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가 15일 공식 발족됐다. 통준위는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연설' 등의 통일정책 구상을 사실상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북한이 박 대통령의 통일 정책을 수차례 비난한 바 있어 통준위가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통준위 인적구성 및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위원장인 대통령과 함께 실질적으로 통준위를 이끌어갈 부위원장에 정부 측 인사로 류길재 통일부 장관, 민간 측 인사로 주중대사를 역임한 정종욱 인천대학교 석좌교수가 임명됐다.
정부와 민간을 아우르는 통일준비위원은 총 50명으로 민간위원 30명, 국회의원 2명, 정부위원 11명, 국책연구기관장 6명 등으로 구성됐다. 통준위는 외교안보, 경제, 사회문화, 정치법제도 등 4개의 분과위로 꾸려졌으며 주요 민간위원으로는 외교안보분야에 탈북자 출신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 연구소 실장, 연세대학교 문정인 교수, 한양대학교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 한승주 한미협회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사회문화분야에는 고건 전 국무총리, 박명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 등이 임명됐으며 경제분야에 한범희 전 코레일 센터장, 정치법제도 분야에는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 등이 임명됐다. 국회의원으로는 새누리당 주호영,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등 여야 정책위의장이 당연직으로 참석한다.
정부위원으로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방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NSC 사무처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이 참여한다. 첫 회의는 내달 초 개최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연설, 힘 받을 수 있을까
통준위가 공식적으로 출범함에 따라 박 대통령의 통일 정책 구상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이 드레스덴 연설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입장이라 박 대통령의 통일 정책 추진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는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드레스덴 연설 직후 북한은 지난 3월 30일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에 게재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야만행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금 박근혜는 유럽 나라들을 돌아치며 그 무슨 '통일'이니, '공동번영'이니, '교류'니 하는 낯간지러운 수작들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며 "겉으로는 미소를 띄우면서 속에는 독을 품고 우리를 해치려고 발광하는 박근혜의 그 뻔한 흉심을 우리는 낱낱이 꿰뚫어보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북한이 드레스덴 연설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이 연설이 사실상 흡수통일을 염두에 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을 돕겠다면서 "경제난 때문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거리에 방치되고 있고 자유와 행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이 있다"며 김정은 정권의 비인도적인 처사를 비난했다. 또 드레스덴에서 밝힌 제안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김정은 정권은 이 연설을 자신들을 붕괴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북한은 최근에도 드레스덴 연설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인 바 있다. 일례로 북한에 산림 복구 사업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겨레의 숲'은 최근 개성에 방북해 지원 사업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번주에 물자를 반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14일 팩스를 통해 '드레스덴 구상'과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으로 연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에도 드레스덴 연설과 연결되는 지원들은 거부하겠다는 시그널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15일 5.24조치 이후 처음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대해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북한 주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건의료·농업·축산 등 3개 부문에 각 10억 원 씩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민간단체가 분야별로 지원 사업 계획을 제출하면 심사 후 금액을 지원한다.
하지만 순수 민간단체의 지원도 드레스덴 연설과 연결지어 거부했던 북한이 정부 예산인 남북협력기금이 들어간 지원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향후 통준위가 제안하는 대북 지원 사업이나 정책 등도 드레스덴 연설의 궤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통준위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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