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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이 저성장 경제 돌파구…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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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의료산업이 저성장 경제 돌파구…과연?"

[토론회] 보건단체 "의료기기 '강매'가 활발해질 뿐"

정부가 지난 6월 10일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를 허용하고 병원 부대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한 이후, 보건복지부가 참여하는 공식 첫 토론회가 17일 열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식 비영리병원의 영리 자회사 모델을 도입하면 환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새정치민주연합 의료영리화저지특위, 국회 경제사회정책포럼은 이날 곽순헌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이 참여한 가운데,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근혜 정부의 의료 영리화 행정조치의 위법성과 그 영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부대사업으로 환자에게 의약품, 의료기기 강매할 것"

발제를 맡은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병원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시행규칙이 통과되면, 호텔과 수영장을 겸업하는 종합 쇼핑몰 한 구석에서 환자도 치료하는 꼴이 된다"며 "특히 환자에 대한 의약품, 의료기기 강매를 막을 수단이 없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강매 우려'를 막기 위해 의약품과 의료기기 판매업을 부대사업 범위에서 제외하고 연구개발 사업만 포함한다고 밝혔지만, 우 정책위원장은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병원에서 '판매'되는 게 아니라 '처방'되기 때문에 의사가 처방하면 환자는 써야 한다"고 반박했다.
곽순헌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연구·개발하더라도 제품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설사 자회사가 개발한 특정 상품을 병원이 지속적으로 처방한다고 하더라도, 그 의약품이 건강보험으로 편입되면 의료비 폭등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영리 자회사를 허용하고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비보험으로 병원에서 처방 가능하도록 했다"며 "비보험 처리되는 의약품, 의료기기 강매는 막을 수 없다"고 재반박했다.

정부가 식품 판매업, 생활용품 판매업, 수영장업, 목욕장업 등을 허용한 데 대해서도 우 정책위원장은 "이미 일부 정형외과 네트워크 병원은 '허리에 좋은 가구'를 팔고 있다"며 "몸에 좋은 베개, 방석, 속옷, 심지어는 고급화된 환자복이나 병원 침구류까지 모든 것을 팔 수 있고, 물리치료를 '아쿠아 치료'로 처방함으로써 수영장을 이용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향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은 "서울대병원에서는 성형외과나 외래과에서 화장품을 직접 판매하지는 않지만, 소개는 하고 있다"며 "갑상샘암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목에 흉터를 지우려면 화장품을 바르라고 하고, 지하 매장에서 파니까 사라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10일 병원 부대사업 확대,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 허용 정책을 발표한 이후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첫 국회 토론회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미국 회계감사원 "영리 자회사는 비영리병원을 영리병원처럼 만들어"

우 정책위원장은 미국 회계감사원이 1993년에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조사 결과, 영리 자회사를 가진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과 유사하게 운영된다는 결론이 났다"며 "미국 의료 민영화를 이끈 주범 중 하나가 비영리병원의 영리 자회사 증가"라고 꼬집었다. (☞관련 기사 : 일방적인 '의료보험 중단', 그는 결국 죽어야 했다)
그는 "영리 자회사를 가진 미국의 비영리병원에서 의사들에 의해 부당 내부 거래가 이뤄졌다"며 "미국 일부 주에서 모병원이 영리 자회사 상품을 쓰지 못하게 규제했지만, 영리 자회사가 비영리병원을 영리 병원처럼 운영하게 한 폐해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가이드라인의 '부당 내부 거래'를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 거래' 자체를 금한 것은 아니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부당 내부 거래란 모병원이 이사장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과 비정상적인 시장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으로 한정되는 탓이다. 영리 자회사가 병원과 사실상 독과점 거래를 해도 이를 제지할 수단이 없는 셈이다. (☞ 관련 기사 : "병원 '독점 납품' 영리 자회사, 환자 두 번 울린다")

