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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시민권리 실현을 향해 가는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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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주의, 시민권리 실현을 향해 가는 현재진행형

국가 기본의 재구축을 위하여 <18>

세월호 특별법의 기소권을 둘러싸고 위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또 유가족 측의 의견 반영에 대해서도 대의 제도 원칙의 심각한 훼손이라고 주장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각종 제도와 기구 그리고 관행들이 얼마나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며 시민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우물 안 개구리식의 낡은 방식인가를 여실히 목격하고 있다.  
 
민주주의란 결코 고정불변으로 완성된 공리(公理)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란 어떻게 하면 시민의 권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가를 핵심 과제로 하는, 지금도 계속 실험 중인 제도이며, 따라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의 제도이다. 
 
‘국가개조’라는 용어까지 나온 상황에서 우리 사회를 살려내고 이 땅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하여 모두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할 때이다. 

범죄피해자의 소추권 인정은 세계적 추세

우선 미국은 우리와 달리 검사의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 미국에서 검사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수사를 하지 않으며, 연방 정부나 주 정부의 법률 해석과 법 집행, 공소 유지, 연방 정부나 주 정부를 원고와 피고로 하는 민사사건 담당 등이 주요 업무이다. 
 
미국의 검사는 연방검사와 지방의 지방 검사장(District Attorney)으로 구분되는데, 연방검사는 모두 94명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당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지방 검사장은 주민들의 직선으로 선출된다. 미국의 검사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경무관 이하 경찰 조직의 수사를 지휘하는 지휘권을 가진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검사의 수사 지휘권은 공소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친다.
 
기소는 민간인들로 구성되는 대배심(Grand Jury)이 결정한다. 검사는 대배심을 소집하여 특정 사건의 수사 사항을 설명하기 때문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다. 시민은 대배심, 혹은 기소를 하지 않는 검사에 대한 직무집행명령제도(mandamus)를 통하여 검찰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한편 기소배심과 양형기준법 및 삼진아웃법 등을 통하여 법원을 견제한다. 그리고 법원은 보석과 예비신문 등 법정수사절차를 통하여 체포의 적법성과 소추행위의 당부(當否) 등을 심리함으로써 수사 및 소추 기관을 통제한다. 한편 검찰은 답변거래(Plea bargaining)라는 관행을 통하여 광범위한 기소 및 구형의 재량권을 행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법원을 견제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전체적으로 상호 간에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가 소추주의만을 관철하게 되면 범죄피해자의 피해배상과 정당한 응보 감정을 외면하기 쉽다. 그러므로 서구 여러 나라에서 사인(私人) 소추주의 역시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검찰제도의 본고장인 프랑스는 범죄피해자에게 직접소추를 할 수 있는 사소권(私訴權, Action civille)을 인정함으로써 검찰의 자의적 공소권 남용에 대한 제한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독일 역시 개인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범죄에 대하여 언제나 피해자나 그 대리인이 사인소추를 할 수 있고, 이와 동시에 소송참가제도를 인정하여 범죄피해자의 형사절차 참여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영국도 사인소추를 인정하고 있다. 
 
“국민 당신들은 자치 능력이 없다” - 대의 제도의 편견

대의 제도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한 방안일 뿐이다. 
 
대의 관계에서 대표되어지는 실체는 없으며 대표하는 행위도 존재하지 않다. 대의 관계에서 존재하는 것은 오직 국민이 대표자를 선출하는 행위와 대표자가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행위뿐이다. 그리고 대표자의 이러한 행위는 ‘전체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그리하여 국민을 구속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대의제도에서의 대표자란 더 이상 선거민의 단순한 대변자가 아니며 대리인(Agent)이나 수임자(Kommissar)도 아니다. 그는 ‘전체 국민’의 대표자이기 때문에 ‘공명정대’하게 행동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그의 결정과 판단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힘으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한다고 주장된다. 물론 이러한 논리의 배경에는 탁월한 인물이 무지몽매한 국민의 의사나 명령에 따른다는 것은 당치도 않다는 의식이 깔려 있었다. 그들의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국민들은 오직 자신들을 뽑을 ‘권리’ 혹은 ‘자유’가 있을 뿐 통치는 자신들처럼 탁월하고 고귀한 사람들만이 담당할 고유 영역이라는 것이다. 마치 일제 식민지 시대 일제가 우리 민족은 자치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강변하던 것과 너무도 흡사한 논리이다.

