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이하 기획단)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기본방향을 발표했습니다.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가 말 그대로 엉망이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요. 기획단의 발표 내용에 대해 간략히 요약해 주시죠.
⇒ 기획단의 발표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가능한 범위 내에서’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확대하자고 했습니다. 둘째, 퇴직소득, 양도소득과 상속·증여소득은 보험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자고 했습니다. 셋째, 지역가입자 재산에 대해서는 축소하여 부과하고, 자동차에 대해서는 부과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넷째, 소득 있는 피부양자에 대해서는 정부로 하여금 인정기준을 강화하는 등 세부 집행방안을 마련하도록 건의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섯째, 소득이 없거나 적은 세대에 대해서는 정액의 최저보험료를 부과하자고 했습니다.
2.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가 엉망이라고 했는데요.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있나요?
⇒ 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지역가입자의 소득별 건보료 실효세율(소득 대비 건보료 부담액 비율)을 계산해 보면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가 엉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행 체계에 따르면 소득이 600만원인 지역가입자는 소득의 13.35%를 건보료로 내야 하고, 2020만원인 사람은 8.14%를, 5190만원인 사람은 5.03%를 내고 있습니다. 반면 소득이 1억원인 사람은 3.35%, 10억원인 사람은 2.45%, 20억원인 사람은 1.22%만 내면 됩니다. 저소득층 서민들의 건보료 실효세율이 부자들의 10배가 넘는데요.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부과체계입니다.
3. 재산에 대한 건보료 부과체계도 역진성이 심한가요?
⇒ 지역가입자의 재산가액 건보료 실효세율(재산가액 대비 건보료 부담액 비율)도 계산해 보면, 재산 가액 1억 5000만원 이하에서는 재산 가액의 1~1.14%를 건강보험료로 내야 합니다. 그러나 3억원에 대해서는 0.69%, 5억원에 대해서는 0.53%, 10억원에 대해서는 0.32%만 건보료로 내면 됩니다. 또 50억원에 대해서는 0.11%, 100억원에 대해서는 0.06%, 1000억원에 대해서는 0.01%만 건보료로 내면 됩니다. 재산에 대한 건보료 부과체계에도 심각한 역진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 기획단의 개편안은 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이하 쇄신위)가 2012년 7월에 발표한 개편안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 차이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쇄신위는 모든 소득에 대해서 건보료를 부과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획단은 모든 소득 중에서 퇴직소득, 양도소득과 상속․증여소득을 보험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자고 했습니다. 둘째, 쇄신위는 지역가입자의 재산, 자동차 모두를 보험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자고 했습니다. 반면 기획단은 재산에 대해서는 축소하여 부과하고 자동차에 대해서는 부과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셋째, 쇄신위는 피부양자 제도를 폐지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획단은 소득 있는 피부양자에 대해서는 정부로 하여금 인정기준을 강화하는 등 세부 집행방안을 마련하도록 건의하겠다고 했습니다. 넷째, 쇄신위는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를 증세해서 건보료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했습니다. 반면, 기획단은 이런 주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5. 쇄신위와 기획단의 주장에 대해 하나하나 논점별로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첫 번째 논점은 건보료 부과대상 소득에 관한 것인데요. 쇄신위는 모든 소득에 대해서 건보료를 부과하자고 한 반면, 기획단은 모든 소득 중에서 퇴직소득, 양도소득과 상속·증여소득을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자고 했습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 모든 소득에 대해서 건보료를 부과하자는 쇄신위의 주장이 옳습니다. 반면, 모든 소득 중에서 퇴직소득, 양도소득과 상속·증여소득을 보험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기획단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기획단은 퇴직소득, 양도소득은 일회성 소득이라는 이유로, 상속․증여소득은 재산의 개념이 강하다는 이유로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자고 하는데요. 일회성 소득이므로 부과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 논리 적용의 일관성도 없습니다. 이들은 퇴직소득, 양도소득은 일회성 소득이라는 이유로 부과대상에서 제외하자고 하면서, 금융자산의 예금 이자에 대해서는 건보료를 부과한다고 합니다. 예금 이자를 받는 것은 일회성이 아닌가요? 또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퇴직소득은 일회성 소득이라는 이유로 부과대상에서 제외되고, 퇴직연금은 일회성 소득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과대상이 되는 기현상이 나타납니다. 기득권층의 이익을 우선시하여 결과적으로 서민의 희생을 초래하는 꼼수는 이와 같은 기괴한 촌극을 낳는 법입니다.
