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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새정치연합 좌측으로 들어가자고?"

[진보정치 성찰과 모색 연속인터뷰]<3>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장기간 끌어온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여야 보수정당의 안일한 협상으로 심히 왜곡되었다. 철도-의료 민영화도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다. 개혁을 빙자한 공공-금융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선시기 복지공약도 규제완화란 이름의 신자유주의 처방으로 녹아나고 있다.

종편 양산과 방송 장악, '일베'에 이어 카톡 사찰, 서북청년단 재건 준비위까지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야권의 모습은 국민들의 낙담을 증폭하기에 충분하다. 당연히 유사 파시즘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있다. 북 최고위급의 방문으로 돌파구를 마련했으나 북 핵-미사일을 들먹이는 미국의 간섭과 NLL과 휴전선 근처의 총격전으로 제2차 고위급회담 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정치세력의 형편은 어떠한가? 존재감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과거 상처로 인한 상호 불신으로 통합은커녕 연대연합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일반국민들은 물론이고 조직적으로 지지 지원했던 민주노총, 전농, 전여농 등의 조직대중에게도 깊은 실망과 좌절을 안긴 채 새로운 기대와 신뢰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2013년 4월 혁신노동 혁신자주, 노동중심 진보통합의 기치로 출범한 전국정치단체 <새로하나>가 진보정치를 아끼는 각계 인사들, 진보정치에 몸담아온 정치인들과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진보정치 : 성찰과 모색]에 대한 고견을 들어보았다.

아래는 그 세 번째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인터뷰는 10월 13일 오전10시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정성희 새로하나 집행위원(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이 진행했다.

▲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좌)과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소통과혁신연구소


정성희 소장 : 지금 노동자들의 투쟁은 어떠합니까? 정부는 어떻게 나오는지요? 노동운동이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신승철 위원장 : 현재 노동자투쟁은 크게 세 가지로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금속노조 등 제조업 노동조합에 대한 복수노조 악용 탄압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인데,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대법 판결을 계기로 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 희망연대노조로 뭉친 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을 비롯한 삼성, 현대, SK, LG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 나와라' 투쟁입니다. 셋째는 국가정책 관련인데, 철도 의료 민영화 저지와 공공성 강화 투쟁입니다. 그리고 전교조, 전공노 등에 탄압 저지와 법제도 개선 투쟁이 있습니다.

'진짜 사장 나와라' 투쟁의 의미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자 정책으로 매우 어렵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자본의 이익을 위한 고용정책은 있어도 건전한 노사관계를 위한 노동정책은 아예 없으니까요. 그래서 민주노총은 개별 사안, 개별 대응이 아니라 전체 요구, 전체 대응으로 모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공정책이나 노동 관련 법제도 개선 요구도 사회적 쟁점화를 시키고 있으나 현재 정치구조에서 그 해결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공기업 정상화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일방적 구조조정에 대한 양 노총의 공동투쟁은 이른바 중점관리대상 공기업들의 노사합의로 동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오히려 학교 비정규직, 지자체 산하 환경미화원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는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고양되고 있습니다. 또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일환인 연금 개악에 맞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성희 소장 : 지금 시기 민주노조운동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방안이 무엇입니까?

신승철 위원장 : 민주노조운동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지요. 지금도 노동운동의 위기라는 얘기가 많아요. 그러나 저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현단계 민주노조운동은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면서 정치투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혁신의 두 축 : 정규직 조합원의 지역사업 결합과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민주노조운동 혁신의 하나 축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운동의 새로운 변화에 참여시키는 것입니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조직화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20여 년간 민주노조를 통해 사회개혁에 노력해왔으나 이제 나이도 많아지고 생각도 보수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을 비난하고 배제하면 노동계급의 단결을 저해할 뿐 아니라 사회개혁의 동력을 그 만큼 유실하는 결과를 초래하겠지요. 그래서 어렵지만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개별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의 민주화, 사회의 진보화라는 노동운동의 지향에 맞게 변화와 혁신에 동참하도록 만들어내야 합니다.

또 하나의 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고 대중투쟁에로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은 이 땅 노동자의 절반이고 처우도 절반입니다. 이미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 가운데 비정규직 조합원이 17만 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LGU+, SK브로드밴드, 씨앤앰, 티브로드, 학교, 건설, 공공, 제조업 등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노동운동의 새로운 희망을 봅니다.

