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영 KBS 이사장이 물러나고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KBS 신임 이사 후보로 내정된 가운데,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새노조)는 30일 '박근혜 정권, KBS 장악 야욕 아직 못 버렸나?'라는 성명을 내고, "이인호 씨를 청와대가 개입해 기획한 낙하산 이사로 규정하고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새노조는 "TV조선에 출연해 '문창극 강연은 감동적이었다'라고 적극 두둔했던" 이 명예교수가 KBS 이사가 된다면 이는 "제2의 문창극이 KBS에 들어오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면서 종편에 자주 출연해 식민지 근대화론에 기반한 뉴라이트 역사 인식을 설파하며 박근혜 정부를 적극 옹호"한 이 명예교수는 "TV조선 회장이라면 몰라도 공영방송 KBS의 최고 의결 기구의 이사로는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이 새노조의 판단이다.
새노조는 이 명예교수가 "각종 특종상을 휩쓴 KBS 문창극 보도에 대해 중징계를 하겠다는 뉴라이트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 인식"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 사람을 KBS 이사로 앉힌다면,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칭송하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보도와 프로그램이 또다시 KBS 전파를 타는 불행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새노조는 이번 인사가 청와대의 KBS 재장악 음모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노조는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는 이사 선임 절차 뒤에는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밖에서는 방통심의위원회를 통해 문창극 보도 중징계로 정권 비판에 재갈을 물리고 안으로는 KBS 이사회에 청와대의 심복을 심어 서서히 KBS 목줄을 쥐겠다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KBS 이사회 장악을 통해 다가올 총선과 대선의 홍위병으로 쓰겠다는 야욕을 즉각 버"릴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에도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거부하고 공영방송 KBS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다시 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새노조뿐만 아니라 야당 쪽에서도 이 명예교수 내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명예교수는 '러시아학의 개척자'로 꼽히는 역사학계 원로이지만 교학사 교과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문제 등에서 편향된 역사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월 1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 명예교수의 KBS 이사 후보 추천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KBS 이사는 방통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KBS 이사회는 11명(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의 이사로 구성되는데, 이 명예교수가 후임 이사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TV조선 회장이라면 몰라도 KBS 이사로는 부적합"
아래는 새노조 성명 전문.
박근혜 정권, KBS 장악 야욕 아직 못 버렸나?
청와대 낙하산 이사, 반대한다!!
박근혜 정권이 KBS를 장악하려는 야욕을 또다시 드러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월 1일 오전 긴급 전체 회의를 열고 이길영 씨 후임 이사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TV조선에 출연해 "문창극 강연은 감동적이었다"라고 적극 두둔했던 역사학자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문창극이 KBS에 들어오는 셈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인호 씨를 청와대가 개입해 기획한 낙하산 이사로 규정하고 절대 반대한다.
먼저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는 이사 선임 절차 뒤에는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임기를 1년여 남긴 시점에서 이길영 이사장의 석연찮은 전격 사퇴, 절차와 검증을 무시한 발빠른 방통위의 선임 일정,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인물 내정까지 일련의 흐름은 KBS를 장악하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기획 하에 퍼즐처럼 짜맞춰지고 있다.
밖에서는 방통심의위원회를 통해 문창극 보도 중징계로 정권 비판에 재갈을 물리고 안으로는 KBS 이사회에 청와대의 심복을 심어 서서히 KBS 목줄을 쥐겠다는 게 아니겠는가.
청와대가 낙점한 이인호 씨가 누구인가? 화려한 이력과 다양한 경력 뒤에 숨겨진 삐뚤어지고 편향된 역사관을 소유한 인물로 TV조선 회장이라면 몰라도 공영방송 KBS의 최고 의결 기구의 이사로는 부적합한 사람이다.
이인호 씨는 박근혜 정권 들어서면서 종편에 자주 출연해 식민지 근대화론에 기반한 뉴라이트 역사 인식을 설파하며 박근혜 정부를 적극 옹호해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뜨거워지던 5월 9일 TV조선에 출연해 세월호의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가하는 분위기에 대해 "대통령이 바뀐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다면 왜 못하겠는가. 정쟁의 모습일 뿐이다"라며 대통령 옹호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온 국민이 정신을 차리고 자기 자리에서 잘해야 한다"는 식의 훈장님 말씀을 쏟아냈다.
더욱이 KBS 특종 보도로 중토 사퇴한 문창극 강연과 관련해서는 더욱 강한 어조로 박근혜 정부를 거들었다. 역시 TV조선에 6월 19일 출연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전체 강연은 '감동적'이었다며 반민족 운운하는 자는 제정신이 아니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공영방송 KBS가 방송 (강연) 전체를 보도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각종 특종상을 휩쓴 KBS 문창극 보도에 대해 중징계를 하겠다는 뉴라이트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 인식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KBS 구성원들과 정반대의 상황 인식과 역사관을 가진 자가 어떻게 KBS 이사가 될 수 있는가. KBS 이사회가 문창극 인사검증팀을 중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코미디가 연출될 수도 있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칭송하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보도와 프로그램이 또다시 KBS 전파를 타는 불행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청와대 낙하산 이사 투하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현 사태를 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로 규정하고 정권에 맞서 싸울 것이다.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KBS 이사회 장악을 통해 다가올 총선과 대선의 홍위병으로 쓰겠다는 야욕을 즉각 버려라.
이인호 씨는 절대 KBS 이사가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거부하고 공영방송 KBS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다시 하기 바란다. 정권의 꼭두각시에 충실했던 길환영 사장은 4800여 KBS 구성원들의 투쟁으로 결국 쫓겨났다. 청와대 낙하산 이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벌어질 이후의 사태에 모든 책임이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
2014년 8월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