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규정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우발적인 단순 사고로 대통령과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 더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 차원에서 우선 다루고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몇몇 개별 의원 차원이 아니라, 당 차원에서 그렇게 보고 있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8월 20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의 아니게 교통사고가 일어났는데 피해자가 조사하고 수사하겠다면 받아들이겠나"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새누리당 전 대표인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8월 7일 인사청문회 에서 이미 세월호 참사를 '넓은 의미의 교통사고'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적폐 척결과 국가 혁신을 외쳤습니다. 대국민 사과를 하며 희생자 이름을 일일이 부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대통령과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국가재난'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특별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 이후,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며 두 달 만에 50퍼센트 대를 회복하자 세월호 참사 자체를 회피하는 모양새입니다.
새누리당은 바로 이런 선상에서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몰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와 달리, 의미를 축소·변형시키는 담론의 정치를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여당이 도덕적이고 정치적으로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비판을 무마시키고 있습니다. 단지 억지만은 아닙니다. 그들은 법리(론)를 앞세워 그리 하고 있습니다. 이는 친(親)새누리당 성향의 보수층 정서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자, 그런 정서와 생각을 한층 더 조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양상은 도를 더해 갈 것입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아무것도 안 들고 빈손으로 미궁에 들어갔는지, 도대체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두고선 유가족, 그리고 그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는 시민의 마음을 더욱 잃어가고 있습니다. 민심이라는 혹은 소통과 공감이라는 '실패(spool)'를 들고 미궁에 들어가지 못한 것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마치 붕괴 가능성을 통보받고도 버티고 있는, 정말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그러나 결국 대참사를 가져올 '삼풍백화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7.30 재보선에서 대패한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든다고 했지만, 위원장과 국민공감혁신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만 정해 놓고 가동도 못 시키고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마무리한 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재협상 결과를 접한 유가족은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을 못 믿겠으니 자신들이 새누리당과 직접 논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선거만이 아니라, 유족과 소통하고 유족의 공감을 얻는 데도 '실패(failure)'한 것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실패는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더 큰 실패, 혹은 진정한 실패의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세월호 모멘텀'을 위한 아무런 작업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의 의미 규정을 둘러싸고 아무런 담론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교통사고 담론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지 못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단지 법리의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사회적·인간적 '도리의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라는 것을, 전환기의 정치는 기존 법리의 경계를 넘어서는 인간의 도리에 기대어, 결국은 보다 좋은 법리를 창출하는 실천이라는 것을 분명한 대항 혹은 대안 담론으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모멘텀'의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실패하고, '세월호 모멘텀'을 정치의 역할로 삼는데 실패한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보수-진보를 넘어 보다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살 적폐척결과 국가혁신의 비전과 전략도 제시 못하고 있습니다. 민생도, 경제민주화도, 세월호 참사를 배태(胚胎)한 구조와 환경을 바꿔야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모멘텀'을 부분(피해당사자)을 넘어선 전체, 즉 공공(모든 사회구성원)의 문제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중에 피해 당사자인 유가족이 직접 나서 국가 권력과 대면하고 싸우면서 또 다시 상처받고 있습니다. 오랜 단식 농성으로 생명을 잃을 위험마저 겪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보상금과 대학입시 지원 문제를 둘러싼 특혜 시비로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가고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이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을 말리기 위해 스스로 단식에 들어갔다 합니다. 정의당 지도부도 청와대 앞에서 박 대통령이 해결할 것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단식을 말릴 수 있는 진짜 방법은 문 의원의 단식이 아닙니다. 대통령을 움직이는 진짜 방법은 정의당 지도부의 단식이 아닙니다. 더 이상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세월호 모멘텀'의 희망을 줄 수 있는 구상과 실천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한 민심의 획득입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안 지사에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드물게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있는, 즉 대선 주자급으로 여겨지는 유력 정치인들이 나선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더 나아가야 합니다. 좀 더 전향적이어야 합니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세월호 모멘텀'의 관점에서 조망하며, 당 차원으로 또 야권 차원으로 정치권과 학계·법조계·종교계 등 각계각층에서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낼 구상과 실천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박 시장과 안 지사는 '세월호 모멘텀'이 이뤄져야 보다 좋은 서울과 보다 좋은 충남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세월호 모멘텀'은 단지 세월호 참사가 아닌 국가 혁신과 지역균형발전 그리고 사회 전환을 가리키는 말이 될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행보를 볼 때 새정치민주연합이 '실패'의 상태를 지속한다면, 유가족은 더 크게 다칠 것이며 '세월호 모멘텀'으로 가는 통로는 차단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실패의 미궁에 갇혀버리고 말 것입니다. 위상도 역할도 없는 식물 정당 혹은 위성 정당이 되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남는 것은 삼풍백화점처럼 무너져 내리는 것밖에 없을 것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은 '세월호 모멘텀'의 관점에서 보면, 시작에 불과합니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시작보다 중요한 것은 끝입니다. 그 끝이 바로 '세월호 모멘텀'입니다. 시작은 끝의 관점에서 조망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세월호 모멘텀'을 분명한 목표로 삼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그려야 합니다. 그래야 유가족과 시민의 공감을 바탕으로, 보다 중장기적이고 생산적인 갈등을 조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다 좋은 국가와 사회로 가는 길을 터주는 갈등말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참으로 비루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정치권, 특히 제1야당을 비롯한 야권을 보며 든 생각입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또 사색하고 스스로를 성찰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그것도 매우 아주 긴급하게. 세월호 특별법에 머물 것이 아니라, '세월호 모멘텀'을 이루기 위한 실천을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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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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