비정규직 투쟁, 노동운동의 새 희망

가장 열심히 일하는데도 가장 푸대접을 받고, 그래서 가장 절박한 요구와 투쟁을 전개하는 이 분들은 민주노조운동 초기의 뜨거운 열정도 갖고 단결력과 투쟁력도 높고 사회변혁 의지도 강합니다. 민주노총으로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향후 한국사회 변화의 큰 동력이 되리라 전망합니다. 사회변혁을 위한 이러한 역동성을 보지 못하고 위기론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미래의 희망을 개척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실에 부합하지도 않습니다.

▲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소통과혁신연구소


정성희 소장 : 민주노총의 미래전략위원회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

신승철 위원장 : 지역별 토론회를 3회 진행했고 연말까지 계속 할 예정입니다. 이를 모아 중앙 차원의 토론회를 개최할 것입니다. 제 임기 중에는 미래전략위원회 보고서를 대의원대회에 상정해 확정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만, 노동자와 노동운동을 위한 전략적 고민을 현장으로부터 모아나가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몇 차례 토론해보니까 지역과 중앙의 고민이 다르지 않았어요. 주요 과제는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가, 노동조합과 지역운동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이를 위해 지역사회의 민주화, 진보화 프로그램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어떻게 생활정치에 기반한 진보정치세력화를 추진하고 자주적 평화통일의 분위기를 형성할 것인가 입니다. 앞으로 잘 되는데도 있고 잘 안 되는데도 있겠지요. 그러나 노동자들이 개별사업장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의 제반 문제로 노동운동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2월 직선제, 조합원 직접민주주의로 민주노총의 변화와 혁신을

정성희 소장 : 12월 민주노총 직선제 임원선거는 잘 준비되어 갑니까? 전 조합원이 직접 총연맹의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을 뽑는 의의는 무엇입니까? 위험변수는 없습니까?

신승철 위원장 : 직선제 방식의 민주노총 지도부 선출은, 대의원들이 뽑는 종래의 간선제 방식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조합원들의 직접민주주의를 활성화하여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우려도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그 것은 과반 이상 참여할 수 있느냐, 부정을 방지할 수 있느냐는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조합원들이 직선제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관심을 높이는 의제로 현장토론이 전개되면 과반 이상의 투표 참여는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사람보다는 의제를 갖고 어떻게 민주노총을 변화 발전시키고 노동자의 삶을 나아지게 할 것인가를 조합원들과 소통하여 흥행을 일으키는 게 중요하겠지요.

처음 실시하는 직선제라서 부정선거에 대한 걱정도 많은데요, 이를 예방하는 민주노총의 시스템은 거의 완비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부족하기에 부정선거가 민주노총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전 조합원들의 경각심이 요구됩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민주노총 선거는 가장 공정해야 한다고 조합원들께서 생각해주셔야지요. 노조간부와 현장활동가들이 조합원들과 함께 올바른 직선 분위기를 만들어야지 부정선거 방지 시스템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결국 민주노총을 아끼는 조합원의 단결된 힘과 지혜로 극복되리라 믿습니다.

통합적 지도력에 대한 조합원 여론 형성 기대

정성희 소장 : 어려운 시기에 안정적 다수의 지지를 받는 강력하고 통합적인 지도력을 세울 수는 없을까요?

▲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소통과혁신연구소
신승철 위원장 : 통합적 지도력을 세워야 합니다. 다만, 통합적 지도력이 단일후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요. 피선거권을 제약해서도 안 되고요. 또 민주노총의 통합적 지도력 구축은 후보들이나 해당 그룹의 경향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필요성 제기가 광범위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기에 민주노총은 이런 통합적 지도력이 요구된다’는 조합원들의 여론이 형성되어야 가능합니다. 현재 공식 비공식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데, 전 조합원들 속으로까지 확산되면 통합적 지도력을 충분히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별 직선제 토론회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겠지요.

저는 미래전략위원회가 제출하는 전략사업을 올바르게 추진하고 내부 각 그룹에서 벗어나 조합원들의 바람을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차기 지도부가 세워지기를 바랍니다.

정성희 소장 : 지난 15년간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평가해주시지요. 그 성과와 한계는 무엇입니까?

