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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이젠 폐지 줍는 노인 일자리도 뺏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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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기업, 이젠 폐지 줍는 노인 일자리도 뺏나?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고물상도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원한다

'재활용자원 수집소'라는 이름을 아는지? 일명 '고물상'이다. 말이 고물이어서 인상이 좋지 않아 보이지만, 자원의 지속 가능한 사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동네 '자원순환 관련 시설'이다.

단독주택 가정들이 폐지와 페트병, 맥주 캔, 간장통을 문 앞에 배출했다고 가정하자. 동네 골목골목을 다니는 폐지 수집 노인들이 문전에 배출된 재활용품들을 분류하여 담고, 고물상으로 가져와서 판매한다. 동네 고물상은 재활용품별로 선별 보관하여 일정한 양이 되면 처리업체에 판매한다. 처리업체 고물상은 분쇄, 압축, 절단 등 가공을 하여 최종 수요처인 공장에 납품한다. 이것이 재활용품이 모이고 유통되는 과정이다.

ⓒ전국자원재활용연대

동네 고물상, 1톤 수집상들이 중심이 되어 전국자원재활용연대를 조직했다. 왜 만들었을까? 재활용 사업자로서 동네 고물상의 기능과 역할을 인정받으려는 것이다. 재래시장과 노점상은 보호와 지원 정책이 필요한 서민의 생계수단이다. 그래서 일부 생존권이 보장되고 정책적 지원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약자인 고물상도 보호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고물상에 대한 지원 정책은 언감생심이다. 고물상은 '생존권의 평등'도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에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하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재활용연대는 고물상의 기본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하여 활동하고 있다.

200만 재활용인의 '생존권' 희망을 담아

모든 배출물을 쓰레기로 처리하던 시대가 있었다. 환경부의 법적 체계는 아직도 그 당시에 머물러 있어 재활용업계의 족쇄가 되고 있다. 고물상의 기본 생존권 보장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법과 제도의 정비에서 출발해야 한다.

첫째, 고물상의 기본 생존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입지 문제이다. 현행법상 고물상은 발생처인 도심에서 운영할 수 없다. 자원재활용연대는 주거·상업지역에서 건축할 수 있는 건축물에 '자원순환 관련 시설(고물상)'을 열거하여 고물상에도 도심에서 영업할 권리를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였다. 그리고 도시 외곽 지역의 고물상의 입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개발제한구역에서 보전 가치를 상실한 곳에서 일정한 시설 기준을 협의하여 입지를 허용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정부는 대안 제시 없이 묵묵부답이다.

둘째, 고물상의 취급 품목인 재활용품을 폐기물로 규정하는 문제이다. 우리는 배출 단계에서부터 순환자원과 폐기물을 구분하기를 요청해 왔다. 다양한 순환자원의 재활용을 촉진하여 최종 폐기물로 매립되는 것을 줄여야 한다는 제안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상 생활계나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모든 물질이나 물건을 폐기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물상은 공장에서 재생재료로 쓰는 많은 재활용자원을 취급하고 있음에도 폐지, 고철, 폐포장재 등이 폐기물로 규정되어 규제를 받고 있다. 심지어 폐전선, 폐의류, 장판 등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취급하고 있음에도 범법자가 되어 벌금을 맞는 상황이다. 재활용자원을 포괄적으로 제한한 것은 재활용을 촉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에 묻는다. 모든 배출물을 폐기물이라고 규정하는 법적 체계로 자원순환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가? 자원순환 정책 순위에서 순환 자원을 선행으로 하고, 폐기물을 후행으로 정립하여야만 거꾸로 가는 재활용 정책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전국자원재활용연대
거꾸로 가는 자원순환 정책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96번이 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이다. 분리 배출이 잘 되어야 재활용이 촉진되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첫째, 국토부는 고물상의 입지 애로사항 개선을 위한 법령 정비를 미루고 있다. 그 사이에 민원을 빙자하여 지자체의 고물상에 대한 행정 행위가 교통 스티커를 남발하듯이 진행되고 있다. 원상복귀명령과 이전명령 등으로 고물상의 생존권이 위험에 처해 있다. 제도적 안정성이 없는데 고물상이 어떻게 시설 개선에 투자할 수 있단 말인가?

