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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야당, 제발 승리하겠단 의지를 가져라!

[주간 프레시안 뷰] 정의당-노동당 통합을 통한 진보 재편? 미션 임파서블!

미니총선이라 불렸던 7.30재보선이 끝났습니다. 새누리당은 전체 15곳 중 경기 수원정, 광주 광산을, 전남의 나주·화순, 담양·함평·영광·장성 4곳을 제외하고 모두 승리했습니다. 심지어 전남 순천·곡성에서도 '왕의 남자'라고 일컬어지는 이정현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새누리당의 대승으로 끝난 선거인 것입니다.

재보선 이후, 대한민국 정치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각 정치세력들은 이제 어떤 선택들을 할까요? 세간에서 거론되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중심으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해 왔던 그대로 Go!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어쨌든 정국 주도권을 행사하려고 할 것입니다. 세월호 국면의 전환에도 적극 나설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잠시 미뤄 놨던 규제완화 정책 등도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다시금 밀착관계를 맺어갈 것입니다. 선거에 패배했다면 새누리당은 청와대에 대해 국정쇄신을 주창하면서 변화를 모색했겠지만, 대승을 거둔 상황에서는 '지금 이대로'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더 큽니다. 결국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 그대로 국정을 운영해 나갈 것입니다.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독단적인 방식 말입니다. 통제 가능한, 혹은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언론,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의 표현에 따르면, '정부 여당의 전략 참모' 역할을 하는 언론을 앞세워 공론(公論)을 공론(空論)으로 만들어버리는 방식 말입니다. 반공주의와 성장주의를 앞세워 보수 우파층을 동원하면서 비판 세력들이 주장하는 바를 왜곡하고 무력화시키는 방식 말입니다. 그러면서 정치는 "국회에서 알아서 좀 하세요"라고 하면서 정치적 갈등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방치하는 방식 말입니다. 대권을 꿈꾸는 김무성 대표로서는 이런 식의 국정 운영이 계속 이어지면 위상과 역할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뭔가 어떤 식이든 성과를 낼 시도를 할 것이라는 점, 이 정도가 정부와 여당의 향후 행보에서 주목해 볼 사항입니다.

▲ 7.30 재보선 승리에 기뻐하고 있는 새누리당. ⓒ연합뉴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자의 이름? 새정치민주연합!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은 패배의 책임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을 공산이 큽니다. 겉으로는 혁신을 주창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할 뾰족한 수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130석이나 차지하고 있는 당을 쉽사리 깰 수도 없습니다. 국민경선제 등과 같은 이런저런 제도적 방안의 도입도 신선함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현 지도부의 사퇴 이후 당을 끌고 갈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물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하기도 쉽지 않다는 무기력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민의 처지를 잘 읽어 마음을 살만한 뚜렷한 정책도 없습니다. 당 정책 자료집이야 있을 것이고 이런 저런 법안도 있을 것입니다. 발의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당력을 그런 정책을 알리고 관철시키는데 쏟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1야당의 국회의원들이, 그것도 당을 쇄신하고 새로운 정책을 알리며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지켜줄 편을 더 늘리는데 앞장서야 하는 젊은(?) 의원들이 단식에 나서는 '농성의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단식 농성장에는 오히려 상징성이 강한 의원들이 있어야 합니다. 젊고 전문역량을 갖춘 의원들은 당원들과 함께 자신들의 정책을 알리는 실천에 나서는 게 맞습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정책을 갖고 나가야 하겠지요. 희생자 가족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더 나아가 국가의 무능력과 무책임함 때문에 희생당한 다른 많은 국민까지도 포괄하는 정책을 제시하면서, 왜곡된 보상금 시비에서 희생자 가족들을 구해낼 뿐만 아니라, 상처받은 국민을 보살피는 국가-정부 만들기에 나서야겠지요. 하지만 이런 논의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손학규 후보가 정계 은퇴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당 전반의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노장들의 은퇴를 계기로 젊은 정치인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활력을 찾고 원활한 당내 정비를 해나갈지, 제1야당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찾아갈지를 말입니다. 제발 제1야당답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치 그만 좀 하고, 뭔가 시원시원한 모습 좀 보이기 바랍니다.

