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 동부전선 GOP(일반전초)에서 일어난 총기사고는 임 모 병장의 계획적인 단독 범행인 것으로 결론났다. 군 당국은 임 병장이 동료들로부터 이른바 '왕따'를 당해왔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사고 원인이 임 병장 개인과 부대 모두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육군본부 헌병실장 선종출 준장은 15일 오후 GOP 총기사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사건은 피의자 임 병장의 계획적인 단독범행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임 병장은 사건 당일 오후 4시 순찰 일지에 자신을 빗댄 우스꽝스러운 그림들이 늘어나 있는 것을 보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 준장은 "(임 병장은) 고교 때 친구들로부터 왕따, 금전갈취 등 괴롭힘을 당해 칼로 죽이려고 마음먹었던 일과 정신과 진료 이후 주변의 놀림을 받게 되자 학교를 자퇴했던 일, 입대 후에는 일부 간부 및 동료 병사들로부터 무시나 놀림을 당하는 등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들을 회상하면서, 이런 상태로 전역하여 사회에 나가도 살 수가 없다, 동료들을 모두 죽이고 자신도 죽을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임 병장이 범행을 결심하게 됐던 그림에 대해 선 준장은 "피의자를 빗댄 그림은 총 16개로, 엉뚱하고 어리숙한 캐릭터의 '스펀지밥'과 라면을 좋아하는 것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라면전사'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며 "이와 관련 소초원들은 사소한 장난으로 생각한 반면 피의자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임 병장이 자살 시도 직전 남겼던 메모에는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나와 있었다. 선 준장은 "메모에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는 말이 있고, 어린애들이 장난삼아 개를 괴롭히거나 곤충이나 벌레를 죄의식 없이 죽이는 것처럼 자신이 한 행동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는지 그들은 헤아리지 못하였다'라고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임 병장이 메모에서 밝힌 '그들'에 대해 선 준장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모든 사람들을 지칭한 것"이었다며 "(임 병장이) 메모를 남긴 이유는 그들로 표현된 사람들의 행동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었는지 공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성하였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사건 관련자 처리에 대해 선 준장은 "피의자인 임 병장은 상관 살해 및 살인 등으로 구속했고 소초장은 명령위반 및 전투준비 태만 등으로 구속, 부소초장은 피의자가 모욕 등으로 고소하여 현재 불구속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임 병장을 놀리고 별명을 부르는 모욕 행위 등을 했던 기타 소초원 6명에 대해서는 임 병장이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아 소속부대에서 징계 등의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해당 부대의 사단장과 연대장에 대해 경계부대 관리 및 전투 준비 등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의 책임으로, 또 대대장과 중대장은 병력관리 및 지휘·감독 소홀, 직무 태만 등의 책임을 물어 이들에 대한 보직 해임과 징계 의뢰를 해놓은 상태다. 박찬웅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전반적인 지휘 감독이 소홀했다"며 "국방부·군인·군무원 징계업무 처리 훈령에 의거 사단장을 비롯한 지휘관과 지휘자에 대한 문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임 병장을 검거하는 작전에서 군은 많은 허점을 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장 이상훈 해병대 소장은 사고 다음날인 지난 6월 22일, 두 세 번 임 병장을 체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놓쳤다며 "현장에 소부대 지휘관과 각계 병사들의 전투 행동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또 "작전 기간에 탄약 휴대 여부에 관해서는 일부 부대에서 개인지급을 하지 않고 간부가 통합 보관하면서 필요시 현장에서 분배하도록 했던 사실도 확인했다"며 실탄이 없는 상태에서 작전에 투입됐다는 보도가 일부 부대에 한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작전 기간에 사격 통제, 위장, 기본전투기술 등 현장에서 소부대의 전술적 행동이 미흡하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이번 검거작전은 최대한 군에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 주민을 보호하면서 사고자를 검거했다"고 자평하였으나 "작전 실시간 현장에서는 개인 및 소부대의 전술적인 과오가 확인되었으며, 그 과오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을 고려하여 엄중하게 신상필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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