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두고 집권여당의 민낯이 다시 드러났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조류독감(AI)으로 폄하했으며,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재철 의원은 '세월호 참사 유언비어'를 직접 유포했다. 심재철 의원은 지난 11일 세월호 유가족이 조원진 의원 발언과 해경 증언에 항의하자, 유가족을 퇴정 조치한 바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지난 18일 녹음된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서 심재철 의원의 "평소 심정을 보면 (국정조사 현장에서) 엄청 참은 것"이라며 "성격 있다(단호하다)"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지역구가 수도권이니 그 정도 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 기자 출신인 심 의원은 경기 안양 동안갑에서 내리 4선을 한 새누리당 중진이다.
심재철 의원이 지역구가 대구 달서구병인 조원진 의원과 달리, 수도권 여론을 신경 쓰는 이유는 현재 새누리당 모든 관심이 2016년 총선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비박계 김무성 의원의 새누리당 대표 입성이 그 증거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미래 권력' 김무성, '무대 본색'은 시간문제
'과거(현재) 대 미래' 구도로 치러진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친박계의 참패로 끝났다.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이 체면을 구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홍문종 전 사무총장 역시 당원들에게 버림받았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뿐 아니라, 250만여 당원들(2012년 기준)도 비박을 선택한 것이다.
이철희 소장은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시대가 채 2년도 안 돼 내용적으로 끝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무성 대표가 김태호·김을동 의원과의 연대로 친박계를 잠재울 만큼 "(당내) 기반이 넓다"고 평했다. 또 이철희 소장은 김무성 대표의 정치력에 주목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12월 말 공권력이 투입된 상황에서 철도노조 파업 철회를 이끌어냈다. 새누리당 최다선 의원으로, 현안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무엇보다 김무성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 법제화'를 주장, 현직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인정했다. 다음 총선이 오픈 프라이머리로 치러질 경우, 147명의 현직 국회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새누리당 당 대표 김무성'이 '나'를, '내 지역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의 결과다.
이종훈 스포츠 평론가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간 기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가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의 오찬이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와 마주하지 않고 나란히 앉았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 보기도 싫다"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의전상 결례에 해당한다.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가 '따로국밥'이라는 사실은 장관 인사 문제로 바로 표면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와 오찬이 끝난 후, 30분 만에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박근혜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를 2시간 차로 따돌렸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는 사실상 당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에게 사전 공지나 상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체면구긴 김무성 "정성근 거취 알고 있었지만…")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교육부 장관으로 황우여 전 대표를 지명함으로써 내각은 '김기춘-최경환-황우여'를 중심으로 한 친박으로, 당은 김무성 대표가 이끄는 비박으로 나뉘었다. 다만, 이종훈 평론가는 "새누리당 분위기는 (결정적인 순간) 김무성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묘한 구석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파트너에 한참 못 미치는 "일개 비서실장의 거수기가 됐다"는 자존심 문제 때문이라는 것.
이철희 소장은 "김기춘 비서실장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이완구 원내대표 형태로 '3+1' 또는 '1+3'으로 국정이 운영될 경우, 김무성 대표는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재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에 비교적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무대(무성 대표) 본색'이 점차 드러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야당과 손잡고 여론을 동원하는 방식"의 세련된 정치 행위로.
"김무성 대표가 지난 15일 청와대 김기춘 실장에게 '전화 통화하려면 어디로 해야 하나?'라고 물었다고 한다. 철도파업 당시 김기춘 실장이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은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그런데 김기춘 실장이 '나한테 직접 해라'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실장이 김무성 대표의 의도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동문서답한 것이다. 정치 고수들끼리 한바탕 은밀하게 주고받은 것이다."
7.30 승리 후, '먹고사는 문제'로 야권 재편하자
<이쑤시개>는 7.30 재보궐선거 이후, 향후 2년간 정치와 경제 영역에서 여야 간 일전(一戰)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철희 소장은 "정치가 재보선 이후 재밌어질 것"이라며 선거에 명운을 거는 정치권의 속성상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위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내수 확대를 꾀하는 '최경환 노믹스' 덕에 일대 회전(回戰), 즉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먼저 차기 총대선을 위해 이미 '김무성 카드'를 선택한 새누리당과 달리, "야권은 어느 카드를 뽑아야할지도 모른 채 혼돈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종훈 평론가는 새정치민주연합 조기 전대론을 제시했으며, 이철희 소장과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7.30 재보선에서 이기는 싸움을 한 후 자기 정돈에 들어가자고 주장했다. 야권 연대를 통해 15곳 승부처를 '7 대 8로 꺾자'는 것이다.
호남 4곳(광구 광산구을, 전남 순천시 곡성군, 전남 나주시 화순군, 전남 담양순함평군·영광군 장성군)에 손학규 상임고문이 출마한 경기 수원시병, 정장선 전 의원이 출마한 경기 평택시을 등 2곳을 합쳐 6곳은 승기를 잡았다고 내다봤다. 그리고 서울 동작을은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로, 경기 수원정은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으로 단일화해 최대 8곳을 야권 승리로 만들자는 구상이다.
한편, LTV·DTI 규제 완화와 사내유보금 과세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 활성화 대책에 대해 "철 지난 것을 자꾸만 꺼낸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윤철 교수는 최경환 부총리가 "'소득 주도 성장'이라고 말한 것을 들으며 '거짓말도 참 뻔뻔스럽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은 일시적이며, 기업 투자가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국민 모두가 이미 체감으로 알고 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부가 "규제완화를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강한 정부 시절의 기업 규제권을 지금도 갖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관련기사 : 최경환 선장의 '세월호', 걱정된다 / 최경환의 '킹핀'과 유보된 위기)
특히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은 곧바로 민영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의료 및 교육, 그리고 공공분야의 사영화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철희 소장은 "철도파업이나 의료 민영화 싸움을 겪으면서 민심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이미 대중적 동력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먹고사는 문제를 중심으로 쟁점이 형성되면 야권 세력을 재편할 동력이 생길 것"이라는 희망 메시지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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