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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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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으며

[주간 프레시안 뷰]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8월 14일) 한국을 찾았습니다. 지난해 3월 교황으로 선출된 그는 가난하고 박해받는 이를 섬기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본분이라며, 파격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8일 교황은 첫 방문지로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을 찾았습니다. 북아프리카 사람들의 유럽 밀입국 경로로 수많은 사람들이 도착도 하기 전에 목숨을 잃는 곳입니다. 교황은 그 자리에서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며 불평등의 경제를 질타했습니다. 주가지수의 등락에는 일희일비하면서 노숙자의 죽음에는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 '무관심의 세계화'를 개탄했습니다.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입니다. 유럽의 수백 년 지배 속에 가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슬픔의 대륙에서 살아온 그는 이웃의 고통에 눈 감지 말라고, 이웃의 슬픔과 함께하라고 권합니다. "우리의 끝없는 슬픔은 끝없는 사랑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 세월호 희생자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씨와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는 6킬로그램에 달하는 십자가를 메고 안산~팽목항~대전까지 38일을 걸었다. ⓒ프레시안(최형락)

교황이 한국 땅을 밟기 1시간여 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씨와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를 중심으로 한 십자가 순례단이 안산에서 진도 팽목항을 거쳐 총 900킬로미터를 걸어 38일 만에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15일 이들은 이곳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자신들이 메고 걸었던 십자가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서울 광화문에서는 또 다른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32일째 단식을 벌이고 있습니다. 가수 김장훈 씨를 비롯한 시민 416명도 동조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난 7일 여야 합의로 마련된 법안에는 진상 규명의 핵심인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꽃 같던 아들딸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를 밝혀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자신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유가족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대응은 다릅니다. 유가족과 협의 없이 덜컥 특별법에 합의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 대표는 유가족들에게 "어떻게 모든 것을 다 얻으려 하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모든 것'이 아니라, 진실 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 장치입니다. 박 원내대표는 아직 유가족과 시민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제대로 단식을 했으면 벌써 (병원에) 실려 갔어야…"라는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의원은 유가족 중에 반체제 세력이 있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니, 치유와 해결에 나설 리 없습니다. 그저 당리당략만 계산하고 있을 뿐입니다. 단원고 생존 학생의 말처럼 대한민국이 미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인 한상봉은 교황 방한을 앞두고 교황마저 '가공 처리'할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기에 기대서 그 이미지만 차용하고, 그 정신은 실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 공영방송은 지난해 교황의 브라질 방문 때 55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있었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온 나라가 들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입니다. 한상봉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영적 세속성'을 가장 우려한다고 합니다. 신앙심이나 교회에 대한 사랑이라는 미명을 앞세우며 실은 인간적인 영광과 개인의 안녕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이웃의 고통에 대한 공감, 즉 가난한 이들에 대한 섬김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방한을 떠들썩한 행사가 아닌, 자기성찰과 깨달음의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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