6. 홍 소장이 그런 주장을 하면 정부가 퇴직소득과 퇴직연금 모두를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려 할 것 같은데요.
⇒ 기득권층이 그런 꼼수에 매우 능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퇴직소득과 퇴직연금 모두를 건보료 부과대상에 포함시켜야 정당한 겁니다. 고령층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퇴직소득과 퇴직연금조차도 못 받는 사람들이지 그걸 받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물론 퇴직소득과 퇴직연금 수급액이 적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과표에서 일정액을 공제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퇴직소득 모두를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려 하는 것은 고소득층, 부유층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부과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기득권층의 꼼수에 불과합니다.
7. 기획단은 양도소득을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양도소득세 신고자들의 연간 양도소득은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 국세청이 발간하는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 양도소득세 신고자의 연간 양도소득은 37조 6741억원이었습니다. 참고로 양도소득이란 양도차익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뺀 나머지를 말하는데요. 자산종류별로 보면 토지 양도소득이 19조2994억원이었고, 건물이 10조6864억원, 주식이 7조3907억원, 기타 자산이 1275억원이었습니다.
8. 연간 양도소득 37조 6741억원에 대해 건강보험료율 6%를 적용하면 세수가 2조 2604억원인데요. 기획단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것을 포기하자고 주장하는군요?
⇒ 기획단의 이런 태도는 2012년 쇄신위와 전혀 다른 것인데요. 당시 쇄신위는 재산에 대해 직접 건보료를 부과하는 것보다는 재산이 소득으로 전환된 후 그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획단은 재산이 소득으로 전환된 후에도 건보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9. 1가구 1주택 소유자(고가주택 소유자는 예외) 대부분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양도소득에 대해 건보료를 낼 필요는 없는 거지요?
⇒ 물론입니다.
10. 최근 최경환 경제팀이 부동산과 주식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려 애를 쓰고 있는데요. 양도소득을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기획단의 시도에는 이들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잘못된 정치가 경제를 망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잘못된 정치가 복지를 망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11. 기획단은 또 상속·증여소득이 재산의 개념이 강하다는 이유로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자고 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OECD가 상속·증여세를 재산과세로 분류한다는 점을 악용하여 기획단이 그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2008년 소득이 없는데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강만수 전 장관이 생각납니다. 소득과 재산을 철저히 분리하고 소득이 없으므로 세금을 못 내겠다고 우기는 것은 부동산 투기꾼들과 몰염치한 탈세범들이 애용하는 논리입니다. 더구나 가계의 자산 중에서 금융자산 비중이 매우 낮고, 부동산 자산 비중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서 상속·증여세가 재산과세 중 하나이므로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반서민적인 것입니다.
12. 기획단은 또 소득 있는 피부양자에 대해서는 정부로 하여금 인정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세부 집행방안을 마련하도록 건의하겠다고 했는데요. 이런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기획단의 이런 태도도 2012년 쇄신위와 전혀 다른 것인데요. 당시 쇄신위는 호기롭게 뜨거운 감자인 피부양자 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기획단은 이 이슈에 발도 담그지 않고 물러섰는데요. 정부로 하여금 인정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세부 집행방안을 마련하도록 건의하겠다는 것은 자신들은 관여하지 않을 터이니 구체적인 대안은 정부가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13. 기획단이 매우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난제는 정부에 돌리고 자신들은 이익만 챙기겠다는 것 아닙니까?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건보료 개혁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피부양자 규모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건보료 체계는 소득 있는 피부양자들에게 너무 많은 떡고물을 주었기 때문에 이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소득 있는 피부양자 규모를 줄이면 대다수 맞벌이 부부들이 영향을 받게 되는데요. 이것은 이 문제 해결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기획단이 이 이슈에 발을 담그지 않고 어려운 난제를 정부에 돌려 버린 겁니다.
