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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팔레스타인 출신 이스라엘 기자의 절망과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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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팔레스타인 출신 이스라엘 기자의 절망과 이민

25년 이스라엘 생활 청산하는 저널리스트 겸 작가 사예드 카슈아

"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들으면 팔레스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을 쓰는 것이고 이것으로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5년 동안 히브리어로 글을 썼지만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팔레스타인 출생으로 이스라엘 <하레츠>의 칼럼니스트이자 소설가로 활동했던 사예드 카슈아가 25년 동안의 이스라엘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남긴 말이다. 카슈아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주연을 맡은 시트콤 <아랍인 노동자>로 큰 인기를 얻은 코미디언이기도 하다. 아랍인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이스라엘에서는 이례적인 방송 프로그램임에도 그가 출연하는 시트콤은 7년째 '롱런'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이스라엘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보이는 그가 왜 갑자기 이스라엘을 떠나려는 것일까?

카슈아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내가 이스라엘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기사보기) 자신이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는 동안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알렸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지난날을 회고했다.

▲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린 사예드 카슈아의 글. 왼쪽 사진이 사예드 카슈아. ⓒ가디언 홈페이지 갈무리


아랍인으로 이스라엘에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고립무원의 삶을 선택한 것과 다름없다. 카슈아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유대인이었다며 이민족으로서 이스라엘 생활을 시작했던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25년 전 유학차 이스라엘에 처음 왔을 때의 일주일을 "내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당시 문학 선생님이 건네줬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히브리어 버전을 수 주일에 걸쳐 읽은 카슈아는 히브리어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게 됐고 자신이 책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자신의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1948년 '알 나크바'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내겠다고 다짐했다.

'알 나크바'는 '대재앙'이라는 뜻으로,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원래 이 지역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 90여만 명이 집단으로 쫓겨나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사건이다. 카슈아의 할아버지는 이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카슈아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난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기고에서 "재판도 없이, 정치적인 이유로 수년 동안 감옥에 갔던 나의 아버지 이야기를 히브리어로 하고 싶었다.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들이 나의 이야기를 읽으면 팔레스타인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의해 유대인 청년 3명이 숨졌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혐오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하마스의 소행이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청년들은 거리로 나와 "아랍인들은 죽어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카슈아는 여기에 이스라엘의 권력자들도 동참했다고 밝혔다. 그는 "권력이 있는 정치인들과 언론들은 민족을, 사람들을 구분 지으며 ‘우리는 아랍인들보다 더 낫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고 설명했다. 카슈아는 "(이들은) 유대인이 우월한 사람들이며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며 "이스라엘에서 힘있는 사람들이 아랍 사람들도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25년 동안 자신의 삶의 터전이었던 이스라엘을 등지고 미국 시카고로 향한다. 카슈아는 책장에 가득 쌓인 히브리어로 된 책 중 두 권만을 챙겨 이스라엘을 떠날 생각이다. 그가 25년 전 이스라엘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히브리어를 배워야 했던 그때처럼, 그의 이야기를 풀어낼 '새로운 언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갑자기 낯선 곳으로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그의 딸은 왜 떠나야 하는 것이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카슈아는 자신의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소리쳤던 딸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아이 옆에 앉았다. 그는 25년 전, 이스라엘에 왔을 때 그의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딸에게 해줬다. "기억해야 해. 네가 무엇을 하든, 넌 아랍사람이야. 알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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