둘째, 환경부는 특·광역시 1000제곱미터, 시·군·구는 2000제곱미터 이상의 고물상에게 적법 부지를 갖추고 지난해 7월 24일까지 폐기물 처리 신고를 하도록 하였다. 재활용 사업자가 폐기물처리업자로 전락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된 것이다. 국회에서 유예기간 연장법안을 통과하고, 그동안 국토부와 입지 대안을 마련하자고 는 우리의 요구를 묵살하고 시행했다. 현재도 적법 부지가 없어 대상자의 약 80%가 신고를 못 하고 있고, 규모 미만 고물상은 신고 대상은 아니지만 적법 부지에 있지 못하여 생업이 박탈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셋째,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8일 세법개정안에서 폐자원재활용 의제 매입 세금 공제율을 106분의 3에서 103분의 3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사업자가 아닌 폐지 수집 노인 등에게서 주민등록을 증빙하여 매입한 것을 매입 총액에서 106분의 6을 인정해주던 것을 103분의 3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하겠다는 의미이다. 세금이 63% 증가하는 세법개정안이었다. 고물상과 폐지 수집 노인의 생계를 더욱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장기 불황과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말이다.

자원재활용연대는 공제율 축소 철회와 일몰제를 폐지하고 상시 제도화를 주장하였다. 재활용 촉진을 통해 환경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만든 법의 목적에 맞게 공제율을 최초 110분의 10으로 상향하라고 하였지만, 결국 105분의 5로 축소되었다. 주민등록 증빙이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여 주민등록 방식의 의제 매입 제도 대신 매출액 대비 매입액을 인정해주는 인정 과세로 전환하자고 대안 입법을 추진하자는 것도 묵살하고 있다. 아니면 재활용자원 수집업을 광산업이나 농산물생산처럼 일차 산업으로 분류하여 면세 대상으로 하는 방안도 제시하였다.
넷째, 국세청은 구리, 철 스크랩 정상 거래 사업자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세무조사와 고발을 강행하고 있다. 매출처가 구리나 고철을 팔 때는 세금계산서를 정상 발행하고서, 매입을 증빙하지 않고 폐업이나 도주를 하면 그 해당 업체의 잘못을 정상 거래를 한 매입처에 묻고 있다. 지급한 부가세와 매입도 인정하지 않고 매출 대비 약 15%의 상상할 수 없는 세금을 미리 매긴다. 또한 검찰에도 고발하고 있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가 나와도 행정적으로 끝까지 밀고 간다. 타 업체의 잘못에 대해 연좌제를 적용하듯 연대 책임을 묻고 있다. 정상 사업자들이 도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세 고물상에 대해서는 5년 전 의제 매입 자료까지 들춰내며 압박하며 세수 증대에 혈안이 되어 있다.

다섯째, 최근에는 영세 고물상이 대부분 쓰고 있는 2007년도 이전 집게 차량의 난간대에 대한 단속과 고발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서 2007년부터 방통일체형으로 만들기 전까지는 그 이전에는 정부에서 구조 변경 형식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영세 상인이 쓰고 있는 2007년도 이전차량 약 2만 대는 불법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1억1000만 원이 넘어가는 신차를 사라는 말인가? 현재 30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벌금이 부과되고 있다. 집게 차량은 재활용 자원의 현장 수거 및 운송 차량으로 쓰이는 생계에 꼭 필요한 트럭이다. 푸드 트럭보다 산업적 역할이 더 큰 수집 운송 차량이다. 양성화를 해줘야 한다.

ⓒ전국자원재활용연대
재벌 대기업, 지자체마저 고물상 시장 진출

기가 막힐 지경이다. 정부 각 부처는 영세한 고물상과 재활용업체를 말살하는 전면적인 압박을 한다. 그 빈자리를 재벌 대기업과 지자체로 채우겠다는 속셈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우리는 대기업의 고물상 진출과 지자체가 공공성으로 포장한 민간 고물상 진출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고철시장 진출로 유통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골든브릿지증권사의 고철 시장 진출도 이어졌다(골든브릿지는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해 해당 사업을 벌이고 있다. <편집자>). 포스코엠텍은 구리 수집 시장에서 50%를 석권하여 기존 재활용업체의 생존권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전문업체의 부도가 증가하고 재활용 종사자의 일자리가 붕괴하고 있다. 재벌 기업의 골목상권 붕괴의 종결판이다.