존폐 기로의 정의당? NO, 그냥 그대로의 모습으로!

항간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통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습니다만, 별다른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패자들끼리의 연합이 무슨 감흥을 주겠습니까. 게다가 정의당은 나름 선전했습니다. 우선 노회찬 후보는 패배했지만 선전했습니다. 단지 929표 차로 패배했습니다. 무효표가 1403표였음을 고려할 때, 좀 더 빨리 단일화가 이루어졌다면 승리했을 것입니다. 진보재편을 두고 1076표를 얻은 김종철 후보와도 단일화를 이루어 냈더라면 승리 가능성은 더 높았을 것입니다. 천호선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의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7~11%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던 천호선 후보가 사퇴함으로써 박광온 후보는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를 7% 차이로 눌렀습니다. 단일화가 늦게 이루어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천호선 후보의 지지표가 거의 대부분 박광온 후보에게 갔다는 분석을 볼 때, 수원 정에서의 박광온 후보의 승리는 단일화 효과에 힘입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작을과 달리 수원정은 야권에게 유리한 지역이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노회찬 후보의 경쟁력과 단일화를 이끌어 낸 정치력, 그리고 천호선 후보가 수도권에서 야당의 유일한 승리에 기여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의당도 내분에 빠져들어 존립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지만, 제가 아는 한 그것은 공상 소설입니다. 그간 정의당을 있어도 없는 정당, 유령 정당 취급하더니 이번 재보선이 끝나고선 갑자기 이길 수도 있었던 정당이 뭔가 잘 못해서 패배했다는 식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무지 때문입니다. 정당의 흥망성쇠가 어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무지 말입니다. 정당은 쉽게 만들어지지도 않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만, 쉽게 사멸하지도 않습니다. 정당은 어떤 식으로든 일단 만들어지면 그 자체로 존립의 지속을 요구하는 층에 의해 움직입니다. 이를 ‘정당의 제도화 효과’라고 합니다. 한국의 정당들이 '이합집산-합종연횡'으로 쉽게 만들어졌다가 없어지지 않았느냐고요? 아닙니다. 해방 이후 한국의 정당들은 이름만 바꿔가며 민주당(계열)과 한나라당(계열), 그리고 진보정당(민주노동당 계열)로 계속 존재해 왔습니다. 현재의 여러 개의 진보정당들은 다 아시다시피 온전한 정당이 아니고, 파벌로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당의 외양을 띤 파벌 말입니다.

그런 중에 정의당은 그런 제도로 만들어지고 있는 정당입니다. 개혁적 자유주의 일파와 진보정당의 NL-PD 일파가 연합해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정당입니다. 그 과정에서 뭔가 눈길을 끌고 귀를 열게 하는 실천과 성과를 보여준 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꽤 안정적으로 별다른 내부 분란 없이 차근히 체계를 갖추고 있는 정당입니다. 물론 그것 때문인지 지방선거 때만 해도 정의당은 당 인지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 정당이었습니다. 대략 인지도가 4%대에 머물러 있던 정당이었습니다. 많은 유권자들이 노회찬과 심상정 두 대표가 정의당 소속인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정의당의 지지도가 낮았던 가장 큰 이유는 인지도 때문이었습니다.

정의당은 오히려 이번 재보선을 통해 좋은 정치인을 보유한 정당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긍정적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4% 미만이었던 정당 지지도가 재보선을 거치면서 6.5%까지 오른 것입니다. 동작을에서는 무려 10%대에 진입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긍정적 인지도 제고에 따른 지지율 상승이 당장 정의당의 정치적 위상을 강화시켜주는 것은 아닙니다. 설사 위상이 다소 강화됐다고 해도 그것에 걸맞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그래서 지지율 상승을 이어갈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독자적인 행보를 당분간은 계속할 것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의당의 공간은 오히려 더 넓어진 측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공간을 활용할 구상과 기획과 실천이겠지요. 이것이 썩 낙관적이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식을 보면 그러합니다. 진보판 선거정당인 것 아닌가 싶다는 것입니다. 노회찬 후보 같은 인적 자원에만 의존하는 선거 정당 말입니다.

