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대권 잠룡(潛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제주에서 '아름다운 동행'을 했다.
<제주의소리>가 주최·주관한 '제7회 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 나란히 참가한 것. 이날 하루 만큼은 대권 경쟁자가 아닌 '기부 천사'로서 같은 길을 걸었다.
원 지사와 박 시장은 이날 5km 건강코스에 나란히 출전, 기부 레이스를 펼쳤다.
박 시장은 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대회를 태동시킨 주역 중 한명이다.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 시절 박 시장은 <제주의소리>와 공동으로 '기부와 나눔'을 모토로 한 아름다운 마라톤대회를 공동 주최했다.
2008년 1회 대회부터 참여하기 시작한 박 시장은 2009년과 2010년까지 내리 3년 동안 아름다운 마라톤대회에 모습을 드러내 기부와 나눔의 홀씨를 퍼뜨렸다.
4년 만에 대회에 참가한 박 시장은 이날도 제주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자신을 '제주(명예)도민'이라고 소개한 박 시장은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나서 제주에 자주 오질 못했다. 시장직 그만 두면 풀코스에 도전하겠다. 기부와 나눔의 아름다운 마라톤이 영원하기를 기원한다"는 말로 아름다운마라톤에 대한 무한애정을 보여줬다.
박 시장과 5㎞를 동행한 원희룡 지사는 서브쓰리(풀코스 3시간 이내 주파)를 꿈꾸는 마라토너다. 2001년 마라톤에 입문해 42.195km 풀코스만 8차례 뛰었다. 풀코스를 4시간 안에 주파(Sub-4)할 정도로 실력도 수준급이다. '나는 서브 쓰리를 꿈꾼다'는 책까지 썼다.
두 대권 잠룡의 등장에 대회장에서는 흡사 연예인의 등장 때와도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참가자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며 잡아끄는 통에 자연스럽게 '포토타임'이 형성되기도 했다.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도 뜨거웠다.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 '0순위'다. 박 시장은 아직까지는 대권 도전에 손사래를 치지만 야권 내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때문에 그의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날 하루 박 시장의 카운트파트너가 된 원 지사는 여권 내 '우량주'다. 정치적 변방 취급을 받던 '1% 제주'의 한계를 뛰어넘어 제주에서 대한민국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5㎞ 건강걷기 코스에 나선 원 지사와 박 시장은 1시간을 함께 했다. 하루 일정만도 십 수개 달할 정도로 빡빡한 그들에게 1시간의 동행은 그 자체가 뉴스다. 둘은 출발 때도 그랬고, 결승선을 통과할 때도 나란히 보조를 맞췄다.
박 시장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원 지사와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온 세상 얘기를 다했다"고 짧지만 임팩트 있는 말을 남겼다.
원 지사 역시 "바람이며, 자연의 풍광 얘기에서부터 시민단체 얘기 등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많은 것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둘은 이날 마라톤 대회가 끝난 뒤에는 모처에서 둘만의 시간을 따로 갖는다. 대권 잠룡으로서 사실 속 깊은(?) 얘기는 이 때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경쟁자인 여·야의 대권 잠룡들이 이번 제주에서의 탐색전을 계기로 앞으로 대권을 잡기 위해 어떤 지략 대결을 펼쳐나갈지 주목된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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