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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 스스로의 소통 공간, 지역공동체 언론

[주권자 인민 정치혁명·⑧] 모든 정치사회운동은 문화운동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인가를 바꾸고자 하는 정치사회운동은 근본에서부터 문화운동이다. 생각이 먼저 바뀌지 않으면 사람들은 결코 자신의 삶과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

사람의 눈은 3원색을 기본으로 외부 세계를 본다. 개는 흑백의 이원색 눈을 갖고 있고, 새들은 3원색, 4원색, 심지어 아마존의 어떤 동물은 12원색의 눈을 갖고 있다. 우리가 반려동물이라고 부르는 개가 바라보는 가을날의 낙엽과 사람이 바라보는 낙엽은 확연하게 다르다. 사람이 바라보는 지구만이 실제 지구라고 우기는 것은 어리석은 환상이다. 12원색 눈을 가진 동물이 보는 지구는 사람의 상상을 넘어설 것이다.

즉, 우리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세계만을 인식할 수 있으며, 인간 인식의 원천은 보고 듣고 말하고 냄새 맡고 걷고 만지고 느끼는 사람들의 함, 행동이다. 생각의 변화는 행동에서 나오며 세상의 변화 또한 행동에서 비롯된다. 행동은 새로운 인간관계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씨앗이다. 과거의 행동은 지금의 현재를 낳은 씨앗이자 지금의 현실과 지금의 행동이라는 씨앗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거울이다.

오늘날 우리는 거대한 의사 소통 체계의 혁명, 새로운 미디어 혁명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는 문자와 종이책 혁명이라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최대 격변 이후 가장 심원한 변혁이다.

그런데 인터넷 미디어는 사람들 사이의 의사 소통 수단으로서 그 매체 성격이 문자로 된 종이책과는 확연히 다르다. 인터넷 미디어는 이전에는 도서관에서 몇 개월씩이나 낑낑대도 찾지 못했던 정보와 자료의 검색을 거의 초 단위 수준에서 해결해 주었다. 인터넷 미디어의 정보 검색 능력과 정보 저장 능력은 인류의 지식 능력을 한 차원 높이는 놀라운 성과를 가져 왔다. 반면에 인터넷 미디어는 이 세상을 끔찍한 빅브러더의 세계로 변질시켜 가고 있으며, 인간의 뇌를 구식 컴퓨터 기계로 전락시키고도 있다. 자본주의와 인터넷 미디어가 결합해 만들어진 구글 제국은 위험천만하게도 거대한 인공 지능이 관리 통제하는 기계 세계를 향해 초고속으로 질주하고 있는 중이다.

▲ 구글 검색 초기 화면.

모든 정치사회운동은 문화운동이다

인터넷 미디어는 종이책이 고도의 집중과 통합 사고 능력을 길러주는 데 반해 사람들의 사고력 증진을 오히려 지체시킨다. 인터넷 미디어의 특징인 하이퍼텍스트는 그 기본 성격 자체로 인해 인간의 인지 능력을 산만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인터넷 미디어의 '링크'란 연결이자 동시에 건너뜀으로서 그저 정보에 즉각즉각 반응하는 파편화되고 분절화된 반응 사고만을 낳는 경향이 있다.

수많은 조사·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인터넷 미디어의 평균 페이지 잔류 시간은 분 단위가 아니라 몇 초 단위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그저 몇 개의 단어를 눈으로 훑고는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개별화되고 파편화된 자본주의의 개인이 반응사고로 그때그때 제공되는 정보에 따라 상품의 충동 구매를 하도록 최적화된 것이 인터넷 미디어이다.

인간의 뇌는 자신의 정보처리 능력 이상의 정보가 들어와 과부하되면 산민해진다. 소프트웨어가 똑똑해질수록 사용자는 더 멍청해 지는 것이 인터넷 미디어의 특성이다. 온라인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그 순간 속도 강박증 환자가 된다는 것이며, 수박 겉핥기식 읽기, 허둥지둥하고 산만한 생각, 너무나 많은 지식과 정보의 미로를 헤매게 만드는 학습 환경 속으로 들어간다는 말과 같다. 종이책을 읽는 사람의 뇌 활성화 부위와 인터넷 미디어로 책을 읽는 사람들의 뇌 활성화 부위는 전혀 다르다. 종이책을 읽는 사람은 대부분 그 내용을 정확히 기억한다. 반면에 인터넷 미디어로 동일한 책을 읽은 사람은 거의 대부분 책의 내용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 같은 인터넷 미디어의 성격을 정확히 알고 조합원과 지역 주민 간의 소통과 대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 바로 옆자리에 서로 앉아 있으면서 카카오톡 문자로 대화를 하는 청소년과의 소통과 대화 방식을 근본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바로 눈 앞에 있는 친구의 눈을 바라보면서 소통하는 방법을 되찾아 와야 한다. 속도가 주는 어지러움에서 내려와 속도란 종국에는 자본주의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상품 판매 주기를 초속 단위로 단축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재인식해야 한다. 속도란 인간과 자원을 초속 단위로 환원불가능하게 소비하는, 파국으로 가는 초고속 급행 열차라는 점을 재확인해야 한다. 협동조합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순환경제의 재구축은 학습과 교육훈련을 통해 이런 급행열차에서 과감하게 탈출해 천천히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지역의 마을마을을 걷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이것은 일종의 문화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올해 1월 1일부터 '독립 언론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다. 전국의 대안 지역 언론사와 기사를 교류하고 촘촘한 관계망을 형성하려는 노력이다. ⓒ프레시안

