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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의 정상화, 여기만큼 필요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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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의 정상화, 여기만큼 필요한 곳도 없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쌍용차 해고자들에게 푸른 하늘을 돌려줘야 할 때다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나의 하늘이다

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
병원으로 갔을 때
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
나의 하늘이다
두 달째 임금이 막히고
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
세상에 죄 한번 짓지 않은 우리를
감옥소에 집어넣는다는 경찰관님은
항시 두려운 하늘이다

지난번에 이어 '인사이드 경제'는 다시 한 편의 시로 시작한다. 오늘은 박노해의 '하늘'이라는 시다. 1983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에 발표된 위 시의 도입부는 당시 암울했던 노동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게 꼭 당시만의 얘기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추수에 벼 베이듯 잘려나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은 여전히 똑같다.

하지만 시의 다음 부분을 읽어 내려가면, 1987년 대투쟁으로 민주노조를 결성하고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노조를 유지하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삶도 지금이나 그때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죄인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판검사님은
무서운 하늘이다
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관리들은
겁나는 하늘이다

높은 사람, 힘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은
모두 하늘처럼 뵌다
아니, 우리의 생을 관장하는
검은 하늘이시다

무서운, 겁나는, 검은 하늘

이제부터 지난 몇 년 동안 쌍용차 노동자들이 겪어야 했던 '하늘' 얘기를 해보려 한다. 최루액이 쏟아지고 헬기의 굉음이 공중을 가르던 당시의 하늘, 아니 그보다 더 무섭고, 겁나는, 검은 하늘에 대해서 말이다.

올해 2월 7일,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쌍용차)가 2009년 6월 8일 원고(정리해고자)들에게 한 해고는 모두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해고된 지 장장 4년 8개월 만의 일이었다. 해고자와 가족들, 변호인과 지인들 모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해고자들은 쌍용차 정리해고가 처음부터 부당한 것이었음을 한순간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죄인을 만들 수도, 살릴 수도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사법부(파산법원과 1심 재판부)와 검경은 물론이고, 금융감독원과 같은 관료 집단, 전문가 그룹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유수의 회계법인들까지 모두 하나같이 그 의심이 틀렸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런데 고등법원은 정리해고의 부당성에 대한 논거들을 조목조목 옥석을 가리며 판단을 해준 것이다. 물론 고등법원은 해고자들과 변호인이 제시한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진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보다 받아들이지 않은 주장이 훨씬 많다.

하지만 고등법원이 받아들인 주장은 놀랍게도 가장 상식적이고 평범한 논리들이었다. 너무 상식적인 것이어서 설마 사법부와 관료집단, 전문가집단들이 이런 상식조차 무시했을까 싶은 의심이 드는 논리들 말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권력 집단들이 모두들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다"라고 떠들기 시작하면,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1 더하기 1은 2다"라고 말을 못 하는 법이다.

회계 처리 하나로 갑자기 4배로 늘어난 손실

고등법원 판결문을 읽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유형자산 손상차손'이다. 일반인들이 흔히 접할 수 없는 개념이라 어렵게 느껴지는데, '인사이드 경제'가 추구하는 바가 바로 그런 걸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보는 것이다.

'유형자산'이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공장 설비들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라면 컨베이어벨트를 비롯한 각종 기계장치와 부품들, 공장과 그 부지 모두 유형자산에 속한다. 이들 유형자산을 활용해 자동차를 생산하고 판매해 그로부터 수익을 얻게 된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1년에 10만 대는 거뜬히 팔던 회사가 내년에는 5만 대밖에 못 팔 게 확실시되는 상황이 예상된다면? 똑같은 유형자산을 활용하는 데 판매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지면 수익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경우에 '미리'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개념이 바로 '유형자산 손상차손'이란 놈이다.

쌍용차의 경우 2007년에는 당기순이익을 냈으나 2008년에는 유가 폭등으로 SUV 판매가 급감해 판매량이 뚝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그해 11월, 안진회계법인은 회사 매출 감소가 2008년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판단된다며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 의견을 받아들인 회사 측이 작성한 손상차손 규모는 무려 5176억에 달했다.

ⓒ오민규


위 표는 문제의 손상차손 조서에 등장하는 '매출 수량 계획 추정'과 '손상차손' 규모 관련 표를 '인사이드 경제'가 간략히 요약하여 통합해본 것이다. 참고로 맨 하단의 '합계'란은 '인사이드 경제'가 추가한 항목이며, 표에 나온 수치를 단순 합산한 것이다.

