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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받은 야당,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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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받은 야당, 무엇을 할 것인가

[주간 프레시안 뷰] 새정치연합, 제 2당에 만족하나

7.30 재보선에서 야당이 참패했습니다. 11대 4,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참혹한 패배입니다. 1988년 이후 야당의 텃밭이었던 호남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 반면, 야권의 대권 주자였던 손학규, 김두관 후보는 패배했습니다. '진보 정치의 기둥'이라는 노회찬 후보가 패배했고, '노동자 정치'를 내세우며 출마한 쌍용차 김득중 후보도 5%대 득표에 그쳤습니다. 야당은 국민들에게 여당을 심판해줄 것을 호소했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무기력하고 무능한 야당을 심판한 것입니다.

어쩌면, 이번 참패는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야권은 자기 혁신의 노력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뚜렷한 구심점이나 구체적 정책대안도 없는 채, 내용 없는 선거연대로 유권자들의 표를 구걸했을 뿐입니다. 2012년 대선과 이듬해 총선, 그리고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선전한 것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 덕택이었지, 결코 야권이 잘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국민들은 야당의 수권 능력에 심각한 경고를 보냈습니다. 어쩌면 '사망선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 새정치연합 김한길 공동대표가 7월 31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회견하는 내내 김 대표의 눈은 붉은 상태였다. ⓒ연합뉴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야당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지만, 야당은 단 한 번도 쇄신의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쇄신을 이끌 강력한 지도부도 만들어내지 못했고, 그저 제2정당의 위치에 만족하면서 당내 권력다툼에만 골몰했을 뿐입니다. 한편으로 진보정당은 갈기갈기 찢긴 채 소모적인 전투만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에서 당명을 바꾸고 당의 상징색도 빨간색으로 바꾸며 야권이 내세운 정책 의제인 경제민주화와 복지사회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진정한 변화를 피하기 위한 겉치레 쇄신이었지만, 보수 여당은 적어도 변화하려는 척이라도 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들은 혁신을 외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도부는 당내 권력 유지에 급급하고, 의원들은 그저 자신의 재선에만 관심을 갖는, 지극히 현상 안주적인 야당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입니다.

130석을 가진 새정치민주연합은 결코 작은 정당이 아닙니다. 문제는 리더십입니다.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에너지를 담아낼 정책의 그릇을 만들어낼, 진정성 있고 지혜로운 지도부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코 미래의 권력을 넘볼 수 없습니다. 그 리더십은 안철수의 행보에서 드러나듯, 어떤 특출한 개인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냉철한 현실 인식, 그리고 치열한 당내 토론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사진과 함께 리더십도 형성될 것입니다.

야권의 참패 소식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 안산과 진도를 오가는 1000리 순례길을 걷고 있는 아버지들의 얼굴이었습니다. 한 유가족이 지적했듯이 이들이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것입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 피눈물을 뿌리는 유가족이 생기지 않도록,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그 첫걸음은 물론 철저한 진상규명입니다. 정부 여당이 이 일을 제대로 해낼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국민들에게 모진 심판을 받았지만, 그래도 야당이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습니다. 야당의 대오각성과 분발을 기대해 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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