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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시진핑과도 손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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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시진핑과도 손잡을 수 있을까?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교황이 내민 화해의 손, 중국의 선택은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간 진행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이 모두 끝났다. '교황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교황이기에 이번 방한 중 그의 연설과 행보도 국내외 수많은 관심을 받았다. 평소 소탈한 품행으로 유명한 교황이 이번 충남 서산시 해미순교성지에서 건넸던 말 한마디는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천주교는 정복자로 오지 않습니다. 몇몇 아시아 국가들은 천주교도들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바티칸과 전면적인 관계를 맺지 않은 나라들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개방적인 태도로 대화를 추진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교황이 말한 바티칸과 '전면적인' 관계를 맺지 않은 아시아의 나라로는 북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부탄, 브루나이와 중국이 있는데, 일부 특수한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칼 맑스의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는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은 사회주의국가들이다. 이번 교황의 발언은 특히 중국을 지목했다고 하는데, "천주교는 정복자로 오지 않습니다(Christians don’t come as conquerors)"라는 대목에서 교황은 특히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조심스럽게 표명한 걸로 보인다.

또한 교황은 귀국하는 비행기에서도 중국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드러냈다. 바티칸은 중국을 존중하며 자신의 의무와 책무만을 이행할 것이고 다른 조건은 하나도 없다며, 내일이라도 당장 중국에 가고 싶다고 말하였다. 과연 바티칸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기에 교황이 이런 발언을 하는 걸까?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7일 해미 순교성지를 방문했다. ⓒAP=연합뉴스

중국 천주교의 역사

중국 천주교의 역사는 우리보다 길다. 아니, 우리 천주교 역사가 중국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말청초(明末淸初), 서양 세력이 아시아로 진출함에 따라, 많은 천주교 선교사들 역시 중국에 왔다. 이중 특히 유명한 이로는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중국명 리마두(利瑪竇) 1552-1610)를 들 수 있다.

그는 당시까지 세계가 네모라고 생각했던 중국인들의 생각을 깨뜨린 세계지도 '곤여만국전도(坤與萬國全圖)'를 제작하고, 천주교 교리서인 '천주실의(天主實義)'를 써 처음으로 '천주(天主)'라는 용어를 만들어, '가톨릭(Catholic)'을 '천주교(天主敎)'로 자리 잡게했다. 이들은 중국인과의 교감을 증대시키기 위해 중국 선비들의 옷차림을 하고 유학(儒學)에도 정통하여 당시 중국 지식인들은 그들을 '서유(西儒, 서양의 유학자)'라고 부르기까지 하였다. 특히 중국 선교의 선두주자였던 천주교의 예수회는 지식인들이 모인 집단으로, 천주교 전파시 지식을 도구로 삼아 상류층에게 다가갔다.

그 결과 서광계(徐光啓)와 같은 명의 지식인들은 서양의 천문·지리·수학 등의 학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천주교에 귀의하게 되었고, 천주교는 상류층을 중심으로 아래로 전파되었다. 참고로 서양 선교사들이 선교를 위해 지식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실학의 바람이 불었다고도 한다. 조선의 많은 사신들은 중국에 다녀가며 서양 학문과 함께 천주교 사상을 조선에 전파하였다. 한국 천주교는 선교사가 전파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조선의 대표적인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도 서양 학문에 관심을 가지면서 천주교를 믿었던 원인이 바로 이것이다.

명이 망하고, 청이 들어선 이후에도 천주교는 중국에서 매우 성행하였다. 아담 샬(Adam Schall, 중국명 탕약망(湯若望), 1591-1666)과 같은 선교사는 청 궁궐에서 천문학과 관련된 흠천감(欽天監)의 직책을 맡았다. 여담이지만 볼모로 청에 잡혀간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와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강희제가 들어선 이후 청과 바티칸 사이에 미묘한 알력다툼이 발생하여 중국은 더 이상 천주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즉, 천주교는 유일신 신앙이기 때문에, 교황은 사신을 통해 청의 제사와 같은 일련의 행위를 금지시키도록 명령하였다. '천자(天子)'를 자처하는 강희제에게 교황의 명령은 강희제를 분노하게 하였고, 결국 천주교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중국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중국과 바티칸 사이의 장벽

그 후 1840년 아편전쟁의 발발과 함께 시작된 서양열강의 침략 이후 천주교는 다시 중국에 돌아왔다. 또한 신해혁명 이후 세워진 중화민국은 1942년에 바티칸과 국교를 맺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얼마 후 벌어진 중국 내전과 공산당의 승리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되면서 천주교는 또다시 중국 대륙에서 사라진다. 당시 바티칸의 대사는 패전한 중화민국 정부를 따라 타이베이로 갔고, 한 나라에 하나만 설치할 수 있는 대사관을 이곳에 설치하였다. 현재도 다른 국가와 수교할 때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이기에 타이완을 하나의 나라로 인정한 바티칸과는 당연히 현재까지 국교를 맺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에 천주교 성당과 신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바티칸과 수교를 맺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신부들은 모두 교황청의 인정을 받지 않은 '중국식 신부'이다. 즉, 한 교구의 장인 주교를 임명하는 것에는 교황청의 동의가 필수이지만, 중국은 교황청과 수교를 맺지 않아 그 동의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형식적으로라도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주교와 추기경 등을 두었는데, 문제는 바로 공산당이 이들을 임명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임명된 '중국식' 주교는 새로운 신부를 서품(敍品)하는데, 이렇게 뽑은 신부 역시 '중국식'이다.

이렇게 중국은 바티칸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여 타이완과의 관계를 단절하기를 바라고, 바티칸은 중국 내 천주교가 교황청의 관리에 들어오길 원하여, 결국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안과 중국의 변화

이번 방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차례 중국을 언급하며, 우호의 손길을 뻗었다. 중국 역시 교황의 이러한 행보에 기존의 틀을 깨고 매우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우리도 배워야 하겠지만, 기존의 천주교의 권위와 악행을 암시하는 '교황(敎皇)'이라는 용어가 중국 대륙의 비신자들과 한국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니 '교종(敎宗)'이라는 말로 대체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한 이번 방한 중 교황은 중국의 영공을 지나며, 시진핑 주석에게 "각하와 귀국 인민들에게 가장 좋은 축원을 보내며, 주께서 중국에 평화와 안녕을 내려주시길 빕니다(謹向閣下與貴國人民發出最良好的祝願,願主賜予中國和平與安康!)"라고 전보를 보냈다. 이를 두고 홍콩의 펑황 TV(鳳凰電視)는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68%의 중국인들은 교황이 중국과 우호적인 수교를 원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실 이는 교황이 비행기 탑승 중 일국의 영공을 지날 때 행하는 형식적인 외교 의례이다. 하지만,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시, 중국이 교황의 자국 영공 경유를 금지하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변화이다.

현재 중국은 초강대국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지고 다른 나라를 위협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강조하는 것은 진정한 강대국이 아닌 패권국가일 뿐이다.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며, 전 세계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교황이 먼저 중국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강대국을 향한 중국, 강희제와 같이 '천자'라는 패권만을 행사할 것인가, 아니면 평화와 공존을 위하는 진정한 강대국이 될 것인가? 교황의 물음에 중국이 과연 어떻게 답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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