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38일 단식 유민 아빠 "대통령께 무릎꿇고 간청드리겠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38일 단식 유민 아빠 "대통령께 무릎꿇고 간청드리겠다"

중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은 통과, 세월호 유가족만 막아선 경찰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8일째 단식 중인 고(故)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청와대로 향했다. 이틀 전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어 직접 면담 신청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청와대 앞에서 김 씨를 막아섰다. 한 시간여의 실랑이 끝에 김 씨는 겨우 면담 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던 김 씨는 20일 오후 유가족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원재민 변호사와 함께 청와대로 향했다.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계속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를 찾아가겠다"며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한 지 이틀 만이다.

38일째 단식으로 거동이 불편한 김 씨가 1.5km, 도보로 25분 정도 떨어져 있는 청와대를 지팡이를 짚어 찾아간 이유는 대통령 면담 요청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어떤 반응도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가 청와대 앞 분수대에 도착한 순간 수십 명의 사복 경찰들이 청와대로의 진입을 막았다. 이에 김 씨와 원 변호사는 면담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이지 시위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며 길을 터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은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

▲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영오(오른쪽)씨의 진입을 막아서고 있는 사복경찰들 ⓒ프레시안(이재호)

이에 김 씨와 원 변호사는 경찰의 저지를 뚫고 진입을 시도했으나 38일째 단식을 한 몸으로 수십 명의 경찰을 뿌리치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길이 막히자 김 씨는 "차라리 (나를) 죽여라"며 진입을 막고 있는 경찰 손을 붙들고 자신의 머리를 수차례 내려치기도 했다.

경찰은 김 씨의 청와대 진입은 막았지만 수백 명의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 통행은 허용했다. 이에 김 씨와 현장을 지나가던 몇몇 시민들은 "세월호 유가족은 중국인보다 못한 것이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정의당 국회의원들 역시 현장 책임자에게 진입을 막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정진후 의원은 김 씨가 면담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길을 막지 말라고 요구했고 한 시간 정도의 실랑이 끝에 경찰은 김 씨와 변호인만 들어가는 것을 조건으로 청와대로의 길을 터줬다.

면담 신청서를 작성하고 나온 김 씨는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 이유에 대해 "국회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유가족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니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호소하려고 면담을 신청했다"며 "대통령을 만나면 무릎 꿇고 간청드리겠다. 만나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가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동조 단식에 나선 야당 의원들을 향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은 (저와 같이) 굶는 것 보다 그 시간에 싸웠으면 좋겠다. 굶으려면 전 의원이 다 나와서 앉아 있든가"라며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이날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대표가 자신을 찾아온 것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을 설득시키고, 여당 대표를 설득시켜야 하는데 유가족을, 나를 설득시키러 왔다"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가 단식 중단하는 것이 중요하냐, 아니면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냐"고 반문했다.

김 씨는 "작은딸이 오늘 아침에 단식 그만하라고 문자가 왔다"며 "큰 딸 억울한 것 풀고, 작은딸과 밥 한 끼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 씨는 21일 오전까지 연락을 기다리겠다며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지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김 씨가 실랑이를 벌이며 면담 접수를 했던 그 시간 동안 청와대의 책임있는 관계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