주권자 스스로의 소통 공간, 지역공동체 언론

인민주권을 탈환하는 지역 정치 운동은 반드시 새로운 미디어운동을 필요로 한다. 새로운 사상과 새로운 정보를 지역 주민이 서로 소통하고 나누고, 지방 권력과 토호세력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조사하고 감시하는 지역 미디어운동은 주권자 정치 혁명의 주요한 무기이다.

새로운 대안의 경제와 정치운동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가능하며, 그래서 새로운 사회운동은 문화운동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새로운 미디어운동이다.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미디어운동은 그동안 줄기차게 시도되어 왔고 또 일정한 성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의 주류 보수 언론의 미디어 독점구조와 보수-진보 진영 논리를 탈각시키는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기존의 이른바 진보언론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표방하고는 있으나 실제로는 기업-정부 광고를 주축으로 지속불가능한 언론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진보 언론은 소수 언론으로 머무른 채 새로운 사회를 향한 폭발력 있는 미디어운동과 문화운동으로의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말았다. 한국의 진보언론도 보수언론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국가주의와 시장경제의 담론에 갇혀 있긴 매 한가지였다. 국가에 대한 비판 기사가 많다고는 하지만 대안의 정치사회경제 패러다임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지역 미디어 운동은 인터넷 미디어 독립 언론으로 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 인터넷 미디어는 과거에는 상당한 액수의 초기 비용 때문에 안정된 운영이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과 함께 지금은 최소의 초기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그 쌍방향 소통 때문에 오히려 지역 협동조합 형태의 독립 미디어에 적합한 매체이다. 문제는 명확한 비전과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이다. 때문에 지역 공동체의 재생, 협동사회경제의 확산, 인민 주권의 직접 민주주의 정치 등 대안의 경제와 사회, 정치 운동의 비전을 명확히 하고, 지역 주민을 조합원으로 하는 협동조합 독립 미디어로 출발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지역미디어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풀뿌리 지역운동과 마을운동, 협동사회경제 운동은 지금 급속히 확대 정착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런 지역 운동과 협동사회경제 운동의 요구를 반영한 보도와 기획기사는 기존 언론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주의와 시장주의를 넘어서서 이같은 지역 운동과 협동사회경제운동, 협동사회정치 운동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 지역 미디어운동의 필요성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새로운 지역공동체운동과 협동사회정치경제 운동의 인식 전환과 조직화 작업을 명확하게 벌여나가며,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지역 주권자들의 네트워크를 조직화 하는 언론의 책임과 역할은 매우 크다. 미디어는 권력이다. 든든한 조합원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미디어 네트워크는 지역공동체 주민의 힘이자 지역 민주주의의 힘이다.

풀뿌리 지역 미디어운동은 처음부터 독립을 토대로 한 지역간 연대와 연합을 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종이신문의 경우 시군구 지방 단위 지역 미디어운동이 옥천신문 같은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 실패로 끝난 것은 수익구조 문제 때문이었다. 지역 미디어는 경제적 자립을 이루지 못하면 지속불가능하다. 인터넷 지역 미디어는 대체로 조합원 몇 백명으로 극소수의 상근자를 둘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이면 충분히 최소 운영이 가능하다. 기사의 내용은 지역 주민 조직화와 함께 네트워크형으로 채워나가면 된다. 만약 한 지역에서 운영이 불가능하면 처음부터 인근 지역과 연대 연합해서 출발해야 한다.

지역별 협동조합 독립미디어는 그 자체가 지역의 협동사회경제와 풀뿌리 마을운동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다. 또한 지역 운동을 실핏줄같은 그물코로 엮는 조직자 역할을 할 것이다. 지역 운동을 연대와 연합의 힘으로 이끌어내는 핵심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지역 토호들이 운영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지역 언론의 지형을 밑에서부터 바꾸면서 대안 언론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역 미디어는 지역의 각 마을마다 존재하는 각종의 민원과 현안에 대한 소통의 장이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 정보와 소식의 소통, 지역 주민의 요구와 일상생활 상의 각종 민원의 공개와 의견 교환은 그 자체가 지역 주민 조직화와 세력화의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온다. 풀뿌리 협동사회경제의 현장과 함께 대안의 이념과 새로운 사회의 담론, 각종 논쟁을 소개하고, 지역의 각종 캠페인을 조직하면서 동시에 지역의 현안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지역의 의제를 선점하고 생산하는 지역 정치운동의 주요한 활동이기도 하다. 지역 미디어 운동은 매일매일의 지역 정치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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