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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북한 문제 늘 관중처럼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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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북한 문제 늘 관중처럼 얘기해"

[이철희의 이쑤시개]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심리전'(心理戰)에 해당하는 사실상 전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10일과 같은 총격전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심리전을 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해야 한다"며 "전쟁 행위를 하면서 남북이 대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23일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박근혜 정부의 방관 속에 진행된 대북전단 살포는 "7.4 남북공동성명의 기본 합의를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8월 박근혜 정부의 국방·통일·외교 분야 정책을 정리한 <희망의 새 시대, 국가안보전략>(국가안보실 펴냄)에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선언 등 남북 간 기존 합의를 이행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7.4 남북공동성명은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김일성 주석과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3대 통일 원칙을 제정하고, 상대방 중상 비방 중지와 무장도발 중지 및 불의의 군사적 충돌사고 방지에 합의한 것이다. 이후 각 정부의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합의는 '노태우 대통령의 남북기본합의서-김대중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노무현 대통령의 10.4선언'으로 이어졌다.

▲ 1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오두산 통일전망대 주차장에서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대북 전단을 띄우고 있다. ⓒAP=연합뉴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남북문제에 대해 늘 관중처럼 얘기한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뛰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북핵 문제 또한 '불용 원칙'만 고수할 게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하겠다'라며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미국인 인질 석방을 계기로 달라진 북미 관계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존 캐리 미 국무장관은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씨가 풀려난 다음 날(현지시각으로 22일), "북한은 6자회담을 재개하길 바란다"며 상황에 따라 주한미군도 감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를 증명할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6자회담 재개에 회의적이었다. 시드니 사일러 6자회담 특사 또한 최근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면서 "핵 활동 중단에서부터 불능화, 해체에 이어 궁극적인 핵 포기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박근혜 대통령. 과연 정치적·경제적·외교적으로 단절된 대북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당장 30일 예정된 2차 고위급 접촉을 남북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다음은 김 교수가 진단한 남북 관계의 현주소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 보좌관을 지냈으며, 대북 관계에 있어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전문가다. 이날 녹음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과 박용진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변인이 함께했다.(팟캐스트 바로 듣기)

'접촉 제로' 남북 관계, 찌라시만 떠돈다

이쑤시개 : 지난 13일 <한겨레>에 '이상한 북한이상설'이라는 칼럼을 썼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북한 붕괴론' 등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찌라시가 난무할 때마다, '접촉 제로'인 남북 관계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의 대북 정보력은 어떤 수준인가.

김연철 : 북한 정보가 아주 어지러워졌다. 무엇보다 언론 환경 악화로 '찌라시'와 '정론'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문제가 심각해진 것 같다.

물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체중도 많이 나갈 뿐 아니라 통풍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30대 초반의 나이다. 건강이 안 좋다고 해도 '건강 이상설'을 얘기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다. 북한도 자신의 지도자가 지팡이를 짚은 채 절뚝이는 모습을 TV로 내보냈다. 일반적으로 '많이 아프구나, 심각하면 수술했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다.

모든 정책 결정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 지도자는 대체로 과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2년가량 공개 활동을 쉼 없이 했다. 아버지 김정일 제1위원장은 공식 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공식 국가수반으로 임명해 대외 활동을 시켰다. 김정은 제1위원장도 이번을 계기로 공식 활동을 재고할 것이다.

'북한 붕괴론'도 현재 북한의 경제 사정을 전혀 모른 채 하는 말이다. 북한 식량 사정은 지금 1990년대 초반 이후 제일 좋다. 그런데도 붕괴론을 말하고 있으니, 북한을 일종의 가상현실 대하듯 하고 있는 셈이다. 특정 입장에서 바라는 북한의 모습을 정보의 실체도 없이 공유하고 있다.

