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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테러와의 전쟁'이 이길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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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테러와의 전쟁'이 이길 수 없는 이유

[해외 시각] '아사드 제거' 고집하는 한 승리 가능성 없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을 결심했다. 미군의 공군력과 이라크 정부군 등과의 합동작전으로 IS를 소탕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2011년 이라크 철군에 이어 올해 말 아프간 철군으로 중동에 대한 군사개입을 마무리 짓고 국내 경제 회복 및 대아시아 정책에 힘을 쏟으려던 그의 구상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더 중요한 것은 ISIS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동문제에 정통한 영국 <인디펜던트>의 패트릭 콕번 기자는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진단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IS와 같은 종파인 이라크 내 소수파인 수니파 주민의 마음을 잡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2006년 누리 알말리키 정부 수립 이후 수니파 주민은 줄곧 시아파 독재에 시달려 왔다. 게다가 지난 6월 IS의 이라크 침공 이후, IS 장악 지역이 이라크 정부군에 의해 탈환되면서 시아파 정부군에 의한 보복 살인에 직면하고 있다. 그야말로 특단의 대책이 없고서는 이들 수니파 주민의 마음을 돌려세우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둘째, 시리아 내 IS를 격퇴하려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군과 손을 잡아야만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이래 미국의 대시리아 정책 목표는 러시아의 맹방인 아사드 정권 타도에 있기 때문이다. 콕번 기자는 현재 시리아에서 IS에 대적할 수 있는 군사세력은 시리아 정부군 뿐이지만 미국이 아사드와 손을 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이번 전쟁에 임하는 미국의 진정한 목표는 아사드 제거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암시한다. 다음은 콕번 기자의 '미국의 중동정책이 위험으로 가득 찬 이유(Why US Middle East Policy is Fraught with Danger)'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은 미국의 진보적 언론 <카운터 펀치> 10일자에 실려 있다(☞원문보기). 편집자

▲오바마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슬람 국가'에 대한 궤멸 전략을 공식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드디어 미국이 이라크 및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기로 결심했다. 스스로를 이슬람국가(IS)로 부르는 ISIS(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을 결정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10일) ISIS를 봉쇄하고 격퇴하기 위한 서방 및 중동지역 국가들과의 대동맹 결성을 촉구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ISIS는 이미 이란-이라크 접경 지역에서 시리아 최대 도시인 알레포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준국가를 건설했다.

지난 8일 하이데르 알아바디 신임 이라크 총리가 보다 포용적인 내각 구성을 마친 것은 미국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그는 지난 8년간 총리로 재임하면서 시아파 독재와 자의적 권력 행사로 수니파 국민들에게 증오의 대상이었던 누리 알 말리키를 대신해 이라크 국정을 맡게 됐다. 그동안 말리키 정부는 부패와 무능으로 악명을 떨쳤다. 35만 병력을 자랑하는 이라크군은 지난 6월 불과 수 천 명의 ISIS에게 패퇴하면서 이라크 북부 및 서부 지역을 내주었다.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ISIS에 대한 공포는 과거 숙적이었던 미국과 이란, 그리고 이라크 내의 쿠르드, 시아, 수니파 세력이 그동안의 반목을 접고 손을 잡게 하는 계기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주 영국 웨일스에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ISIL을 격퇴하기 위해 지상군 전투에서의 효과적인 연대 계획을 만들어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ISIS를 ISIL이라고 부른다(L은 시리아의 옛 이름인 Levant임: 역자). 그러나 복잡한 종파 및 부족 갈등에 얽혀 있는 이라크 및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이 효과적인 연대세력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잘랄 탈라바니 전 이라크 대통령(쿠르드족)의 고문이자 정치평론가인 캄란 카라다기는 "신임 내각 역시 종파별로 구성돼 있으며 아바디 총리 자신이 각료를 선택하기보다는 각 정파의 추천을 받아 구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쿠르드족이 이번 내각 구성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각에 참여한 것은 미국 및 유엔 대표단의 압력 때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쿠르드 측이 요구했던 것은 쿠르드 지역 원유를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줄 것, 키르쿠크 문제(키르쿠크는 이라크 지역에 있으나 쿠르드족은 자신들의 역사적 수도로 생각하고 있다), 이라크 중앙정부의 석유 수입 중 일정액을 쿠르드 측에게 줄 것 등이나 이중 쿠르드족 공무원에 대한 월급 지원만을 약속받았다.

