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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청와대 문은 열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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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청와대 문은 열리지 않는가

[주간 프레시안 뷰] 박근혜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떠나던 날 밤, 손석희 앵커가 "이제 현실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공감이 갔습니다. 그가 한국에 머물렀던 100시간은 정말 꿈같았기 때문입니다. 가난하고 배척받는 이를 위해 '무관심의 세계화'가 아닌 '연대의 세계화'를 이루자는 그의 말씀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정의와 평화, 화해와 일치를 위해 우리 각자가 '희망의 지킴이' '기억의 지킴이'가 되자는 말씀도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광화문 농성장에서 단식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와 한상봉이 쓴 교황에 관한 책 <교황과 나>(메디치미디어 펴냄),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다섯수레 펴냄)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해 3월 그의 교황 취임 이전만 해도 사제 성추문 등 온갖 스캔들로 땅에 떨어졌던 가톨릭 교회의 위상이 단숨에 뒤바뀐 것은 온전히 그의 존재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벗으로, 지극히 낮고 겸손한 자세로,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과 소통하고 공감한 결과일 것입니다. 단 한 사람,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톨릭 교회가 자그마치 2000년을 이어오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조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끊임없는 '자기 쇄신'이라는 지적에도 고개가 끄떡여졌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65년)를 소집해 교회의 쇄신과 세상과의 소통을 이끌어낸 요한 23세,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그런 분입니다. 세월호를 비롯한 수많은 참사와 비극, 그때마다 제기됐던 국민들의 개혁 요구에도 '우리는 왜 자기 쇄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나' 하는 안타까움도 느꼈습니다.

▲ 8월 19일 자 만평 "교황님, 잘 가요~나 바뻐!" ⓒ프레시안(손문상)

다시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합의했지만, 유족들은 이 합의안을 거부했습니다. 여당과 청와대는 '할 만큼 했다'며 팔짱 끼고 있고, 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정치권과 일반 국민의 시각에 커다란 간격이 있음이 분명히 드러난 것입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39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 씨의 면담 요청을 거부한 채 대변인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14일 도착한 교황이 서울공항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을 때 그의 등 뒤에 숨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여당 뒤에 숨어버렸습니다. 지난 5월 16일 세월호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사, 집행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진상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는 유족들의 요구만이 유일한 방법이냐는 데에는 물론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소권보다는 강제조사권을 부여해 충실한 조사를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 그리고 이에 바탕을 둔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유족들의 간절한 염원을 정치권이 처음부터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악재로만 받아들인 여당은 7.30 재보선 승리 이후 하루빨리 세월호를 잊자는 태도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야당은 두 번이나 부실한 합의를 한 탓에 유족과 시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유족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니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고,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니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당은 야당에 대해 이번 합의안을 유족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득의 책임은 야당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 자신이 나서야 합니다. 지난 5월 16일 유족들에게 한 약속에 대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유족을 만나야 합니다. 마침 정동영 전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왜 청와대 문은 열리지 않는가?"라며 "유민 아빠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교황이 잡아준 고통 받는 이의 손을 박 대통령은 왜 잡아줄 수 없는가?"라는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외국의 종교 지도자(프란치스코 교황)가 만난 자국의 고통 받는 이들(세월호 유가족)을 그 나라의 최고지도자(박근혜 대통령)가 만나지 않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만나서 설득하고 또 책임 있는 진상 규명을 다시 한 번 약속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거듭나는 진정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과 권한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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