내부 거래 자체를 금한다고 해도 남용 방지 장치가 미흡하다는 문제는 남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공공의료팀 팀장인 정소홍 변호사는 "상법상 회사인 자법인은 모법인인 병원과 독립된 법률의 주체"라며 "정부가 가이드라인만으로 상법상 회사인 자법인의 영리 행위를 제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우리 헌법은 입법권이 국회에 속하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은 법률의 위임을 받아야 한다고 정한다"며 "이번에 복지부가 부대사업 확대를 위해 개정하려는 의료법 시행규칙은 모법인 의료법 49조가 위임한 '환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의 편의'를 위한 사업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저성장 경제 국면 돌파구는 보건의료산업"
곽순헌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과장은 "국민 의료비를 폭등시키는 정책을 복지부가 앞장서서 한다고 비판하는데,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배경에 대해 곽 과장은 "우리나라가 저성장 경제 국면에 돌입했는데, 서비스 산업 비중이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에 활력을 주는 분야가 서비스 분야라고 본다"고 말했다.

곽 과장은 "고용 측면에서 보면, 매출액 10억 원당 서울대병원은 7.7명을 고용하지만, 삼성전자는 매출액 10억 원당 0.2명, 현대자동차는 0.7명을 고용한다"며 "보건의료분야가 고용 창출 효과가 크기에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경제부처에서 보는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시각을 받아서 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일자리 창출에 목적을 둔 규제 개선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법인이 의료업을 뒷전으로 하고 건물 임대업을 해서 종합쇼핑몰 센터로 만들 우려가 있다는 지적은 이해한다"며 "본업인 의료업과 부대사업이 본말전도 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내용의) 시행규칙이 위임 입법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지적에 대한 관련 의견을 검토 중이고, 입법 예고 기간이 끝나면 보완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부대사업을 허용 범위에서 제외하되, 부대사업을 늘리는 방향성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용 창출 효과? 대형 쇼핑몰을 만들면 오히려 주변 상권은 죽어"
▲ 보건의료노조는 '의료 영리화 정책에 반대한다'며 부대사업 확대를 위한 보건복지부 시행규칙 입법 예고기간이 만료되는 21일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부대사업의 고용 창출 효과에 대해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의료업과 관련 없는 부대사업을 확대하는데, 어떻게 의료 관련 고용이 늘어나나? 부대사업의 생산성과 고용이 늘어난다"며 "대형 쇼핑몰을 만들면 오히려 주변 상권이 죽는다. 다른 부분에서 끌어와서 병원 안에 집어넣는데 고용이 확대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도 "정부는 영리 활동을 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환자 안전이나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인력"이라며 "보건의료노조가 일관되게 주장한 보건의료인력 충원 요구는 귀 기울이지 않고, 투자활성화대책 차원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건 본말전도"라고 비판했다.

나 정책실장은 "의료법인 대부분은 중소병원인데, 영리 자본이 수익을 못 내는 중소병원에 투자하겠느냐"며 "대형병원에 투자함으로써 중소병원의 경영 건전성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상 진료로 경영 가능한 제도를 만들지 않고, 의료 수익을 확대하는 처방은 왜곡된 의료제도를 조장하는 처방"이라고 덧붙였다.

"극소수 의료법인이 팽창하면 시장 잠식·생산 독점 이뤄질 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길게 보면 병원의 영리 자회사를 허용하는 것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며 "자법인으로 원격 진료도 하고, 법인 약국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중소 의료법인의 99%는 자법인을 활용할 능력이 없다고 하는데, 소수밖에 활용 못 하는 환경이야말로 더 위험하다"며 "극소수 의료법인이 팽창하면 심각한 시장 잠식과 생산 독점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복지부가 왜 강행할까? 대통령에게 보고한 상황이고, 다른 건 법 개정 사항이라서 추진하기 어려운데, 자법인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는 시행규칙 개정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여러 부처가 협의해서 철회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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