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이하 화상도박장)이 뜨거운 이슈입니다. 학교, 주거 밀집지역과 도심 한복판에 최소한의 양식도 없이 전국 최대 규모인 25개 층의 화상도박장을 밀어붙이고 있는 곳이 '공기업'인 마사회이고, 이 같은 일을 강행하고 있는 마사회장이 '친박' 핵심이라는 현명관이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용산 주민들의 1년 2개월여의 헌신적이고 끈질긴 투쟁도 그러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주말마다 전개되고 있는 마사회의 화상도박장 폭력적 개장 시도와 이를 막는 지역 주민들의 저항이 국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화상도박장으로부터 230m 정도 떨어진 성심여중·고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이기도 해서, 더욱 인구에 회자되는 것 같습니다.
용산 주민들은 마사회가 4년여 간 주민들 아무도 모르게, 학교와 주거 밀집지역 근거리에 대규모 도박장 입점을 추진해온 것을 작년 5월에야 알았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이후 온라인 민원 제기에 이어 매일 1인 시위와 매주 기도회를 1년 3개월 동안 진행해왔습니다. 17만 명이 입점 반대에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의 천막 농성은 9일로 169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자회견, 토론회, 집회도 얼마나 많이 했던지 그 수를 다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달 16일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주민들의 요구가 타당하니 용산 화상도박장의 확대 이전을 철회하라고 마사회에 권고하면서, 용산 화상도박장의 문제점이 세상에 더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기업에 불과한 마사회는 국민권익위의 권고를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를 보란 듯이 무시하고, 지난달 28일 '기습 개장'을 시도하는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마사회 장외발매소 개설 승인절차 및 요건에 관한 지침은 지역주민의 동의가 없이는 화상도박장이 입점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사회 역시 수차례 주민들과 협의한 후에 개장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 마사회는 농림부의 지침도, 주민들과의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또 용산 지역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구청장, 시장, 교육감 등 모두가 일관되게 반대의 뜻을 표하고 있고, 국회의 관련 상임위에서도 강력한 우려의 뜻을 전달했음에도 마사회는 기어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전국 최대 규모의 화상도박장을 개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기습적이고 폭력적인 개장 시도는 용산 주민들의 헌신적이고 필사적인 저항과 각계각층의 강력한 반대의 뜻에 부딪혀 무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주거지와 학교가 있는 도심 한복판에 전국 최대 규모의 도박장을 열려고 하는 마사회를 왜 어느 기관도 제어하지 못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마사회는 용산 주민들의 압도적인 반대는 물론 국회, 국민권익위원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용산구청 등의 개장 반대 권고마저도 깡그리 무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마사회는 앞으로는 대화하자고 하면서, 뒤로는 주민들 15명을 형사고소하고, 거액의 돈을 물게 하는 가처분 신청까지도 제기했습니다.
이는 마사회가 한국 사회를 '도박 공화국'으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음에도(화상 도박장만 전국적으로 30개가 넘습니다), 도박을 조장해서 많은 돈을 정부에 가져다준다는 이유만으로 농림부와 청와대 등이 마사회의 위험천만한 독주를 묵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거기에 마사회장인 현명관이 '친박' 핵심 인사라고 하니 더욱 오만하고 독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도박공화국으로 전락하거나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도박장을 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들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도박장'이 아니라 '도서관'이, 동물 학대와 도박 중독 논란을 빚고 있는 '경마장'이 아니라 마음 놓고 운동이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경기장'이 아닐까요.
지난 7월 6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단과 박영선 원내대표가 현명관 마사회 회장을 항의 방문하여, 주민들과 국민들의 반대가 압도적인데 왜 이런 일을 강행하느냐고 묻자, 현명관 회장은 찬성하는 주민들도 많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박영선 원내대표가 '용산 화상도박장 입점에 대해 찬반 주민투표를 하자'라고 전격적으로 제안하자, 현명관 회장은 즉답을 피하고 '생각해볼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찬성하는 주민들이 많다면 민주적인 주민 투표를 받아들이면 될 일인데, 막상 주민투표 제안이 나오자 왜 당황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현재 화상 경마장을 포함한 도박장 문제, 국민들의 도박 중독 문제는 참으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2010년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약 265만 명이 도박 중독에 빠져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와 공기업이 대놓고 도박을 부추기고 도박장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박장이 대한민국에서 더욱 확산되느냐, 아니면 저지되고 줄어드느냐의 문제가 지금 용산 화상 도박장에 걸려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농림부, 마사회에 다시 한 번 제안합니다. 정 그렇다면, 주민 투표나 국민투표를 통해서 민주적으로 결정하자고 말입니다. 주민 투표 혹은 국민 투표가 이 끝없는 도박장 문제의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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