신임 아바디 내각은 이전 내각보다는 덜 분열적일 것이다. 하긴 전임 말리키 정부만큼 분열적인 정부는 없을 것이며, 신임 정부도 분열의 정도가 덜할 뿐이다. 국방, 내무 등 가장 중요한 안보관련 장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신임 각료들도 주로 기존 정치인들로 채워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아파 성직자들의 조직인 마르자이야의 고위 간부들도 이번 내각 구성에 대해 능력보다는 충성도에 의해 결정된 인선이라며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아바디 내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 대해 한 이라크 관측통은 그가 신임 이브라힘 알 자파리 외무장관과 만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유능했던 호시야르 제바리 외무장관의 후임인 자파리는 아주 모호한 화법으로 악명이 높다.

이라크 정부군 반격 이후 수니파 주민들 보복 살인에 직면

보다 중요한 것은 이라크 신정부가 600만 명에 이르는 수니파 국민들을 ISIS의 품에서 떼어놓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들은 현재 수니파 지역을 장악한 ISIS와 함께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복수심에 불타 있는 이라크 정부군이 ISIS 장악지역을 탈환할 경우 무시무시한 보복에 직면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수니파 주민들이 공포를 느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최근 탈환한 아메를리 지역에서 수니파 주민에 대한 보복 살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메를리는 시아파와 투르크멘 주민이 다수인 지역으로 두 달간 ISIS에 점령됐다가 지난 달 미국의 공습과 시아파 및 쿠르드족의 지상군 전투에 의해 탈환됐다. 탈환 후 이 지역에서는 ISIS에 의해 대량 학살된 시아파 트럭운전사들의 묘지가 발견됐으며 이후 현지의 수니파 주민 다수가 살해됐다. 21살 먹은 한 수니파 청년의 가족은 시아파 민병대로부터 목이 잘린 그의 시체를 찾아가려면 2000 달러를 내라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미군의 공습과 쿠르드 민병대의 지상 전투로 탈환한 127개의 마을에서 수니파 주민 대다수는 마을을 떠났으며 다시 돌아올 것 같지도 않다. 또한 시아파 민병대는 수니파 주민의 집을 불태웠다. 보도에 따르면 한 쿠르드 병사는 ISIS가 "배교자"라고 써놓은 것을 지우고 그 위에 "쿠르드의 고향"이라고 썼다고 한다.

이러한 공포 분위기는 수니파 주민들의 ISIS에 대한 지지를 철회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임 아바디 내각이 수니파에게 상당한 양보를 해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지난 2006년과 2007년 미국은 (ISIS의 전신인) 알카에다이라크지부(AQI)로부터 수니파 주민들을 분리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의 ISIS는 당시의 AQI보다 훨씬 강력하고 더 잘 조직돼 있으며 (당시와 같이) 동료 수니파로부터 등 뒤에서 칼에 찔리는 사태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ISIS는 이러한 배신을 막기 위해 지난 6월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점령한 이후 수니파의 고위 퇴역 장군을 비롯해 300명을 인질로 잡았다. 또 시리아의 데어 에조르 지역에서는 지난 8월 알셰이타트라는 부족이 ISIS에 대해 반란을 일으켰으나 신속하게 진압됐고 약 700명이 처형됐다.

