 닮은 꼴이 형성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명박은 선호도가 유리, 박근혜는 지지도가 유리
  
  한나라당 경선에 일부 반영되는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 항목을 둘러싼 갈등은 선호도를 주장하는 이 후보 측과 지지도를 주장하는 박 후보 측의 의견대립에서 비롯됐다.
  
  능력과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 이 후보는 적임자를 물을 경우 호응이 높고, 지지층의 충성도가 높은 박 후보의 경우 지지를 물을 때 응답이 많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회여론조사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강력한 지지를 물을 경우 응답을 하지 않던 층이 선호를 물으면 이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성을 보이기 때문에 '선호도'를 물을 경우 이 후보 측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다음 4명 중 누구를 뽑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지지도와 선호도가 혼합된 문항이다.
  
  당 경선관리위 측은 "양 캠프에서 적극적인 이의를 표하지 않고 있다"며 '박관용 절충안'이 수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당 내에서는 막판 역전을 노리는 박 후보 측이 끝까지 지지도 문항을 고집하며 경선 직전까지 갈등을 끌고 나갈 수 있다는 분석도 적잖다.
  
  조직표는 이미 다 갈라졌고 '부동층'의 향배가 유일한 막판 변수로 부상한 상황에서 지지율 문항을 둘러싼 양 캠프 간 기싸움은 더욱 치열해 질 수도 있다는 것.
  
  5년 전엔 '선호도-지지도'절충안으로 노무현 승리
  
  한나라당의 현 상황은 기시감을 느낄 만큼 5년 전과 흡사하다. 한나라당 여론조사 문항을 둘러싼 쟁점이 '선호도냐, 지지도냐'로 압축되는 상황이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과 대동소이하다.
  
  당시 월드컵 이후 세몰이에 나섰던 정몽준 후보 진영은 '본선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선호도' 설문을 주장했고 단단한 바닥 지지층을 보유했던 노무현 후보 진영은 '지지도'설문을 주장했다.
  
  노 후보 진영은 '노무현과 정몽준 중에 누구를 더 지지하느냐'는 단순 지지도 문항을 고집했고 정몽준 후보는 '이회창 후보에 대해 누가 경쟁력이 있느냐'는 문항을 내세웠다.
  
  이회창 후보와의 양자대결을 가정한 당시 여론조사에선 정 후보가 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었기 때문.
  
  결국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최종 문항은 "이회창 후보와 견주어 경쟁력 있는 단일 후보로 노무현. 정몽준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였다. 선호도(본선경쟁력)과 지지도가 절충된 당시 문항은 '누구를 뽑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한나라당 현 절충안과 상당히 흡사하다.
  
  하지만 5년 전 문항은 '선호도-지지도' 구조지만 현 한나라당 절충안은 '지지도-선호도' 구조다.
  
  '선호도-지지도'구조의 문항으로 결국 노 후보가 4.6% 포인트 차이로 정 후보를 제치자 '누구를 지지하십니까'가 마지막 대목이기 때문에 지지층이 단단한 노 후보 측에 유리했다는 사후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절충안이라고 다 같은 절충안이 아니라 뭐가 앞에 나오고 뭐가 뒤에 나오느냐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당시 단일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여권의 한 인사는 "설문 시기, 방법 등에 대한 신경전도 치열했지만 설문 항목을 둘러싸고 협의가 정말 어려워서 판이 깨질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상황이 비슷하다고 결과도 비슷할까?
  
  5년 전 논란이 지금 그대로 재연되는 것은 후보 결정에 여론조사를 반영하는 '한국적 특수성'탓이다.
  
  하지만 5년 전과 현재의 여론조사문항을 둘러싼 유사성이 경선 결과로 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시에는 본선 한 달을 앞두고 삼 세 판 여론조사 결과만을 평균내서 후보를 결정했지만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서 여론조사 반영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후보 선출과정에서 여론조사 문항이 차지하는 비중이 5년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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