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경제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일하다 해고된 후 자살한 비정규직 여직원이 계약 해지와 성추행 등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회사 측에서 조용히 퇴사할 것을 종용한 정황이 7일 추가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A씨의 유가족으로부터 입수해 이날 공개한 이메일과 통화내용 녹취록을 보면, 자살한 비정규직 여성 A씨(25세)는 해고 통보 후 상사인 B차장과의 통화에서 "차장님은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요?"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B차장은 "그냥 좋게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반문했고, 이에 A씨는 "좋게 어떻게 좋게 나가요. 이미 틀렸는데"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심상정 의원 측은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고 성추행과 성희롱 사실과 관련해 문제가 커질 조짐이 보이자,직속 상사가 조용히 나갈 것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CEO들의 교육 업무를 담당했던 A씨가 기업체 대표들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회사 측이 인지하고도 외면했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중소기업중앙회의 C부장은 A씨에게 "근데 나도 많이 놀랐네. 내용에 대해서는. 물론 일부는 알고 있었던 것도 있었고, 알아도 모른 척 했던 것도 있었지만, 그 절반 이상이 내가 처음 들어본 얘기라서. 내 문제도 그렇고, 내 말이 상처가 됐다는 게 처음 알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에 놀란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황상 A씨가 성추행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에 대한 언급으로 유추할 수 있다.
A씨는 생전 상사 등에게 이메일을 보내 중소기업 대표의 성추행 사실을 적극 알렸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결국 해고된 뒤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는 유서에 성추행 내용을 상세하게 서술했고, 경찰은 이 유서 등을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정규직 전환시키겠다" 약속 믿고 성희롱 견뎠지만…끝내 자살
A씨는 지난 2012년 중소기업중앙회 인재교육본부 인턴 사원으로 입사한 뒤 1년 만에 재계약이 종료됐으나, 중소기업중앙회 측에서 정규직 전환을 약속해 재계약을 했다. 지난 2월 퇴직하려던 A씨에게 인사 담당자 등이 6개월만 더 근무하면 정규직 전환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씨는 근무를 계속했지만, 결국 지난 8월 계약 해지에 따른 해고 통보를 받았다.
A씨는 회사의 해고 통보에도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A씨와 D전무의 통화 내용 녹취록을 보면, A씨 "전무님, 이거는 아니지 않나요?"라고 항의했고, 이에 D전무는 "A씨 입장에서 그럴 수 있는데 O차장, O부장이 일을 하면서 그리하는 것과 실무 쪽과는 접근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걸 A씨 입장에서는 100%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일지 몰라도 우리 인사(위원회) 입장에선 100% 받아들이고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A씨의 자살은 불우한 가정 환경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으며, 정규직 전환 좌절만이 이유는 아니다"라고 언론에 해명했다.
심상정 의원은 중소기업중앙회 측의 해명에 대해 "비정규직 여성의 죽음에 대해 유감이나 위로는커녕 책임없다는 식의 태도로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직접 해명하고 책임져야 하며, 필요하다면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