14. 심리학자들이 실험을 해 보면 목표 실현 의지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목표를 지나치게 크게 세우는 유형, 다른 하나는 목표를 지나치게 작게 세우는 유형. 쇄신위는 공허하게 꿈같은 주장만 하다 포기했고, 기획단은 미리 포기하고 목표조차 세우지 않았군요?
⇒ 둘 다 목표 실현 의지가 없었던 겁니다.
15. 기획단은 또 소득이 없거나 적은 세대에 대해서 정액의 최저보험료를 부과하자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기획단이 빈민층의 최저건보료 하한선을 8000원~1만 5000원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지나치게 사대주의적인 발상입니다. 퇴직소득, 양도소득과 상속·증여소득은 보험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고, 소득이 없는 빈민층에는 정액의 최저보험료를 부과하자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가요? 선진국의 경우에는 워낙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빈민층의 최저보험료 하한선 8000원~1만 5000원을 두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노인복지 비율은 선진국의 1/3도 안됩니다. 그런데 맹목적으로 선진국 제도라는 이유만으로 빈민층의 최저보험료 하한선 8000원~1만 5000원을 두어도 한다니, 지나치게 사대주의적이라는 생각입니다.
16. 빈민층의 건강보험료를 낮추어 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 크게 세 가지 방안이 있습니다. 첫째, 건보료 중 일부를 정부가 대납해 주는 겁니다. 둘째, 과표적용률을 활용하여 과표를 낮추어 주는 겁니다. 예컨대 과표가 100만원이라면 하면 과표적용률 50~80%를 활용하여 과표를 50~80만원으로 낮추어 주면 됩니다. 셋째는 공제제도를 활용하여 과표를 낮추어 주는 겁니다. 공제 전 과표가 100만원인데, 20~50만원 공제를 해 주면 과표가 50~80만원으로 낮아집니다.
17. 기획단은 자신들의 개편안이 좋은 대안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 비유하자면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가 김일성 독재라면 기획단의 개편안은 박정희 독재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독재라는 점에는 공통점이 있고, 둘 다 민주주의 체제는 아닙니다. 개편안이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보다는 약간 낫지만 자랑할 만한 대안은 절대 아닙니다. 최악이 아니라 차악인데 최악에 가까운 차악입니다. 최종안은 지금까지 나온 대안보다 훨씬 더 진전된 것이기를 바랍니다.
18. 오늘 발언한 내용을 요약해 주시죠.
⇒ 오늘 제가 발언한 내용은 크게 일곱 가지입니다. 첫째, 퇴직소득, 양도소득이 일회성 소득이므로 부과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기획단의 기상천외한 대안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둘째, 양도소득, 퇴직소득 모두를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려 하는 것은 고소득층, 부유층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부과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기득권층의 꼼수에 불과합니다. 셋째, 소득과 재산을 철저히 분리하고 소득이 없으므로 세금을 못 내겠다고 우기는 것은 부동산 투기꾼들과 몰염치한 탈세범들이 애용하는 논리입니다. 넷째, 상속·증여세가 재산과세 중 하나이므로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반서민적인 것입니다. 다섯째, 기획단에는 소득 있는 피부양자 규모를 줄이려는 의지가 전혀 없습니다. 여섯째, 빈민층의 최저건보료 하한선을 8000원~1만5000원으로 설정하려는 시도는 지나치게 사대주의적인 것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일곱째, 기획단의 개편안은 최악이 아니라 차악인데 최악에 가까운 차악입니다. 최종안은 지금까지 나온 대안보다 훨씬 더 진전된 것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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