신승철 위원장 : 진보정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희망과 절망을 모두 보여주었지요. 지금의 실패만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민주노총이 공식적으로 결의하여 민주노동당을 조직적으로 지지함으로써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도모한 것은 척박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정당하고 불가피했습니다. 또 민주노조와 진보정당이라는 양 날개를 통해 노동자들의 삶과 지위를 향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니까요.

진보정당, 과연 민주적이었나

그런데 한 가지 짚고 싶은 점은, 그간의 진보정당이 과연 민주적이었는가에 대해 묻고 싶어요. 정당의 민주주의는 민주적 제도만이 아니라 민주적 운영이 관건인데요. 가령, 민주노총 조합원당원이 다수임에도 소수 정파의 패권주의에 의해 대상화되곤 했습니다. 민주노총이 정치간부를 양성, 배치하고 조합원 정치교육을 강화하고 지역정치활동 참여를 높이는 등 조합원당원들을 진보정당의 실질적 주체로 만들지 못한 탓이기도 하지요.

또한 일부 정파들이 이를 뒤에서 돕기 보다는 앞에서 방해하는 측면도 있었지요.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조건에서 말입니다. 반대로 일부 정파들의 의견이 당 전체의 의견인양 호도되는데도 민주노총 조합원당원들은 이를 방치하고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필요할 때 '몸 대고 돈 댔지만',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민주노조와 진보정당의 올바른 관계를 구현하지 못한 것입니다.

물론 정파는 필요합니다. 정치적 신념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활동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일부 정파의 패권주의와 분파주의를 견제하지 못했고, 과반을 점하면 다 먹을 수 있다는 승자독식 구조의 악용을 극복하지 못한 거지요. 이런 환경에서 다소 덜 단련된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정파조직이 그 성격과 목적, 결의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면, 대중조직의 노력을 뒷받침하고 대중정당의 민주적 운영에 충실 하는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성희 소장 : 민주노조와 진보정당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요.
신승철 위원장 : 진보정당들이 여러 개로 나눠진 지금은, 민주노총이 어느 특정 진보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할 수 없습니다. 미래전략위원회에서 논의하듯이, 민주노총이 역점을 두고 있는 지점은, 조합원들이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정치, 생활정치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고 이를 선도할 정치간부 역량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배치하는 것입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 지역정치 생활정치에 참여해야

가령, 민주노조운동의 '87년 세대들이 향후 5년 안에 모두 퇴직을 하는데요. 이 분들이 그냥 그렇게 개별로 살도록 놔두면, 노동운동 진보운동의 역량 손실이 아닐까요? 생협 등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같은 다양한 지역사업에 기초한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에 일조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규직 조합원의 지역 재조직화와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의 병행, 이와 더불어 노동자 정치세력화, 자주평화통일운동을 벌일 수 있는 활동가의 양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한 생활비, 활동비를 지급할 수 있는 기금도 마련되어야 하고요. 그간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의 인적 풀을 잘 활용하지 못했는데, 바로 이런 활동가역량이 앞장서 민주노총의 맨 파워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성희 소장 : 진보정당의 분열갈등이 노동조합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현재 진보정당들이 성찰과 혁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십니까?

신승철 위원장 : 진보정당의 분열이 그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분열, 민주노총의 분열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변화를 위한 민주노총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진보정당의 고유한 토대를 유실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아직도 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로 보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관성이 있게 마련입니다. 위기 앞에서는 응집력과 동시에 배타성도 생깁니다. 그러나 대중정당이 성찰과 혁신, 연대와 통합을 바라는 대중의 요구와 의견과 정서에 민감하지 않고서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작은 정견의 차이가 있고 과거 상처로 인한 감정의 찌꺼기 남아 있어도 노동자, 민중을 위한 대의에 따라 연대연합이라도 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보정당들, 감정 극복하고 우선 연대해야

그렇다고 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등 기존 진보정당들이 상층에서 통합을 논의한다고 해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그냥 지지할 것인가, 그런 상황이 전혀 아닙니다. 기존 진보정당들은 현재의 대중적 평가를 인정해야 합니다. 저는 어느 당에 비정규직 노동의제를 가지고서라도 함께 논의하고 함께 대응하는 진보정치 연대를 추진해보라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당 대 당의 연대가 당장 어렵다면, 의제별 연대라도 해서 진보정치의 힘을 집중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조차 잘 안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아직 자기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지요. 그런 태도로는 대중조직에 대한 영향력을 더 상실하지요.
정성희 소장 : 이른바 정파조직이 진보정당이나 민주노총의 혁신과 단결과 발전을 위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합니까?

