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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 라임…故김동협 군이 남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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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 라임…故김동협 군이 남긴 영상

[영상] 유족들, 세월호 침몰 당시 영상 추가 공개

"지금 구조대가 오고 있대요. 해상 구조대. 내가 왜 수학여행을 와서! 나는 꿈이 있는데, 살고 싶은데! 내가 진짜욕도 나오고! 울 것 같은데! 나 진짜 뉴스에 나오면 이 영상 보낼 겁니다. 나 웁니다. 나 진짜 무섭습니다 지금."

휴대전화 카메라에 포착된 아이들의 표정엔 약간의 장난기와 두려움이 교차돼 있었다. 기울어진 선내 모습을 훑은 뒤 "이거 보이시죠? 이거 60도에요. 얘 앉아 있는 거 보이시죠? 얘는 정자세로 앉아 있는데 60도. 나 무서워. 살고 싶어"라고 말한다.

처음엔 장난스럽게 현장 상황을 '중계'했던 영상 속 학생은 "가만 있어!"라는 외침과 함께 안내 방송이 나오자 "해경이 오는 것 같은데요. 10분 동안 여기서 버티랍니다. 이 개자식들, 없애버릴 거에요"라고 분통을 터뜨린다.

또 다른 영상엔 기울어진 선체로 인해 침대에 위태위태하게 매달린 학생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한 학생이 "수학여행 끝났어"라고 말하자, 여러 명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다. 자신들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한 학생은 몇 차례나 "이거 실제 상황이야"라는 말을 반복한다.



(*모바일 기기에선 동영상이 구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상 바로가기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편집자)

세월호 침몰 사고 유족들이 침몰 당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을 17일 추가로 공개했다. 세 영상 모두 이제껏 언론 등에 공개되지 않았던 것으로, 9분30초 분량의 첫 번째 영상은 단원고 2학년 6반 학생인 고(故) 김동협 군이 촬영한 것이다. (☞영상 바로가기)

"구조대가 오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냐구요. 지금 구조대 와도 300명을 어떻게 구합니까? 승객 다 포함해서 1000명은 될 텐데. 이거 어떻게 합니까 내가. (중략) 내가 왜 제주도를, 오하마나호를 안 타서. 세월호를 타서."

"실은 내가 여자친구도 없는데, 내가 진짜 한 명 사귀어 볼걸. 제가 모솔(모태 솔로)은 아니니까 괜찮은데요. 나 진짜 지금 눈물이 찔끔 나왔거든요."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광화문광장. 영상 속 동협 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이를 지켜보던 유족들이 흐느꼈다. "나는 진짜 살고 싶은데!"라고 소리치는 동협 군에게 다른 친구는 "진정해, 살 수 있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영상이 촬영된 4월16일 오전 9시10분. 선체는 이미 급격하게 기울고 있었고, 장난스럽게 '중계'를 하던 동협 군도 "무섭다, 살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단원고 2학년6반 고 김동협 군이 세월호 침몰 당시 남긴 영상 캡쳐.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또 다른 영상엔 기울어진 객실 2층 침대에 학생들이 위태위태하게 매달린 모습이 담겼다. (☞영상 바로가기)

"진짜 죽는 거 아니야?"
"살려줘"
"기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침몰 안 할거야, 안 해야만 해"

학생들도 저마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로에게 말을 건넨다. 장난스럽게 카메라 앞에 'V자'를 그려보고, 누군가는 "침몰하는 것 아니냐"며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를 흥얼거리지만, 이내 긴장한 듯 서로의 구명조끼를 챙긴다.

한 학생은 카메라에 "엄마 아빠 사랑해요. XX야 너는 수학여행 가지 마. 오빠처럼 이러지 말고"라며 가족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핸드폰 안 터져? 망했다. 죽기 전에 할 말은 남겨야 하는데"라며 웃는 남학생의 표정이 너무나 해맑아, 영상을 지켜보던 세월호 가족들이 또 한 번 무너졌다. (☞영상 바로가기)

침몰 당일 자식들의 마지막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한 가족들이 오열했다. 한 유족은 취재진에게 "(학생들의) 저 모습들이 너무나 많이 억울해 보이지 않느냐"며 "오죽하면 이 영상을 (유족들이) 내놓겠나. 내놓는 순간 부모님 마음은 찢어진다"고 했다. 밝은 모습으로 마지막 영상을 촬영했지만 끝내 시신으로 돌아온 동협 군의 어머니 역시, 아들의 영상을 차마 끝까지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유족들은 영상을 공개한 이유를 "우리 애들이 왜 죽었는지, 왜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지,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19일,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서울광장에 모여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유족들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더 이상 국회나 대통령에게 애원하지 않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 7월19일 특별법 제정 범국민대회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싶다. 함께 울어준 사람이 있음을 기억하며 함께 웃고 싶다"고 했다.

동협 군이 찍은 휴대전화 동영상은 동협 군의 마지막 '자작 랩'을 끝으로 종료됐다. "마지막으로 라임(랩의 운율)을 한 번 뽐내겠다. 울고 싶다"며 침몰하는 세월호를 랩으로 표현했다. 사건 발생 93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라임이었다.

"내가 지금 탄 세월호
나는 갔어야 됐어 네스호
이런 미친놈들의 항해사
너 때문에 나는 즉사
이런 길 속에 나는 묻혀
너는 나를 못 쳐
내가 니들 뺨을 쳐?
니들은 내 등을 쳐
우리가 출발 예정시간 6시30분
우리가 출발한 시간 8시
이런 씨발.
니들이 그따구로 이 배를 운전?
지금 배는 85도
내 머릿 속 온도는 지금 100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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