정의당이 이와 같은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만,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노회찬-심상정-천호선-조승수 같은 당의 리더들이 그런 활동의 전면에 나서서, 시민과 함께 정치를 바꾸고, 민생을 개선할 수 있는 실천을 수행하는 시민정치의 대오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힘에 바탕해 야권 재편도 추동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연 그런 길로 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정의당-노동당 통합을 통한 진보 재편? 미션 임파서블!

많은 분들이 정의당과 노동당 등 진보정당들의 통합 혹은 진보 재편의 문제를 제기하고 계십니다. 분명 통합이든 재편이든 진보정당들은 뭔가 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지형에서는 진보정당은 현재의 제1야당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정당의 길을 모색할 수 없습니다. 대안정당은커녕, 제3당으로서의 독자적인 생존도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은 정의당과 노동당의 당 대 당 식의 통합은 불가함을 확인시켜줬습니다. 노회찬-김종철 단일화 시도 과정에서 그런 식의 통합은 가능하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노동당은 후보 간 합의 사항을 당 차원에서 수용하고 관철시킬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의당에 대한 핵심 활동가들의 적개심(?!)도 높은 편입니다. 정의당 역시 노동당과의 통합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크게 고민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시너지 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동당이 이름에 걸맞은 사회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고, 기발한 정책적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실 감각을 갖추고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는 진취성도 그다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번 재보선에서 정의당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는 것 말고 국민들에게 차별성을 인정받을만한 독창적인 정치적 시도도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통합이 아닌 방식으로 진보를 재편해야 합니다. 하지만 과연 진보의 이름으로 깃발 들고 재편을 시도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합니다. 진보라는 이름을 달지 않았기에 국민들의 지지를 못 받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념이 우경화됐다고 해서, 자유주의 세력과 가까이 지내고 있다고 해서 지지를 못 받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야권, 제발 좀 승리하겠단 의지를 가져라!

새누리당은 승리감에 젖어 있겠지만, 야권은 아마도 패인 분석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러 저러한 신문 정치 기사들이 그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패인 분석은 패배의 책임을 물으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피해 갈 수 없는 과제입니다. 분명 ‘과학’의 이름을 빌려 분석하려고 할 것입니다. 분석에 권위를 더해주는 것이 과학이라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정치는 과학이 아닙니다. 과학을 법칙성에 의거한 인과성 규명의 차원에서 정의한다면 그러합니다. 정치에는 규범과 의전은 있지만, 법칙은 없습니다. 반복된 현상을 보였다고 해서 그것이 계속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보수가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앞세우고, 진보가 안보와 성장을 외치기도 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에 따라 우선 과제를 선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정치는 부분에서 시작하지만 전체를 다뤄야 하기에 주어진 상황에 -순응이 아니라- 조응해야 합니다. 정권을 잡으려고 하는 것은 자신이 상황에 더 적합한 판단과 선택을 할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상황에 조응하는 실천 과정에서 무수한 변형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능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과학? 아닙니다. 의지입니다. 특히 승리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그 의지가 과학이라 불리는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자본과 시장>의 저자인 찰스 린블럼은 정치는 '의지의 발현'이라고 했습니다. 정치는 경제적 법칙에 의거해 설명할 수 없는 실천이라는 의미입니다. 승리의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를 잘 할 수 있습니다. 이기기 위해서 국민의 처지를 더 살피고 요구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특히 야권이 그러합니다. 노회찬 후보가 낙선 소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야권 지지자들은 이기는 야당을 원하고 있습니다. 혁신의 이름으로 우선해야 할 일은 과연 승리의 의지가 있는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자신이 국가와 국민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스스로의 믿음 속에 나라를 책임져보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변화가 있고, 과감한 선택이 있고 그것을 위한 전략과 정책이 나옵니다. 야권이 제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갖기 바랄 뿐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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