신승철 위원장 : 높은 위상의 조직일수록 더 많은 양보와 헌신과 모범을 보이는 게 운동의 원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자기 개인이나 자기 정파가 그 자리, 그 역할을 맡지 않으면 마치 노동운동과 진보정치가 큰 일 나는 것으로 여긴다면 그 것은 운동의 순수성으로부터의 일탈이며 사상적 오염의 반영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대중정당, 대중조직의 지도부를 맡으면 특정정파 입장에서 벗어나 대중을 중심으로 통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파조직들은 이를 허용해야 합니다.

자기 정파의 입장만을 관철해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 잘 굴러갈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대단한 착각이지요. 오히려 대중정당, 대중조직 안에서 그 정파조직의 권위와 신뢰를 저해한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정파는 대중정당, 대중조직의 권력구조가 아니라 모범 창출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위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고와 접근은 현실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아요.

정파조직들, 더 많은 양보 헌신 모범 필요

정파의 이 같은 부정적 측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열려진 공간의 토론문화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민주노총 초창기에 얼마나 열띤 토론을 했습니까? 밤을 지새우며 지겨울 정도로 토론했습니다. 어느 순간에 노동운동에 토론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들어가면 모든 노동자들이 얘기하고 싶어해요. 노동운동이 이런 얘기를 하는 공간을 안 만들어줘요. 다양한 대중토론 과정은 골치 아프니까 안 해버리는 겁니다. 생각이 같은 자기들끼리 논의, 결정하고 내리 먹이는 정파문화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회의는 짧게, 토론은 충분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성희 소장 : 현재 노동진보정치가 어렵다 보니 '새정치민주연합의 좌측으로 들어가자’, ‘현재의 진보정당들이 각개약진 이후 장기적으로 통합하자’는 등의 여러 편향이 나타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승철 위원장 : 95년 민주노총 창립 이후 97년 국민승리21을 거쳐 2000년 민주노동당 건설, 2004년 원내 10석 등 초기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과정이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통한 진보정치의 재구성 또는 혁신통합, 신뢰 회복은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릅니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의 좌측으로 들어가자’는 의견은 개인의 권력 지향을 중심으로 정치세력화를 바라보고 있지 않나 싶어요.

지역부터 노동중심 진보통합 위한 공동 노력을

또 국민의 새로운 기대를 조금이라도 불러오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모여서 논의를 해야 되는데, 저마다 자기는 옳고 남은 틀리다 는 아집으로 각개 약진하려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바라 건데, 7.30 평택 재보선에서 쌍용차의 김득중 후보를 진보단일후보로 밀었듯이, 지역에서부터 노동중심의 새로운 진보통합을 위한 진보정치의 공동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몇 개의 의석, 몇 프로의 지지율이 있다고 자족 자만할 일이 아니에요.

정성희 소장 : 상호불신을 해소하고 새로운 국민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진보정치통합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다시 실패하지 않는 진보통합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신승철 위원장 : 새누리당의 김문수 혁신위원장이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총선후보를 공천하자고 제안했어요. 보수가 이럴 진데, 진보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연히 대중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진보정치의 신뢰 회복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라고. 지역별 현장별 대중적 공개적 토론과 국민 의견 및 여론 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우리끼리 진보의 혁신통합 논의로는 감동도 성사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먼저 통합이란 목표와 일정을 내걸고 이에 동의하는 세력이나 사람들이 모이자 라는 방식이 아니라 의제별, 지역별, 부문별 진보정치 연대를 통해, 공동논의, 공동실천을 통해 노동자 민중들에게 ‘진보정치,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라고 물어보는 것으로 출발해야 합니다. 대표들, 간부들, 활동가들, 당원들, 조합원들, 일반시민들까지 다양한 범주와 경로로 ‘진보정치,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운동이 이런 자리를 많이 마련해야지요.

부디 진보정치가 오만을 버리고 권력을 대중에게 돌려주면서 새롭게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이 할 수 있는 어떤 일도 마다 하지 않을 겁니다.

[진보정치 성찰과 모색 연속인터뷰] 지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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