즉, 앞으로 각 차종별로 판매량이 이렇게 줄어들 것 같으니, 이런 '추정'에 입각해 손실 규모를 '추산'해 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이다. 2008년 판매량까지는 실제 판매량이며, 2009년부터는 회사의 추정치이므로 붉은 색으로 구분해 두었다.

이 표만 봐도 뭐가 문제인지 금방 드러난다. 추정치 중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으니 말이다. 간단히 말해 액티언은 2009년에 생산 중단, 카이런·렉스턴·로디우스는 2010년에 생산이 중단되니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생산되지 않는다고 가정해서 손실을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각 차종들에 대해 후속 차종 개발계획이 당시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계속 차를 생산해 판매할 기업이라면 당연히 후속 차종 판매량 추정치를 함께 반영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걸 안 한 거다. 그리고 이게 '상식'이라고 우기기 시작한 거다.

그러고선 위 표에서 보듯이 체어맨을 제외한 5개 차종 판매 감소 추정으로만 무려 5069억의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여기에 기타 손상차손 100억을 합해 총 5176억! 단순한 회계 처리 하나만으로 이만큼의 손실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무서운, 겁나는, 바로 그 검은 하늘에서 말이다.

이런 회계 처리를 하지 않았다면 쌍용차는 2008년 약 1861억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다. 비록 손실을 기록했지만 당시 유가 폭등을 감안하면 그나마 선방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유형자산 손상차손' 5176억을 인식하면서 손실은 7096억 원, 무려 4배로 폭증하고 만다.

1년에 3만 대 판매로 회사를 운영?

다시 표를 살펴보면 2006~2007년에 11~12만 대를 판매해온 쌍용차가, 2011년부터는 3만 대 안팎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이것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치이다. 후속 차종을 전혀 고려하지 않다 보니 천문학적인 손실이 재무제표 상으로만 늘어난 거다.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쌍용차의 재무제표 상 부채비율은 168%에 불과했다. 기아차의 부채비율 수준으로 재무건전성이 튼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손상차손을 인식하면서 부채비율은 갑자기 561.8%로 급증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재무건전성이 위험한 회사로 둔갑되었다.

이러한 회계장부를 쌍용차가 작성했고, 안진회계법인은 회계장부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 감사보고서는 2009년 3월 29일에야 공시되었다. 열흘 뒤인 4월 8일, 쌍용차 사측은 엄청난 부채비율과 당기순손실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며 2646명에 달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한다.

구조조정 방안에는 당연히 대규모 손상차손이 반영된 재무제표가 인용되었다. 회사가 작성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삼정 KPMG 역시 이 재무제표를 활용해 2646명이라는 구조조정 인원을 추산해 낸다. 이 모든 게 열흘 사이에 벌어졌다. 실로 전광석화 같은 수법 아닌가!

서울고등법원은 바로 이러한 사실관계로부터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과다하게 계상되었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즉, 쌍용차가 기업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면 당연히 생산이 중단된 차종에 대해 후속차종 또는 신차를 개발할 것이며, 그렇다면 후속차종(신차) 판매 추정치가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5176억의 손상차손이 과다하기에, 당연히 재무건전성도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판단했다.

고등법원은 쌍용차에 '유동성 위기' 즉 당장 동원 가능한 현금이 부족한 사태에 처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당시 쌍용차는 무담보 부동산을 꽤 보유하고 있었고, 따라서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지 않았냐며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2009년 8월 6일, 77일 간의 점거파업이 끝난 그날로부터 딱 5일 만인 8월 11일, 마치 노동자들의 파업이 깨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마냥,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부동산을 담보로 1300억의 담보대출을 제공하게 된다. 이 얼마나 기가 찰 노릇인가! 돈이 없어 신차 개발도 못한다던 회사, 2000억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2646명을 정리해야 한다던 회사가 파업이 끝나자마자 1300억을 만들어온 거다.

