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어서 미안해."
먼저 떠난 친구들의 명찰을 가방에, 옷깃에 대신 달았다. 노란 우산 위엔 친구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라고 썼다.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국회까지, 꼬박 1박2일이 걸린 도보 행진이었다. 16일 오후 3시30분,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단원고 2학년 학생 50여 명이 최종 목적지인 국회 정문 앞에 도착했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달라며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인 유족들이 박수를 치며 먼저 떠난 자식의 친구들을 맞았다.
'눈물의 조우'였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에도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행진을 이어가던 학생들은 국회 앞에 도착하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먼저 떠난 친구들의 부모님을 만나는 것이 학생들에겐 여전히 힘겨운 일이었다. 몇몇 학생은 눈물을 터뜨렸고, 몇몇은 고개를 푹 숙였다. 생존 학생들이 유족들과 만난 것은 지난달 25일 71일 만의 등굣길 이후 처음이다.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고생했어. 아저씨도 고맙고, 열심히 살아가자. 우리 친구들을 위해서."
유족 대표가 학생들에게 격려의 인사를 건네자, 학생들은 "사랑합니다"라고 화답하며 직접 작성한 편지를 유족들에게 전했다. 일부 유족들은 학생들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터뜨렸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는 학생들은 친구들을 죽음으로 내몬 참사의 진실을 발혀달라고 했다.
학생 대표 신모 군은 행진 출발 전 짧은 편지글을 통해 1박2일의 도보 행진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4월16일 온 국민이 보았습니다. 저희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법을 모릅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이렇게 나섰습니다."
행진 내내 시민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이틀째인 이날 오후께부터 행진 대열에 합류한 시민들은 눈에 띄게 늘어, 국회에 도착했을 땐 행진 규모가 600여 명으로 늘어났다.
행진에 동참하지 못한 시민들도, 학생들의 행렬 옆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박수를 치거나 "힘내"라고 응원의 인사를 건넸다. 학생들도 쑥스러운 듯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참가 학생 부모들는 이번 도보 행진을 '치유의 길'이라고 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측은 "친구들의 부모님께 힘을 주기 위해 걷기 시작했는데, 학생들 스스로 먼저 큰 힘을 얻고 있다"면서 "부모님들도 학생들이 그날 이후 이렇게 밝은 것은 처음 봤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1박2일에 걸친 긴 행진, 짧은 '어머니 아버지'들과의 만남을 마치고 학생들은 오후 4시께 버스에 올라 집으로 돌아갔다. 도보 행진 내내 지니고 다녔던 노란 리본을 국회 정문 앞에 매달았다.
"보고싶다. 잊지 않을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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