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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군사대국화 도와주는 한국?

[정욱식 칼럼] 지금이 한미일 군사훈련 할 때인가

한미일 3국이 7월 21~22일 제주 남방해상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키로 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 해군 7함대 소속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9만 7000톤)를 비롯해 세 나라의 함정과 항공기가 참여하는 수색·구조(SAREX: Search and Rescue Exercise) 훈련을 열기로 한 것이다.

한미일 수색·구조 훈련은 2012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훈련은 '인도적 목적'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인도주의의 탈을 쓴 3각 군사동맹 훈련'이라고 본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에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근거들이 있다.

먼저 이 훈련이 실시되게 된 배경이다.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라던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미국과 일본에게 한미일 3각 동맹을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간주됐다. 문제는 한일군사협력에 대한 한국인들의 거부감이었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인도적 목적이었다. 2009년 4월 한미일 3자 대화에 참석한 다카미자와 노부시게 방위성 국장의 말이다. "재난 구호 및 유엔평화유지 활동 등을 통해 한일 사이의 냉랭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 문제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적 훈련의 목적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투입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관련 기사 보기 : 한미일, 재난 대비하기 위해 함께 훈련한다더니···)

실제로 한미일 3자 군사훈련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단계적으로 강화되어왔다. 2010년 한미 훈련에는 일본 자위대 장교가 참관했고 미·일 훈련에 한국군 장교도 참관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2011년에는 해방 이후 최초로 일본 자위대 함정이 부산항에 입항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2년부터는 매년 두 가지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수색·구조 훈련이고, 또 하나는 '태평양의 용(Pacific Dragon)'이라는 3자 해상 미사일 방어(MD) 훈련이다.

또한 훈련에 투입되는 군사력과 훈련 내용 자체가 인도적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이 훈련에 투입되는 군사력은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과 한미일의 이지스함이 주축이다. 항공모함은 '떠다니는 군사기지'이다. 이지스함은 항모 전단 보호 및 상륙작전 지원, 그리고 해상 MD가 핵심 기능이다. 수색·구조와는 거리가 먼 전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들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합참 관계자는 "해상기동 및 항공모함 호송작전, 항공기 요격훈련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훈련 내용은 적대국의 반접근 전략을 무력화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실제로 미·일 동맹의 최근 핵심적인 목표는 중국의 반접근 전략을 뚫는 데에 두고 있다.

훈련 지역도 민감한 곳이다. 제주 남서쪽 해상은 중국 심장부로 가는 관문(choke point)이자 중일간에 영토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중국해와 가까운 곳이다. '배밭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는데, 중국이 극히 민감하게 여기는 지역에서 한미일 군사훈련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되고 있는 해군기지 앞으로 어떻게 사용될지에 대한 암시도 주고 있다.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되기 전에는 미국이 부산항을 주로 기항지로 사용하지만, 제주기지가 완공되면 강정마을로 기수를 돌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훈련이 연례적이고 통상적으로 반복되다보면 한미일 3국이 집단적 자위권을 공유하는 날도 멀지 않게 될 것이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일본인 구조를 명분으로 진출하려는 것도 막기 힘들어질 것이다. 훈련을 함께 해놓고 반대한다는 게 극히 어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한심스러운 것이다. 말로는 집단적 자위권에 난색을 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돕고 있는 이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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