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인 김재정 씨가 '도곡동 땅' 의혹을 제기한 해당 언론사와 박근혜 캠프의 유승민 의원, 이혜훈 의원, 서청원 고문을 고발한 가운데 검찰이 이를 대형비리 의혹 담당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하면서 이명박 캠프의 촉각이 곤두섰다.
이 전 시장 측은 검찰의 '중립수사'를 촉구했으나 검찰의 수사가 자칫 새로운 의혹을 키우는 촉매제가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이 전 시장의 부동산 명의 신탁 여부 등을 규명하기 위해 계좌추적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명예훼손 사건을 왜 특수부에 배당하나"
이명박 캠프의 좌장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이 40일 정도 남았는데 검찰 수사가 경선에 영향을 미치거나 경선이 이뤄질 수 없도록 하는 데 악용된다면 정권교체를 앞두고 불안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며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정치공작이 이뤄진다면 온몸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희태 선대위원장도 이날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명예훼손 사건을 특수부에 배정한 것은 검찰이 상궤를 벗어났다는 염려가 들게 한다. 검찰은 이 사건을 평상적인 방법으로 수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 쪽에서) 말을 안 하니까 뭔가 혐의가 있다고 오해하는 것 같은데, 최근 제기된 부동산 관련 의혹들은 이 후보에 대한 음해성 폭로"라며 "빠른 시일 안에 해명을 하고 국민들이 올바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사실 관계를 열심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에서 국민 앞에 다 내 놓고 난타전을 하라고 지시한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면서 "당에서 정한 대로 검증위에 모든 것을 맡기고 검증위 결과에 따르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 상대방이 원칙만 내세우고 있다"고 박근혜 전 대표 측에 화살을 돌렸다.
이명박 전 시장 측은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를 권력 차원의 '이명박 죽이기'로 규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국가정보원이 지난 2005년 3월부터 9월까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관련한 'X파일'을 작성했다는 제보를 약 20일 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제보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 국내 정치담당 팀장 P씨가 대구 출신의 K씨에게 X-파일 작성을 지시해 3~4명이 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특정지역 책임자였던 L씨가 후임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하면서 'X파일'을 잘 관리하라고 했다는 내용도 제보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당시 보고서 3부가 작성돼 상부 권력실세에게 보고됐다는 의혹도 있다"면서 "상당히 구체적인 이름과 직책이 담긴 제보를 받았기 때문에 김만복 국정원장이 이에 대해 직접 명확하게 답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朴측 "특수부 배당 당연"
한편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의혹의 특수부 배당과 관련해 "내용을 확실히 알아보고 답하겠다"고 직접적인 발언을 삼갔다.
그러나 박근혜 캠프의 김재원 대변인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특수부 수사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16대 대통령은 여론조사로 결정됐지만 17대 대통령은 계좌추적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시장의 부동산 비리 의혹 검증을 타깃으로 삼아 역전을 노리는 박 전 대표 측으로서는 이 전 시장측의 단순 명예훼손 고발로 시작된 법정 다툼이 특수부로 배정된 게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부 조사에서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 씨의 재산 차명 관리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대한 사실관계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은 우리 편 아니야"
이런 가운데 홍준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검찰은 결코 한나라당 편이 아니다. 검찰은 특수부를 동원해서 한나라당 경선뿐만 아니라 본선까지도 개입하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정치적 공방을 사법적 공방으로 끌고 가는 것은 한나라당 스스로 자멸로 가는 길이다. 고소고발 사건을 모두 취하해 검찰이 경선에 개입할 구실을 주지 말라"고 지적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이날 발표한 '한나라당 의원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국민은 '언제까지 우리 후보들끼리 이렇게 싸울 것인가, 이렇게 싸우는데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런 치졸한 모습이 후보들의 본모습일까'라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면서 "최근 후보들과 그 진영의 모습은 이렇게 하면 틀림없이 (대선에서 패배한) 5년 전, 10년 전의 재판이 된다는 예고편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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