역사적으로 시민혁명은 부르주아혁명으로 마무리되었고 국민세력은 탄압을 받아 그 힘을 잃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의제는 굳건한 통치원리로 정착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하여 국민이 직접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대표자를 통하여 간접적으로만 정치적 결정에 참여하며, 따라서 당연히 통치자와 피치자가 별개의 존재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결국 이렇게 통치자와 피치자가 구별된다는 사실은 결국 대의제가 국민의 자기통치를 통하여 민주주의를 실현함을 부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의제는 ‘국민에 의한(by the people)’ 통치가 아니라 ‘대의 기관을 통한 통치’를 의미하고 있다.

명령 위임과 자유 위임

대의 민주주의 제도는 결국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고착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대의제에 관한 이론이 선행된 것이 아니라 서구에서 역사적으로 실현되었던 하나의 정치적 제도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민주주의란 국민의 정치참여에 의하여 자유, 평등, 정의라는 기본 가치를 실현시키고 국민으로 하여금 자신의 문제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국민의 통치 형태이다. 따라서 이러한 민주주의 정신을 구현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직접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대의제도를 민주주의와 등치시키지만, 근본적으로 말하면 대의제도란 통치기구의 구성 원리, 또는 국가의 의사 결정 원리로서 민주주의의 하위 체계일 뿐이다. 그것은 권력분립, 선거제도, 정부 형태, 지방자치 제도 등과 같은 민주주의의 여러 형식 원리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용어법상 직접 민주주의는 직접 결정방식, 간접 민주주의는 간접 결정방식 또는 대의제라고 불러야 정확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의회 민주주의란 의회 중심의 통치 질서에서 파악되는 것으로서 엄밀한 의미에서 정부 형태와 관련된 개념이며, 이는 단지 대의제도의 한 형식에 속할 뿐이다.
 
특히 선거로 선출된 의원은 특정 선거구민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대표하고 전체적인 공공복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대의제의 이론은 명령 위임을 부정하고 자유 위임을 주창한다. 즉, 의원은 공적인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어디까지나 독자성을 지닌 공인(公人)으로 행동해야 하며, 따라서 그는 특수이익을 추구하는 선거민의 대리인이어서는 안 되고 선거민에게 기속(羈束)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유 위임(freies Mandat) 혹은 무기속 위임이며, 이렇게 하여 ‘명령 위임(imperatives Mandat)’은 사실상 포기되고 있다. ‘명령 위임’이란 선거에서 선출된 자가 선거민들의 요구에 따라야 하며 그 행위는 선거민들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으로서 기속 위임(羈束委任)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렇듯 명령 위임을 배제시킨 바로 그 순간 선출된 대표자는 국민에 봉사하는 위치로부터 국민 위에 군림하는 위치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민주주의 본령은 직접 민주주의

직접 민주주의의 확대는 현재의 대의민주제가 직면한 이른바 ‘민주주의 결손(democratic deficit)’을 보완해주는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직접 민주주의는 1) 정치권력의 정통성이 공론에 의하여 창출되고 확인되며 도전받도록 함으로써 보다 공론적인 정치를 가능하게 하며, 2) 자칫 무시될 수 있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들이 표출되어 논의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3) 정치적 대표성이 취약한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이 논의될 수 있으며, 4) 정치권력의 독점을 방지하고 보다 균등한 분포를 지향하는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유럽 회원국들의 입장을 정리한 유럽회의는 모든 차원의 정부에서 주민발안과 주민투표를 확대 시행할 것을 추천한 바 있다.     
 
지역의 시장을 비롯하여 보안관, 판사, 검사장, 감사원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미국의 카운티(county)는 직접 민주주의의 좋은 사례에 속한다. 독일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시민단체들은 기존 지방자치제도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1990년 쉴레스비히-홀스타인 주에서 지방자치법이 대대적으로 개정되면서 광범위한 주민 참여를 보장하게 되었다. 

첨언: 필자의 앞선 글 “호남이 다시 민주화의 선구자로 역할하려면”을 읽고 몇몇 분들이 전술적이든 전략적이든 우선 ‘호남당’이 출현해야 야당이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의견을 보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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