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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이 '유족 뜻대로' 제정돼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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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이 '유족 뜻대로' 제정돼야 하는 이유

[주간 프레시안 뷰] 세월호 참사가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민낯'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7월 16일 어렵사리 출범했습니다. 안대희·문창극 두 총리 후보가 조기 탈락하고, 김명수(교육부)·정성근(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명자가 막판에 제외된 채 그야말로 간신히 출범한 것입니다. 1기 내각에서 탈락한 김용준 총리 후보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 등 5명을 포함하면 이제까지 박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급 이상 고위 관리 후보 중 9명이 불합격된 셈입니다.

이런 '인사 참사'가 일어나는 이유는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 때문만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수첩에 올라 있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온 사람보다는 출세를 위해 반칙과 부정을 저지른 인물들이 대부분입니다. 국민을 위해 소신을 지키기보다는 권력자에게 맹목적 충성을 바쳐온 사람들이 더 많은 때문입니다.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 개조'를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다짐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참사 자체가 국민의 안전보다는 정권 안보를 앞세우는 정부의 무능 때문에 일어난 것인데, 이처럼 무능하고 책임감 없는 정부가 참사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지요.

▲ 아이들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1박 2일 동안 걷고 또 걸었다. 십자가를 짊어지고 안산에서 진도까지 순례를 나선 친구의 부모를 보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인 친구의 부모를 보며, 아이들이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생존 학생'이라는 무게를 아이들은 스스로 받아 안았다. ⓒ프레시안(최형락)

세월호 유족들이 '4.16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던 지난 15일, 안산 단원고 근처에서 김익한 명지대 교수를 만났습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자신도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자기 자신도 세월호 유가족의 하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기록 전문가인 그는 지난 5월 초 진도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처음에는 참사 관련 기록 보존과 관련해 전문가로서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참사 현장을 직접 겪고 나서는 객관적 관찰자, 기록 전문가로 남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유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지 않고서는 관련 기록을 보존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천박한 자본과 무능한 정부의 합작으로 일어난 사건인데,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무능한 정부가 과연 진실의 실체를 규명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라 할 수 있는 김 교수는 또 "이제까지 정부는 물론이고 나 자신도 국민들을 우민(愚民)으로 봐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유가족들과 두 달 이상을 함께 지내면서 이 땅의 보통사람들이야말로 이번 참사의 성격과 대응 방향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유병언 등에게만 집중된 검찰 수사와 호통과 회피로만 일관한 국정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이른바 사회지도층, 기득권 세력은 참사의 근본적 원인을 파헤치지 않을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는 것이죠. 참사의 근본적 원인을 파헤쳐 들어가면 갈수록 천박한 자본과 무능한 정부의 끈끈한 유착관계, 우리 사회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가족들은 엄청난 보상금이나 대학 특례 입학 등의 특혜를 원치 않습니다. 그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철저한 진상규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독립적 조사기구가, 유가족들의 참여 하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참사의 원인과 구조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 총체적인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그런데 집권 당의 원내대표는 조사기구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부여가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사법체계의 근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의 결과 천박한 자본과 무능한 정권의 유착 실태, 즉 기득권층의 유착으로 대다수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어온 '기존 사회체제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해서일 것입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태를 비롯해 이번 세월호 참사까지 수많은 비극적 참사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은 바로 그 비극의 근원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비극의 근원을 정치권과 사법당국 등 이른바 기득권 계층은 결코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유족들이 요구하는 ‘4.16 특별법’이 필요한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4.16 이후의 대한민국은 4.16 이전의 대한민국과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4.16 이후의 대한민국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4.16의 실체적, 전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대한민국을 안전사회로 만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유가족들의 뜻대로 특별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입니다. 유가족들이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1900리 고난의 순례에 나서며, 생존 학생들이 단원고에서 국회까지 1박 2일 도보 행진을 벌인 것은 바로 '세월호를 잊지 말아 달라'는, '진실을 규명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는 간절한 몸부림입니다.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이 과연 달라질 것이냐 여부는 '4.16 특별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능하고 책임감 없는 저들에게 진실 규명의 주도권을 넘겨줘서는 결코 우리 사회는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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