Stretch Goal? 회계장부는 중립적이지 않다

2646명이라는 인원을 산출해낸 삼정 KPMG의 보고서는 잉여인력을 최대한 'stretch goal'로 도출한다는 점을 인적 구조혁신의 제1원칙으로 삼아 인원삭감규모를 판단하고 있다. 'stretch goal'은 직역하면 '도전적 목표'란 뜻인데, 평상시에 해낼 수 있는 목표보다 훨씬 더 높은 목표를 의미한다.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 적정 수준의 인력 감축 인원보다 훨씬 많이 해고하도록 목표를 제시하는 게 바로 저 무섭고 겁나는 검은 하늘들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삼정 KPMG가 말하는 'stretch goal' 같은 원리가 바로 저들의 '회계 원리'라는 점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기업회계는 점점 '보수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보수주의'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포털 검색을 해보면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순자산 또는 순이익을 과소 계상하는 회계처리 기법이라고 가르쳐준다. 근데 그게 '뭥미'? 여전히 회계 용어는 우리에게 너무 어렵다.

'인사이드 경제'가 좀 쉬운 표현으로 단순화해보겠다. 학창 시절 성적 좋은 친구들에게 시험 끝나고 잘 봤냐고 물어보면 답이 뻔하다. "나 완전 망했어."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게 엄살임을 잘 안다. 그렇다. 바로 '엄살떠는 것'을 회계의 원리로 삼는 게 '보수주의'다. 이익이 많이 나더라도 최대한 적게 났다고 보고하고, 미래에 발생할 손실이나 비용을 '미리' 회계장부에 반영하는 것도 허용한다.

이름에서 보여주듯이 '보수주의'적으로 작성된 재무제표는 전혀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인 지표라고 볼 수 없는 개념이다. 보수적인 회계처리는 당기순이익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현재 통용되는 기업회계 기준에 따르면, 미래의 실현가능성을 가장 보수적으로 전망하여 법인세를 과다 계상함으로써 당기순이익 규모를 실제보다 축소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가 된 '유형자산 손상차손'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금 당장 발생한 손실이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손실이다. 쌍용차의 경우 이걸 반영하면서 3차례의 왜곡이 벌어진다. ▲2009~2013년 사이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손실, ▲그것도 손실 규모를 최대한 부풀려서, ▲미래가 아니라 당장 올해(2008년) 회계장부에 반영한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이 바로 '무섭고 겁나는 검은 하늘'들이 정해놓은 기준과 원칙이다. 그래서 왜 이따위 짓을 하냐고 따지면 모두들 한목소리로 "이게 기준이야"라고 답하는 거다. 그렇다. 이건 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세상 모든 기업이 모조리 이런 사기를 치고 있다면? 그럴 때 사기는 '기준과 원칙'으로 둔갑한다.

국내 유수의 회계법인들이 죄다 비상식을 상식이라 주장하고, 이를 감시해야 할 금융감독원마저 그들 편을 들어주며, 서울대 회계학과 교수에게 물어봐도 현행 기업회계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기를 기준과 원칙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왜 후속차종 또는 신차의 판매량이나 가치를 고려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그 짓을 왜 하냐고 되물을 것이다. 미래에 발생한 손실과 비용을 미리 반영하는 게 기준과 원칙이지, 향후 발생할 이익을 왜 미리 고려하냐고 물을 게 뻔하다. 이익을 최대한 적게 냈다고 회계장부를 기록하고, 그래서 세금도 덜 내도록 하는 게 기업하는 사람들 기본이 아니냐고 말이다.

자본이 제대로 된 회계장부 들고 와서 입증하라

고등법원이 말하는 법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정리해고'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하고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수단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삼정 KPMG가 사용한 'stretch goal' 같은 방식은 정리해고 조항의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것. 최대한 해고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법의 취지인데 'stretch goal'은 최대한 해고를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원리이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기업회계가 허용하고 있는 '보수주의' 회계원칙 또한 정리해고 조항의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보수주의'를 강화하면 할수록 이익은 적게 나고 손실이 커지게 되므로, 해고를 회피하는 게 아니라 해고를 조장하는 원리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손실이 커지는 게 아니라 오직 '장부상' 손실이 커지는 것일 뿐이다.)

앞서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5176억이나 인식하던 당시의 미래 판매 추정치, 그리고 실제 판매량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한번 비교해보자. 자동차산업협회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인사이드 경제'가 아래 표로 만들어 보았다.