미국이 시리아 아사드 정권과 손을 잡을까

수니파의 종파적 단결 때문에 이라크에서 ISIS를 물리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라크에서 ISIS의 세력권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3300만 이라크 인구 중 수니파는 2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시리아에서 수니파는 전체 인구의 60%에 이른다. 따라서 시리아에서 ISIS의 세력권은 이라크보다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동력까지 갖춘 시리아의 ISIS는 국토의 35%를 점령한 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시리아 정부군을 물론이고 자바트 알누스라, 알카에다 등 (이른바 온건파) 반군들도 무력화시키고 있다. 현재 ISIS는 시리아 최대의 도시인 알레포에서 50킬로미터 이내에 진입해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커다란 딜레마에 직면해 있는데, 이는 대부분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2011년 이후 미국의 정책은, 영국이 충실히 추종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축출이었다. 그런데 현재 반아사드 세력 중 최강은 바로 ISIS이다. 아사드 제거를 겨냥한 미국 및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터키 등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ISIS를 도운 꼴이 된 셈이다. 터키 정부는 900 킬로미터에 이르는 터키-시리아 국경을 방치해 반군 세력이 시리아에 잠입하는 것을 도왔다. 그 결과 1만2000명의 외국 용병이 시리아 내전에 참여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ISIS의 일원이 됐다. 이제 미국은 터키에 대해 국경 경비를 강화해줄 것을 필사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과는 (무슬림 전사를) 이스탄불이나 앙카라로부터) 국경까지 안내하는 비용이 10달러에서 25달러로 오른 것뿐이다.

아직까지 오바마 대통령은 ISIS와의 전쟁에서 제기될 가장 중요한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ISIS 격퇴를 위해서는 아사드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 말이다. 시리아에서 ISIS를 격퇴할 군사력은 시리아 정부군만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아사드와 손을 잡는다는 것은 아사드 제거라는 미국의 기존 정책을 완전히 뒤집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는 아사드와 협력하는 대신 ISIS 및 시리아 정부군을 모두 대적해 싸울 수 있는 이른바 "온건파" 무장세력이 있다는 기존의 억지 주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럴 만한 힘을 가진 무장세력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ISIS에 반대하는 중요한 무장세력인 자바트 알누스라, 아흐라르 알샴, 이슬람전선 등도 모두 ISIS와 같은 이슬람원리주의 세력들이다. 이들의 과격한 종파주의는 ISIS와 거의 다르지 않다.

미 CIA, 시리아 반군 직접 군사 지휘

ISIS 및 아사드 정부 모두와 대적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온건파 무장세력이 없는 상황이 되자 미국은 이제 반군 세력을 직접 양성하고 지휘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자유시리아군(FSA)의 경우가 그러하다. 한때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릴 유력한 무장세력으로 서방 측의 주목을 받았던 FSA는 2013년말 거의 괴멸 상태에 이르렀다. FSA의 군사지도자였던 압둘 일라 알 바시르 장군은(2012년 시리아 정부에서 망명한 인물) 지난 주 미국 매클래치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이 FSA에 대한 지휘권을 넘겨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FSA의 군사지도부는 미국인"이라며 지난해 12월부터 FSA에 대한 군사물자 지원이 터키에 있는 FSA 지도부를 거치지 않고, 시리아 북부의 14개 사령부와 남부의 보다 작은 60여개 그룹에게 직접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시르 장군은 이어 시리아 현지의 FSA 반군들은 CIA에 직접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FSA 사령관들도 미국이 토우 탱크요격 미사일을 비롯한 군사물자 지원 및 군사 훈련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만일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단행한다면 미국의 확고한 통제 아래 있는 FSA 지원을 위해 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걸프 왕정국가들이 이른바 '온건파' 무장세력에 지원하는 무기들이 ISIS 손에 떨어지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런던에 본부를 둔 개인화기 전문 연구단체인 '분쟁무기연구소(CAR)'가 이번 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ISIS가 시리아에서 사용한 탱크요격 로켓은 "2013년 사우디아라비아가 FSA에 공급한 M79 로켓과 동일한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공습과) 현지 지상군 병력을 합쳐 ISIS를 격퇴하려는 계획이, 이 계획의 실제 목표는 그가 공개적으로 표방하는 것과는 아마도 크게 다를 것이다, 대단히 많은 위험에 직면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번역 및 정리 :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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