최근 종편에 탈북자들이 북한 전문가로 나와 북한 권력 구조에 대해 말한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면, 일반 시민이 북한에서 청와대 권력 구조에 대한 고급 정보를 말할 수 있겠는가. 탈북자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따로 있다.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내력, 직업, 탈북 시점과 관련한 것 등에 한정해야 한다. 그런데 20년 전 남한으로 넘어온 사람이 김정은 체제 안정성과 권력 갈등에 대해 얘기하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다.

▲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인천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감독을 만나 격려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지팡이를 짚고 리설주와 함께 행사장에 입장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자율경영'으로, 경제 상황 좋아져…

이쑤시개 : 북한의 식량 사정이 좋아졌다는 건 김정은 체제가 안정됐다는 말인가.

김연철 : 북한에 대한 이미지는 식량 위기로 아사자(餓死者)가 발생해 탈북자가 발생하는 90년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북한 식량 사정은 지난해부터 호전되고 있다. 북한이 1년에 필요로 하는 식량 총액은 540만 톤가량이다. 북한이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통상적으로 수입하는 30만 톤을 제외하면, 지난해 실질 부족량은 4만 톤에 불과했다. 농업 증산을 위한 비료 생산도 많이 늘었다. 2000년만 해도 북한의 비료 생산량은 0%였지만, 지금은 연간 50만 톤의 비료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유엔 농업식량기구(WFP)는 올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500만 톤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500만 톤을 돌파하면 북한의 식량 사정은 80년대 '고난의 행군' 이전으로 회복한다. 편집자)

특히 박봉주 내각 총리의 제도 개혁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포전제(圃田制), 즉 농가 책임 생산제를 실시하고 있다. 기존의 집단농장 형태가 아닌 5~6인을 작업 단위로, 생산량의 40퍼센트(%)는 국가에 내고 60%는 자신이 처분하는 방식이다. 개인에게 초과 생산분에 대한 처분권을 주는 자율경영은 '5.30 조처' 이후 확대 시행되고 있다. 판매를 시작하면 가격이 형성되고, 임금이나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를 늘려 나가면서 외화 수입도 많이 늘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새로운 중산층' 얘기도 들린다. 이동통신 가입자 또한 증가 추세다. 미국의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 <노스코리아테크>는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자 수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240만 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체 인구가 2400만 명이 채 안 되는데, 10명 중 1명이 휴대폰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 베이징대 진징이 교수는 지난달 22일 <한겨레> 칼럼에서 "'5.30 조처(조치)'로 불리는 새로운 조처로 북한 전역 모든 공장과 기업, 회사, 상점 등에 자율경영권을 부여했다"며 "생산권, 분배권에 이어 무역권까지 원래 국가 몫이던 권력이 하방돼 공장, 기업의 독자적인 자주경영권으로 자리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역시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북한 내에서 '시장화' 현상이 확산되는 가운데 외형적으로는 경제상황이 다소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편집자)

'북한산' 고사리 유통, '웃기는' 5.24 조치

이쑤시개 : 이명박 정부의 '5.24 대북 제재 조치'가 민간 차원의 교류마저 단절시켰다. 이로 인해 북중 경제협력이 더욱 강화된 것 같은데….

김연철 : '5.24 조치'만 해도 웃기는 상황이다. 재래시장 가면 고사리를 '북한산'이라고 써 놨다. 바지락이나 백합 등도 '북한산'으로 되어 있다. 상인에게 "남북 교역을 전면적으로 중단돼 '북한산'이 들어올 수가 없다"며 "이거 불법인데요?"라고 말했더니, 상인이 "에이, 알면서…. '중국산'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난리 친다"고 하더라. 북한 물건이 중국을 통해서 들어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중국산', 내용적으로는 '북한산'이다. 5.24 조치 이전에는 '북한산' 농산물을 신선하게 직접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똑같은 '북한산'을 20~30% 비싸게 며칠 더 걸려 먹고 있다.