ⓒ오민규


2009년에만 추정치에 미달했을 뿐, 2010년부터는 실제 판매량이 추정치의 2~5배 가까이 치솟는 것을 알 수 있다. 2009년의 경우 노동자들이 무려 77일 간이나 점거파업을 하리라고는 회계법인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추정치가 약간 웃돌았을 뿐이다.

자, 이 얘기는 2008년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벌어질 당시의 예상치가 완전히 빗나갔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유형자산 가치를 재평가하여 손상차손 분을 다시 '환입'하는 게 마땅한 일 아닌가? 회계법인들은 그런 질문을 미친 소리 취급할 것이다. 환입하면 뻔히 이익이 늘어나 세금만 물게 되어 있는데 미쳤다고 그 짓을 하느냐고 말이다. 상식이 미친 소리가 되고 사기가 원칙이 된다.

'인사이드 경제'는 고등법원 판결을 이렇게 읽는다. 당신들 입장에서는 미친 소리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상식인 그런 회계장부를 들고 와보라고 말이다. 당신들이 보수주의 원리로 작성한 회계장부, 그리고 상식에 맞는 회계장부, 이렇게 2개의 회계장부 작성이 모두 가능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고등법원 판결은 이렇게 해석된다. 정리해고 법리는 그 2개의 회계장부 중 '최대한 해고를 회피할 수 있는' 장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따라서 당신들이 만든 회계장부와 정리해고 법리는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말이다. 포털 검색을 한번 해보시라. '보수주의' 회계원리는 이렇게 정의되기도 한다. "2가지 서로 다른 회계 처리가 가능할 경우, 이익은 낮게 비용은 크게 인식하는 방법을 채택하는 것."

이제 '정상'으로 돌아가자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代代로 바닥으로만 살아온 힘없는 내가
그 사람에게만은
이제 막 아장걸음마 시작하는
미치게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것지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 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가족들에게 하늘이 되고 싶었던 가장들 3000여 명이 한순간에 잘려 나갔다. 가족들에게는 푸른 하늘이 무너지는 날들이었다. 도대체 왜 해고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유형자산 손상차손 어쩌구저쩌구… 완전히 사기당한 기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들은 '회계조작'이 아니라며 법원에 엄청난 분량의 문서를 밀어 넣고 있다. 하지만 쟁점은 회계조작 여부가 아니다. 회계조작은 '보수주의'라는 미명 아래 쌍용차만이 아니라 이 나라 모든 기업들이 하고 있는 짓이다. 제대로 된 회계장부를 작성해보면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었다는 점은 고등법원 판결로 이미 드러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억울하게도 모든 책임은 노동자들이 다 뒤집어썼다. 상하이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 사장직에서 물러난 최형탁 씨가 무슨 책임을 졌는가? 그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소문은 무성하지만, 여하튼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노동자들은 구속과 해고는 물론이고 아직까지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그는 모든 책임을 면제받았다는 사실이다.

회계학을 전공해 쌍용차 기획재무본부장으로 있다가 2009년에 이유일 현 사장과 함께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박영태 씨가 책임을 졌는가? 아니다. 그는 법정관리인 임기를 마치고 마힌드라 인수 뒤에는 잠시 전무를 지내다가 2012년부터는 반도체 업체인 캠시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임원으로 있던 자들 상당수가 여전히 쌍용차에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회사를 떠났더라도 어딘가에서 또 기업체의 임원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오직 노동자들만 억울한 책임을 독점해야 했다. 이제 이 비상식과 불합리를 바로잡고 '정상'으로 돌아갈 때이다.

하늘이 무너진 세상에서 6년 가까이 고통받아온 정리해고자들은 물론이고, 자신은 해고 명단에 들어있지 않음에도 동료들과 생사를 같이하겠다며 함께 싸우다 해고된 '속세의 성인' 징계해고자들, 그리고 해고 명단에 이름을 올릴 자격조차 박탈당했던 비정규직 해고자들 모두.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입각해 근로자 지위확인 및 임금지급을 청구하는 가처분 소송의 판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늘도 해고자들은 공장에서 법원까지 3보 1배라는 고행을 이어가고 있다. 가진 자들을 위한 무섭고 겁나는 검은 하늘이 아니라,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푸른 하늘을 돌려줄 때이다. 하루라도 빨리.

▲ 3보 1배 고행을 이어가는 쌍용차 해고자들. ⓒ프레시안(선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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