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상부의 뜻을 받들어', 국정원이 움직였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상부의 뜻을 받들어', 국정원이 움직였다.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발표의 막전막후

정책집행부서인 통일부가 아닌 국정원이 북측 통일전선부와 협의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을 두고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순전히 국정원이 주도해 정치적 뒷거래로 합의한 의혹이 짙다"고 비판했다.
  
  반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과 김만복 국정원장은 "국정원이라는 공식라인이 비공개로 운용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시각은 180도 다르지만 국정원이 이번 합의과정을 주도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상부의 뜻을 받든 사람'이 바뀐 의미
  
  지난 2000년에 열린 1차 정상회담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인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비선'역할을 맡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당시 임동원 국정원장-김보현 대북전략국장-서훈 처장 라인이 돌파구를 열었었다.
  
  이번에는 국정원의 역할이 더 눈에 띈다. 2000년에는 '상부의 뜻을 받들어' 회담 합의서에 서명한 사람이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과 송호경 전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었지만 이번엔 김만복 국정원장과 김양건 통전부장의 이름이 올랐다.
  
  이는 청와대의 평가대로 7년 전과 달리 남측이나 북측이나 공식라인이 작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그 공식라인이 국정원 같은 정보기관이 아닌 통일부나 외교부 같은 정책집행부서로 바뀌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훈 3차장이 한 몫
  
  지난 해부터 정상회담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각종 공식, 비공식 라인이 활발히 움직였지만 6월 하순 2·13합의 진전을 가로막았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되자 7월초 김만복 원장이 김양건 북한 노동부 통일전선부장과의 접촉을 제안하면서 비로소 상황은 급진전됐다.
  
  이에 대해선 지난 2000년 1차 정상회담 당시 '국정원-통전부'라인을 개통한 덕이 크다는 것이 동교동 측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김만복 국정원장 외에 서훈 국정원 3차장도 결정적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차장은 정부 모든 부처를 통틀어 최고의 대북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훈 당시 국정원 전략국장이 대북담당인 3차장으로 승진할 때부터 '남북정상회담 추진용'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
  
  서 차장은 1차 정상회담 당시 밀사였던 박지원 전 장관을 수행했고, 2000년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2002년 임동원 대통령 특보, 2005년 정동영 전 장관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세 차례 면담에 모두 배석한 진기록을 가지고 있다.
  
  "정형근은 알고 있었다"'빨대 논란' 재연
  
  이처럼 국정원이 주도적으로 움직였지만 옆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원천적으로 알 수 없는 '칸막이 시스템'이 확고한 국정원 내에선 극소수의 담당자들만 정상회담 추진 과정을 꿰뚫고 있었다.
  
  심지어 한 국정원 직원은 "원장이 2~3일, 4~5일 북한에 다녀왔다고 발표가 났던데 그 당시 조회에도 참석했었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국정원의 이같은 원칙과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합의 내용이 사전에 유출됐다는 것. 한나라당의 대표적 정보통인 정형근 의원은 정부 공식 발표 몇 시간 전에 구체적 내용을 훤히 꿰뚫고 기자들에게 풀어놓기도 했다.
  
  또한 박근혜 캠프의 안기부 고위직 출신 한 인사도 발표 전날인 7일 일부 기자들에게 "내일 남북 정상회담 관련 큰 발표가 날 것"이라고 정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 빨대'논란이 그대로 실증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인지라 청와대와 국정원은 '유출자'를 색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국정원의 한 인사는 "우리한테 책임을 묻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이미 여권 일부 인사들이 먼저 남북정상회담설을 언급했었던 것.
  
  6일 밤에는 '귀 밝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28일 평양서 정상회담 개최, 금주 내 발표' 첩보가 한 바퀴 돌았다. 이는 다음날 <중앙일보>의 '28일 평양에서 4자정상회담개최'라는 반쪽 짜리 특종으로 이어졌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