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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심리적 함정'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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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심리적 함정'에 빠졌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변상욱 CBS 대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농성 중일 때 현장에 가서 '이쯤에서 우리에게 맡겨 달라'고 했으면, 유가족도 '싫다'며 대통령을 내쫓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유가족을) 빨리 만났으면 될 일이다. 하다못해 여야 당 대표라도 좀 더 일찍 유가족을 만났다면, 광화문 광장에서 삼자대면이라도 했다면,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겠는가."

변상욱 CBS 대기자는 지난 11일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세월호 난맥상(亂脈相)에 빠진 박 대통령과 정치권을 향해 '헛발질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유가족 및 여야·시민사회 대표를 만나 세월호 정국을 풀어야 하는데, 행정부 수반으로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팟캐스트 바로 듣기)

변 기자는 "내가 대통령이라면 (유가족을 만나) '뭘 도와줄까?'라고 물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도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과한 뒤, 세월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에 이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21일째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노숙하고 있다.

▲ 5월 1일 자 '손문상의 그림세상' ⓒ프레시안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대통령, 혹시 권력을 쥐었다는 생각에 심리적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닐까.

변 기자는 최근 출간한 책 <대한민국은 왜 헛발질만 하는가>(페이퍼로드 펴냄)에서 미국 스탠퍼드 대학이 연구한 '쿠키 테스트-지도자가 권력을 쥐면 변화하는 세 가지'를 소개했다.(16쪽)

하나,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것에 집중한다(경제 살리기?)
둘, 아래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둔감해진다(세월호 민심 역행?)
셋, 자신과 측근들은 규율을 지키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변 기자는 위 사항과 비교해 "(권력을 쥔) 박 대통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며 "스스로를 '위기에 강한 리더십'이라고 강조한 박 대통령은 그 위기가 한나라당, 새누리당의 위기이지 국가의 위기를 뜻함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33쪽) 박 대통령이 이끄는 "'대한민국'호는 우리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5쪽)던 셈이다.

"결국 그들이 정치라고 표현하던 것은 '지배'였고, 행정이라고 부르던 것은 '군림'이었음을 우리는 목격했다. 시대는 점점 암울해져 이런 지배와 군림에 저항하면 제재를 당하고 '가만 있으라'는 전근대적 가이드라인도 등장했다."(6쪽)

무엇보다 변 기자는 박 대통령과 정치권이 "핵심을 놓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국민이 국가의 잘못된 점에 관심을 보이고 기성 세대의 책임이라고 반성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사건"이라며 "하나의 공동체, 즉 '세월호 공동체'가 형성됐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축구 특히 월드컵 축구는 정치적 목적에 따른 '가상의 통합과 가상의 공동체'에 기여한다"(6월 23일 자 '변상욱의 기자수첩')며, 2002년 '월드컵 공동체'를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담론이 나왔듯 '세월호 공동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이고 각자의 책임과 과제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는 왜 저널리스트가 되려고 했는가

"저널리스트의 길에 들어선 지 30년을 훌쩍 넘기고 지천명(知天命)에서 이순(耳順)을 향해 접어든" 변상욱 기자는 방송과 책에서 "이 땅의 저널리즘이 비난과 지탄을 받고 있는 작금의 세태가 몹시 아프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저널리스트란 누구인가?' '나는 왜 저널리스트가 되려고 했는가?' 때때로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라고 충고했다. 다음은 그가 '저널리스트의 길'을 가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보내는 이정표다.

△ '기자'라는 직업은 자기 살의 피부를 한 꺼풀 벗겨낸 듯 한 맨살, 속살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작은 아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하며, 조그마한 불의에도 정말 쓰라려 못 견뎌해야 '지조 있는 기자'라고 할 수 있다.

뉴스가 가치가 있는 사안이라면 거기에는 시대적 배경이 있고 사회구조에 따른 맥락이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뉴스는 배경과 맥락을 외면하고 세인의 영욕에 초점을 맞춘다…대표적인 사례가 정치에 주목하지 않고 정치인에 몰입하는 것이다.

저널리즘은 본질에 다가서야 한다…현장에 더 가까이 가고 사건의 주인공을 직접 접촉하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그대로 전하는 것이다…추악한 비리나 모순을 폭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도 설명하고 거기에 우리 사회가 뭘 놓치고 있는지도 이야기해야 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라는 '대충'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

저널리즘은 저널리스트의 세상을 보는 방식, 즉 세계관이고 저널리스트의 삶이어야 한다. 저널리스트는 자신의 기사와 논설 속에 생각과 시각으로서가 아니라 '존재'로서 담겨 있어야 한다.

사회적 대책 그 너머 우리 사회의 실존과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길을 제시하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사실과 정보는 보도자료와 대변인브리핑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가치와 실존에 대한 고민은 거기에 없다. 기자의 세계관, 기자의 철학이 그것을 메워야 한다.

결합의 오류, 근본적 귀인의 오류, 제3자의 효과, 감정추단 등의 함정이 존재함을 알리고, 그 앞에 '오류에 빠지지 마시오'라는 경고표지판을 세우고 길을 안내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책무이다. 정치적, 사회구조적, 사회 심리적 오류까지 짚어내 제시하고 판단은 독자와 시청자에게 맡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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