대기업은 재활용 회수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에 집중하지 않고 눈앞에 이익에 급급하여 수집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대기업 진출로 재활용시장 붕괴 문제와 상생의 대안을 찾으려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재활용자원 수집, 유통, 가공업 등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여야 한다.

ⓒ전국자원재활용연대
지자체는 또 어떠한가. 지자체의 민간 재활용시장 진출 1단계는 서울시의 서울자원센터(SR센터) 설립이다. 서울시는 폐가전 수거를 통한 폐금속 회수사업을 하겠다고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였다. 60명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만 재활용인의 생존권을 고려하지 않고, 민간 고물상에 진출했다. 구청도 폐금속 수거 사업에 진출해 고물상의 폐가전을 취급 금지했다. 환경 파괴와 자원 유출이라는 오명 씌우기도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리사이클링 센터(RC센터) 설립이 늘어나며 지역 고물상을 단속으로 압박하고 있다.

지자체의 민간 재활용시장 진출 2단계는 서울시의 재활용 정거장 사업 추진이다. 단독주택의 재활용품 수거체계를 변경하겠다는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1500여 개 고물상과 최소 3만7500명의 개인 수집인의 일자리가 붕괴할 것으로 보인다. 생계형 고물상의 생존권이 박탈될 수 있는 재활용시장에 지자체까지 진출해서는 안 된다.

이에 전국자원재활용연대는 '재활용정거장'을 '순환자원 분리 수거함'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하였다. 환경부는 단독주택에서 분리 배출할 곳이 마땅치 않아 쓰레기봉투에 재활용 가능 자원 70%가 혼입된다고 한다. 그중 물질 재활용자원이 가능한 것과 폐비닐, 폐필름류 등 가연성 재활용자원을 쓰레기봉투에서 분리 배출 수거하자는 것이다. 관리는 폐지 수집 노인에게 맡기고 '재활용 수거 촉진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하는 복지 정책이기도 하다. 동네 골목골목마다 설치하여 쓰레기봉투에 재활용 가능 자원 70%가 혼합 배출되는 것을 분리하는 운동이며, 재활용 촉진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이는 정책이 될 것이다.

고물상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라
ⓒ전국자원재활용연대

동네 고물상에는 자영업을 하다 망해서 오는 사람들,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 장애를 입은 사람들 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 사회에서 밀려나 인생 2막이나 3막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그래서 바로 여기 동네 고물상이 생존해야 한다. 인생의 황혼기에 길거리로 폐지 수집에 나선 빈곤 노인 등을 위한 일자리 완충 공간은 보존돼야 한다.
고물상의 제도권 진입을 정부가 보장하지 않으면 200만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와 생존공간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고물상만 비제도권에 방치한 편향적인 정책을 펼쳤고, 자원재활용연대는 이를 바로잡아 고물상의 생존권을 보장하고자 한다. 아울러 사업 목적에 폐지 수집 노인, 장애인, 1톤 수집인 등 개인 수집인의 사회 안전망 및 복지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폐지 수집 노인들의 도로 사망 사고 및 안전사고 줄이기 운동이다. 우리는 실버존 확대, 생활 현장인 고물상을 거점으로 안전 교육 시행과 안전 조끼(하복, 동복) 및 야광 반사판 전수 지급사업, 안전수레 및 전동리어카 제작 보급 사업 등을 하고 있다. 또한 최빈곤층인 폐지수집 노인들이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 생활권 보장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기초수급 노인에 대한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에 적극 나서고도 있다.

더 나아가 모든 국민에게 빈곤에서 탈출할 기본 생활권이 보장되고 안전사고와 불공정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더불어서 모두가 함께 사는 공유 사회, 공유 경제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 봉주헌 전국자원재활용연대 의장은 폐지수집노인복지재단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 내만복 칼럼은 필자가 참여하는 팟캐스트 <만복라디오>에서 상세히 논의됩니다. 지난번 칼럼을 들으세요. (☞바로 가기 : http://mywelfare.or.kr/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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