남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한지 1년이 지났지만, '5.24 조치'에 발이 묶여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감에서도 남측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 수는 지난 1월 기준으로 5만 3000여 명이다. 개성 인구는 20만 명이 안 된다. 이미 한 집에 한 명 이상이 개성공단 노동자인 셈이다. 향후 개성공단에 기업이 추가로 입주한다면, 이제 인력을 개성 밖에서 데려와야 한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개성공단협력분과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1만 5000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 건립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기숙사를 만들면 노조가 만들어져 노사 갈등이 생길 것이란 우려를 표명해 없던 일이 됐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지난 6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5.24 조치'의 완화 또는 해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은 8일 "남북경제협력을 위해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남북경제협력은 5.24 조치에서 예외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집자)

우리는 항상 남한 중심적으로 해석하는데, 북한에는 남한만 있는 게 아니다. 북한과 러시아 간에는 나진-하산 경제협력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북한과 중국 간에는 경제협력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중시한다. 지난달에는 북중 경제 교류의 상징인 신압록강 대교가 완공됐다. 개성공단과 같은 황금평 특구도 조성 중에 있다.

중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전략적 딜레마'라는 얘길 많이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쏠 때 과거처럼 '혈맹'이라는 이유로 북한을 무조건 옹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 정책이 결정된다. 우리 언론에서 중극의 대북정책이 달라지고 있다고 하는 것은 한쪽만 본 것이다. '전략적 딜레마', 그 사이에서 봐야 한다.

'평양 계엄령' 소란 … 외신은 '평화롭다' 보도

이쑤시개 : 북한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상한 나라, 미성숙한 나라'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조금만 우리 관점에서 조금만 이상한 결정이 나와도 이해가 안 된다. 정부나 언론이 설정하는 프레임이 참 중요하다.

김연철 : 우리가 북한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감청과 영상을 통한 기술 정보다. 여기에는 감청과 영상 두 가지가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평양 북방 모처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것은 감청에 의한 정보다. 영상은 인공위성이나 정찰기에서 찍은 사진 같은 것인데, 과거보다 기술이 좋아져 사람의 행적이나 차량 등도 파악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인적 정보, 즉 휴민트(HUMINT, human intelligence)다. 감청이나 영상 등 기술 정보도 북한 정세 파악에 중요한 근거가 되지만, 실제적인 감(感)은 많이 떨어질 수 있다. 사람이 눈으로 보고 겪었을 때 알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휴민트 정보가 거의 없다.

▲TV조선 <황금펀치>는 지난 1일 "김정은이 27일째 행방이 묘연한 평양에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계엄령이 선포됐다"고 보도했다. ⓒTV조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잠적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되자, '평양에 계엄령이 선포됐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평양에 주재하는 중국의 <신화통신>은 "김정일 제1위원장이 노동당 창건일에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평양시내는 국경일을 맞아 주민 다수가 만수대광장을 비롯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동상이 있는 곳에 꽃다발을 바치고 참배하는 등 질서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 역시 '평온한 평양 시내의 일상'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1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잠적 상태가 지속되면 북한 권부의 내부적 동요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평양 계엄령 선포설 등이 난무하고 있다. 서방 매체는 김정은의 정신병설, 김여정의 대리통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편집자)

북한과 교류 협력을 자주 할 때는 평양 호텔에서 하룻밤만 자도 북한의 전기 사정을 알 수 있었다. 또 북한 음식점에서의 짧은 대화만으로도 식량 사정이 어떤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 내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휴민트가 한 명도 없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당국자들끼리 만나 밥도 먹으면서도 알 수 있는 일상의 정보가 있는데, 우리는 관련 정보가 전혀 없다.

세 번째는 국제 사회와의 공조다. 미국이나 중국 등 북한과 접촉하는 국가와 정보 공유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다. 특히 정보라는 것은 줄 게 있어야 상대방에게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주변국의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보니, 북한 정보를 판단하는데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북한 현실에 대한 관찰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북한 붕괴론'과 '대박 통일론'을 동시에 얘기면서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보다는 '통일준비위원회'처럼 통일 이후 상황에 대한 논의만 하고 있다. 그로 인한 인식의 격차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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