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반대 속에, 삼성전자가 직업병 문제를 논의할 제3의 조정위원회를 가족대책위원회와 구성할 방침이다.
반올림은 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삼성전자와 제9차 교섭을 마친 뒤 "삼성전자가 교섭 의제(사과, 보상, 재발 방지 대책) 논의를 거부하고, 반올림과 합의하지 않은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조정위원회를 통해 대화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조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한 상태다. 조정위원회의 중립성을 믿을 수 없고, 애초 삼성전자가 약속했던 사과, 보상,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그간의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올림 교섭단인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조정위원회에는 가장 중립적인 위원들 두어야 하는데,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설사 중립적인 사람을 구하더라도 조정위원이 몇 명 안 되므로 삼성전자가 뒤에서 작업하기가 쉽고, 삼성에 편향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 씨는 "이럴 거면 과거에 삼성이 제시했던 거액을 받았겠지만, 너무나 많은 피해자들을 외면할 수 없기에 (돈을) 뿌리치고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당사자와 삼성이 얘기해야지, 조정위원회를 통해 불필요한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삼성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혜경 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는 "합의되지 않은 조정위원회는 말이 안 된다"며 "저는 생각지도 않았던 조정위원회를 가지고 나와 다 합의된 양 말하는 것은 삼성의 사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삼성전자가 8월 안에 교섭을 마무리할 것도 아니면서, 보상 논의부터 먼저 하자고 피해자 가족들을 갈라놓아 두 달 동안 교섭이 제자리걸음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가족대책위원회 대표인 송창호 씨는 "가족대책위원회와 삼성이 합의한 조정위원회 구성에 대해 반올림에 설명할 것"이라며 "조정위는 가족대책위가 아니라 처음에 심상정 의원 측에서 제안한 것이고 협상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애정 씨는 "(교섭이 답보 상태에 놓인 데에는) 삼성 책임이 있지만, 교섭이 안 되고 있으니 반올림에 (협상) 방법을 달리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는 실무협의를 거쳐 3명으로 구성된 제3의 조정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반올림은 초반에는 피해자 가족 8명과 함께 삼성전자와 교섭했지만, 교섭이 답보 상태에 빠지자 그 중 6명이 따로 가족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현재 반올림 교섭단에는 황상기 씨와 김시녀 씨 등 2명이 참여하고 있다.
1시 40분께 시작한 이날 교섭은 오후 3시 50분께 끝났다. 반올림은 삼성전자 측에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보상에 대해 대화할 준비가 되면 다시 만나자고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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