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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일,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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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일,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주간 프레시안 뷰] 진실의 문을 열자

'진실의 문은 잠겨 있고 안전을 위한 출구는 없는 사회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행진에 나선다.'

'4.16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7월 23일 안산에서 서울까지 1박 2일 100리 도보행진을 시작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말씀입니다. 24일 오늘로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았지만, 비극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아직도 진도 팽목항에는 실종자 10명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유가족들이 있습니다.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정부여당의 완강한 반대에 막혀 있습니다. 수사권이 없는 조사위원회로는 비극의 진상을 밝혀낼 수 없고, 진실을 모른다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는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진실의 문은 잠겨 있고' '안전을 위한 출구는 열리지 않은' 것입니다. 유가족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민들이 세월호 이후의 한국은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여당이 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세월호 참사 100일, 실종자 가족들의 '기다림'은 현재진행형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를 잊은 듯합니다. 아니, 참사의 본질 자체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국정조사 위원장인 심재철 의원은 "학교 수학여행을 가다가 희생된 사건을 특별법을 만들어 보상해 달라는 것은 이치에도 어긋나는 것"이며 "세월호 사망자들이 수억 원의 보험금을 받는다. (중략) 안전사고로 죽은 사망자들을 국가유공자들보다 몇 배 더 좋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세월호 특별법"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유포했습니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는) 손해 배상 관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며 그 의미를 깎아내렸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닙니다. 국가가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중대 사건입니다. 또한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규명, 그리고 이에 근거한 안전사회의 건설입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참사의 본질과 의미를 왜곡하면서 그저 하루빨리 잊으라고 합니다.

이날 진도를 찾은 정홍원 총리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내 자녀, 가족이 몸을 바쳐서 세상을 바꿨다고 위안을 삼아 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세상을 바꿨다'니요. 세상이 바뀌었습니까?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300여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면서 우리 사회에 세상을 바꾸라는 중대한 경고를 보냈습니다. 유족들과 대다수 시민들은 그 경고를 받아들여 진짜 제대로 세상을 바꿔보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애써 그 경고를 묵살하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 사회의 실상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단순 교통사고로 치부하고, 유족들을 보상금에 눈이 먼 사람들로 격하시키며,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권을 한사코 거부하는 정부여당의 태도가 이를 증명합니다. 그동안 숱한 안전사고들이 계속됐던 것은 결국 제대로 진상규명이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박 겉핥기 식 조사로 사고의 본질을 파헤치지 못한 채 기존 관행을 계속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권과 이윤을 앞세운 자본과 권력의 검은 유착 속에 시민의 안전과 생명은 늘 무시돼 왔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한사코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300여 명이 속절없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도 전례가 없는 비극입니다. 사법체계의 근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입니다.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바꿨다'라고 말하려면, 참사의 원인과 배경을 철저히 파헤쳐야 합니다. 바뀌지도 않은 세상을 바뀌었다고 말하는 것은 뻔뻔스러운 거짓말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세상을 바꿀 기회를 우리에게 주었지만, 정부여당은 그 기회를 박차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철저한 진상규명에 의해 드러날 권력과 자본의 추악한 유착 실태가 두려운 것이겠지요.

지난 100일의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정부여당은 세월호 참사를 한사코 잊으라고 합니다. 이들에게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의 임무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 농성과 고난의 순례를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시민들이 나서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의 지시에 순종했던 수많은 세월호 승객들이 귀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선장은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서명을 하든, 집회와 도보 행진에 참가하든, 비극의 진실을 파헤치는 일에 힘을 보태야 합니다. 그래야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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