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임진각에서 계획돼있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통일부 고위당국자가 남북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 문제를 거론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원칙적으로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주민들의 신변 안전을 명분으로 경찰을 동원, 실질적으로 전단 살포를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25일로 예정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헌법에 명시돼 있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며 정부가 법적으로 막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은 변화된 것이 없다"면서도 "다만 전단 살포 과정에서 북측의 사격이 있었기 때문에 지역에 살고 계신 주민들이 상당히 예민하다. 그런 것을 저희가 깊이 있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역시 남북 접경지역 주민과 전단을 살포하려는 민간단체가 충돌할 경우 전단 살포를 제지하겠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6월 경찰은 남한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임진각에서 예정됐던 대북전단 살포를 막았고 지난 2008년에는 다른 민간단체와의 충돌을 이유로 살포를 저지한 바 있다.
파주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은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주시민모임 회원 100여 명은 25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임진각과 부근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이 실제 행동에 나설 경우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민간단체들과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경찰이 이를 명분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북한에 오는 30일로 제안해 놓은 남북고위급접촉을 성사시키기 위해 남북관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전단 살포를 제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고위당국자는 지난 4일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남한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남북관계를 "오솔길로부터 대통로로" 만들어가자고 말한 것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남북관계를 풀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남한과 대화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이 번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4일 이들의 방남 이후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남북 함정 간 충돌과 10일 대북전단을 조준한 북한의 고사총 총격 등 일련의 도발적 행태에 대해서도 "북의 (남북대화를 하겠다는) 결정이 번복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여전히 대화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 고위당국자는 "남북관계 경색이 너무 오래됐고 현안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면서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남북관계 개선이고 그러려면 일단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화 없이 무슨 문제를 풀 수 있겠나, 앞으로 이런 과정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대북 심리전으로 쓰이고 있다며 철거를 요구했던 '애기봉 등탑'이 43년 만에 철거된 것도 2차 고위급접촉을 앞두고 남북관계를 관리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등탑은 북한과 불과 2km 떨어진 경기도 김포시 남북 접경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점등할 경우 개성까지 불빛이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날 "지난해 11월부터 안전진단을 한 결과 등탑이 안전등급 D등급을 받아 무너질 위험이 있어 지난주에 철거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의 반발에도 철거 계획이 없었던 애기봉 등탑을 정부가 보수한 것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자발적으로 철수했다는 것은 남북관계 관리 의도가 있다고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 역시 이날 오전에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이 항공법에 저촉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항공법 적용 문제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검토하겠다"고 밝혀 기존의 원칙만 강조하던 것과는 달리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지난 2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서울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파주 임진각 앞 광장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항공법상 비행금지구역에서의 행위로 인정해 법적으로 충분히 제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임진각 앞 광장이 항공법상 '휴전선 비행 금지구역'으로 설정돼있어 '초경량비행장치'에 해당하는 대북전단을 실은 풍선은 국방부와 한미연합사의 승인 없이 띄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의원이 제기한 항공법 적용 여부는 다소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법 시행규칙 제66조 '초경량비행장치의 비행승인'에 따르면 대북전단을 띄우는 풍선과 같은 '기구'는 비행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 대상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전단을 띄우는 풍선이 항공법에 적용되는지를 놓고 해석상의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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