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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단체에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

[기고] "공공성 내세운 단체, 사기업만도 못한 조직 문화"

지난 9월 12일 오후 7시, 인권중심사람 회의실에서는 공익재단과 시민단체 내부의 곪은 문제들을 드러내고 공유하려는 ‘공익단체 바로세우기 대책위원회’(이하 ‘바로’)의 토론회가 열렸다. ‘공익단체’라는 다소 애매한 표현을 썼지만, 이 토론회는 ‘바로’의 제안서에서 확인되듯이 “사회의 공공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여러 단체들에서 갈등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를 민주적으로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되었다 (‘바로’ 제안서: http://www.civilnet.net/xe/now2_action/36571).

‘바로’는 내부의 갈등을 묵혀 두지 말고 지금 바로, 바로 세우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이다. ‘바로’는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사이를 돈독히 한다면 뾰족한 해답은 나오지 않더라도 공감을 확산시킬 수 있습니다. 명망가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의 힘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시민사회 내부에서부터 증명하면 좋겠습니다”라고 제안했다.


토론회에는 이 제안에 자발적으로 답한 50여명의 활동가, 시민이 모였다. ‘바로’의 창립 계기가 된 '함께일하는재단' 사례, '평화박물관' 사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노동조합' 사례가 먼저 발표되었다. '함께일하는재단'은 1997년 IMF 사태 이후 모아진 시민의 성금으로 설립된 재단이다. 그런데 그동안 재단은 시민사회나 정부 어느 쪽의 통제도 받지 않은 채 몇몇 사람들의 손으로 운영되어 왔고,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던 사람들은 계속 재단을 떠나야 했다. 2012년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은 떠나지 않고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이와 관련된 소식은 필자가 <시민운동플랜B>에 쓴 "공익재단의 공익성은 어떻게 보장될까?"(http://nowplanb.kr/899) 참조).

31개월째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노동조합은 지난 9월 2일 법원에서 이미 판결이 난 비정규직 해고자 2명의 원직복직 명령을 즉각 이행할 것과 고용노동부 감사로 드러난 각종 비리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및 후속조치 실행, 단체협약 체결을 통한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 인정 및 활동보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단 측은 아직도 이에 답하지 않고 있다.

'평화박물관'은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가 상임이사로 있는 단체로 시민들의 회비로 운영된다. 지난해 시민단체가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활동가가 사직을 강요당하고, 이에 다른 활동가들이 공감하자 한홍구 상임이사는 일방적인 사업축소와 조직 개편을 통보했다. 심지어 해당 활동가가 자진사퇴하지 않자 월급을 지급하지 않기도 했다. 이에 2014년 1월 27일 활동가 대부분이 사퇴하며 '평화박물관'의 정상화를 요구했다(☞"평화박물관 권고사직(부당해고) 사건에 대한 사무처 활동가들의 입장과 사퇴의 변" http://blog.jinbo.net/peacemuseum_activists/3).

흥미로운 건, 활동가 대부분이 자진사퇴하던 시점에 한홍구 이사는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을 위한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 모임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단체 밖에서는 비정규직의 수호자를 자처하지만 정작 단체 안에서는 비정규직을 강요하고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리고 활동가들이 자진사퇴하면서 요구했던 권고사직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외려 한홍구 이사는 왕성하게 외부활동을 하고 있고, 사직했던 활동가들은 밖에서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한 채 트라우마를 안은 채 살고 있다.

'함께일하는재단'이나 '평화박물관'이 여전히 어려운 상태라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노동조합>은 공익단체에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1989년에 노동조합이 설립된 뒤 갈등이 없지는 않았지만 단체협약 등 문서로 보장된 권리가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활동가들이 공식적으로 임원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예를 들어, 2004년 단체협약에 따라 만들어진 제도혁신위원회는 노동조합위원장을 위원으로 선임했다). 아래로부터의 힘을 조직할 역량이 노동조합을 통해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이다. 내부의 의사소통/의사결정이 민주적이지 않고 단체의 성과가 몇몇 개인에게 집중되는 현실에서는 노동조합이 이를 바로잡을 방법이지 않을까?

이 자리에 자발적으로 참석한 사람들도 비슷한 고민을 나눴다. 민주적인 의사소통구조나 내부의 견제장치가 없고 이사회나 운영위원회같은 기구들이 사실상 무기력하고 가해자들의 자각이 없는 상태에서 공익재단이나 시민단체에서는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어 왔다. 민주주의나 공공성같은 가치를 내세웠지만 일반기업보다 못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온 것도 현실이다. '함께일하는재단'처럼 업무추진비나 예산을 임의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 내부인이나 선배라며 가해자를 감싸거나 한솥밥을 먹는 식구나 가족임을 내세워 문제를 무마하려는 곳도 있다. 참석자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독 나만, 우리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도 제안되었다. 학교처럼 개방형 이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부터 평간사협의회나 활동가일반노조를 만드는 것, 평간사들이 소통할 수 있는 단체간 협의체를 만드는 것,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적용되는 표준노동약관을 만드는 것, 새로운 단체를 지지하는 협의체기금을 만드는 것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방법은 다르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건 이런 이야기를 마음 편히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바로’가 특정한 대안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곳이 될 수 있지만 일차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소통하는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토론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라 앞으로 쭉 열릴 토론회를 알리는 첫 자리이다.

이 토론회 자리는 단죄의 자리가 아니었고 모인 사람들에게는 그럴 만한 힘도 없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한걸음씩 다가서며 여론을 형성하고 가치와 활동이 일치하는 시민사회단체를 만들자는 것이 모인 사람들의 바람이었다. 그리고 이런 바람을 실현해가는 첫 단추는 지금 31개월째 싸우고 있는 '함께일하는재단' 노동조합의 소박한 요구안이 재단측에 수용되는 것에서 꿰어질 것 같다. 우리도 손을 잡자.

공익단체 바로세우기 페이스북 그룹: https://www.facebook.com/groups/barorightnow
함께일하는재단노동조합 블로그: http://blog.naver.com/wtu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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