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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군 총기사고, 막을 방법 있다

[단비칼럼] 독립된 검찰·판사가 수사·재판토록 군 사법개혁해야

악몽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6월 강원도 고성에서 군인이 전우를 향해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 순간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심장은 멈추었다. 세월호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진 대형 사고다.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군의 총기사고는 잊을 만하면 발생한다. 이번 강원도 고성의 총기 사고는 2005년 6월의 경기도 연천 총기 사건과 2011년 7월의 강화도 해병 총기 사건과 비슷하다. 2005년 연천 군부대 총기사건에서는 8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했다. 2011년의 강화도 총기 사고는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반복되는 군 사고, 우연이 아닌 원인 있는 ‘부정의’(不正義)

총기 사건이라는 참혹한 사건이 일정한 시간을 두고 반복하여 발생한다. 조사를 하지만 진상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기억에서 사라질 뿐이다. 사건이 터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기도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책은 없어 보인다.

모든 사고는 불행이다. 예측도 예방도 어렵다.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동일한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면 그것은 우연의 일종인 불행이 아니다. 부정의(不正義)다. 불행에는 원인이 없지만 부정의에는 원인이 있다. 부정의를 해결하려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켜야 한다.

책임을 묻고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부정의는 계속 발생한다. 우연인 불행이 필연인 부정의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반복되는 총기 사고는 불행이 아니라 부정의다. 동일한 사고가 동일한 이유로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원인이 있는 사건이며 책임을 물어야 하는 부정의다.

총기 사고와 같은 참혹한 사건은 예방이 최선이다.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예방만큼 중요한 것은 사건 이후의 처리다.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이에 대하여 책임을 물어야 한다.

▲ 동부전선 GOP 총기사건의 현장검증이 실시된 8일 임 병장(가운데, 검은 모자)이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끔찍한 군대 내 사고 재발 막으려면 진상규명・책임추궁이 핵심

세월호 참사와 같이 이번 사건 역시 진상을 정확히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연한 조치이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 이번 사건이 군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군의 특성은 이런 사고에서 두 가지 현상으로 나타난다. 먼저 군은 사건의 실체와 조사과정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군은 수사와 재판이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군 상층부의 의사대로 사건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군의 사고 처리는 불신을 받는다. 사망사고의 유족에게조차 사건의 실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 사건 때마다 군과 유족 등 피해자 가족들 사이에 다툼과 불신이 계속되는 이유이다. 1998년 발생한 김훈 중위의 사건에 대한 군의 조사는 당시 장군이었던 김훈 중위의 부친조차 설득하지 못했다. 이런 과거가 쌓이고 쌓여 국민은 더 이상 군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하나는 과거 의심스러운 사건을 재조사하여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런 사고를 처리하는 수사와 재판의 독립성을 보장하여 사건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군의문사진상위, 폭행・왕따로 인한 자살도 ‘순직’처리토록 개선

과거 군내 사망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하여 참여정부는 2006년 대통령 직속으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했다. 과거 군내 사망사고의 원인을 밝혀 사망자와 그 가족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사망에 따른 정당한 대우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까지 한시적으로 활동했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은 군내 사망사고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자살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게 된 것도 그 성과 중의 하나이다. 과거 자살은 이유를 따지지 않고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버렸다. 하지만 자살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살이 아닌 경우도 밝혀졌을 뿐 아니라 자살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님이 밝혀졌다. 군의 문화가 젊은 청년을 자살로 몰고 간 경우가 확인된 것이다. 폭력행사와 따돌림 현상도 확인되었다.

그 결과 최근 공무상의 사유로 정신질환이 발생하여 자해행위를 한 경우나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관련한 구타, 폭언 또는 가혹행위 등이 원인이 되어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해행위로 사망한 경우에는 순직으로 인정되게 되었다. 이렇게 바꾸어도 자살원인을 밝혀내야 하는 부담은 남는다. 하지만 자살이 완전히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인정한 것은 그만큼 발전된 것이다.
공정・투명한 수사와 재판 위해 군판사・군검찰 독립성 필요

또 하나의 대책은 수사와 재판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군의 수사와 재판은 모두 지휘관의 통제 하에 있다. 이런 이유로 수사와 재판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진상은 은폐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군인은 군복을 입은 시민이다. 기본적인 인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군대 역시 대한민국의 조직이다. 법치주의 역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군의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와 재판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군 사법개혁은 군 장병의 인권을 보장하고 군내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하여 시도되었다. 사법개혁의 일환이었다. 참여정부시절 사법개혁의 청사진을 그린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2004년 군 사법개혁을 건의했다.

주요 내용은 군사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군검찰의 독립성, 군사법경찰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수사와 재판을 지휘관의 명령이 아닌 법률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기 위한 건의였다. 특히 군검찰 조직을 국방부 소속으로 통합하여 단위 부대의 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방안은 군검찰의 수사를 단위 부대장으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사법개혁위원회의 건의를 바탕으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군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여러 법률안을 마련했다. 군사법원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 장병의 군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 군검찰의 조직 등에 관한 법률, 군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마련했다.

일부의 이견도 있었고 반발도 있었으나 국방부의 의견까지 광범위하게 수용한 법안을 마련했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개혁안은 정부안으로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되었다.

군 사법개혁, 늦었지만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군 사법개혁은 실패했다. 법조일원화, 로스쿨 도입, 형사소송법 개정 등 중요한 사법개혁은 이루어졌지만 군 사법개혁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회에서 군 장병의 인권과 군내 법치주의를 경시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다른 사법개혁 과제에 비하여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핵심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수십만의 군 장병의 인권을 보호하고 군내 법치주의를 확립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군 사법개혁으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군 사법개혁을 성공시키지 못한 것이 계속 반복되는 총기 사고의 먼 원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와 재판은 사건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재발 방지에 기여한다. 이런 당연한 이치를 깨닫지 못한 결과가 지금의 총기 사건이다.

개혁은 실패했으나 필요성은 여전하다. 이번 총기사건에서 보듯이 군 사법개혁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와 재판은 필요하다. 이미 충분히 늦었지만 그래도 군 사법개혁은 이루어져야 한다. 인권 보장은 국가의 존재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군인은 군복을 입은 시민이다.

김인회 교수의 <단비칼럼>을 매주 연재합니다. ‘단비칼럼’은 ‘단숨에 읽는 비평 칼럼’의 줄임말입니다. 필자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참여정부 시민사회비서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낸 김인회 교수는 <단비칼럼>에서 오늘의 한국 사회와 사법제도의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올곧은 해법을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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