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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앞 도로 푹 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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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제2롯데월드 앞 도로 푹 꺼질 수 있다"

[인터뷰] 서울시 자문단 박창근 관동대 교수

지하 6층, 지상 123층의 국내 최고층 건물로 지어질 제2롯데월드 주변 주민들이 건설 부지 인근 도로에 생긴 '의문의 구덩이'로 불안해 하고 있다. 공사가 시작된 이후 석촌호수의 수위도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롯데 측은 '공사와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높이 555m에 이르는 초고층 건물 착공 이후 발생한 일련의 현상이 대규모 안전 사고의 '전조'는 아닐지,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태다.

전문가들도 석촌호수의 수위 저하와 인근 지역의 지반 침하 현상의 원인이 롯데월드 터파기 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이라고 보고 있다.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기 시작한 시기가 제2롯데월드의 굴착 시기와 맞아떨어지고, 인근 지역의 도로가 주저앉은 것 역시 지하층 굴착으로 인한 지하수 유출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 측은 저층부의 임시 사용 승인을 서울시에 신청해, 제2롯데월드 조기 개방 문제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2기 시정 시작 후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저층부 조기 개장 여부를 심의하게 될 서울시의 '시민자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4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지하수가 유출될 경우 석촌호수와 제2롯데월드 사이에 있는 도로가 침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롯데월드 건설 부지가 과거 하천지형이었던데다 투수 계수(물이 흙을 통과하는 속도) 역시 일반 지형의 100배에 이르기 때문에, 지하수 물길을 통해 흙이 쓸려내려가 주변 지반이 주저앉는 '싱크홀(sink hole)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석촌호수 동호(東湖) 인근 도로에 생긴 지름 50cm의 구덩이를 이런 지반 침하의 '징후'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이 낳을 문제점을 꾸준히 경고했던 그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안전하다고만 얘기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믿겠느냐"면서 "제3자 검증 기구를 통해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 문제를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서울시 시민자문단 자문위원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프레시안 자료사진

프레시안 : 석촌호수 수위가 제2롯데월드 착공 이후 눈에 띄게 줄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위 저하와 롯데월드 건설이 공학적으로 어떤 연관 관계가 있나?

박창근 : 네덜란드에서 제방의 구멍을 발견해 자신의 팔로 막다가 죽은 소년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동화와 같은 원리라고 생각하면 쉽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4분의3이 해수면보다 낮은데, 제방에서 구멍을 발견한 소년이 물 새는 것을 막기 위해 밤새 자신의 손으로 구멍을 막고 있다가 죽었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동화에 빗대자면 석촌호수가 바다 수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석촌호수 옆에 위치한 제2롯데월드 부지를 지하 6층, 약 37m 정도까지 팠는데, 지하수위 아래까지 판 셈이다. 그렇게 땅을 파면 지하수 형태로 물이 유입되는데, 적절히 막지 못한다면 네덜란드 제방이 무너졌듯 물이 엄청나게 들어올 수 있다. 석촌호수와 제2롯데월드 부지 사이의 도로가 유실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 원리다.

"제2롯데월드 부지는 하천 지형…물 흐름 100배가량 빨라"

프레시안 : 땅을 깊이 굴착하면 지하수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법인데, 이번에 특별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창근 : 제2롯데월드 부지 자체가 원래는 한강이었다. 이 일대의 지형 자체가 하천지역인 셈인데, 과거 한강을 매립한 뒤 이 일대를 개발하면서 한강 일부를 호수로 만든 것이 지금의 석촌호수다. 때문에 투수계수, 즉 물이 흐르는 속도가 다른 일반적인 곳보다 100배 정도 빠른 모래 지형으로 대부분이 구성돼 있다.

결국 물이 빠르게 흐를 수밖에 없는 지형인 셈인데, 지하층 공사를 위해 터파기를 하면 지하수가 차오르니 계속 물을 퍼내야 한다. 또 지하수가 계속 차오르니 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수벽을 설치하는데, 아무리 완벽하게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현재 하루에 450톤 씩 지하수가 차오르는 상태다.

프레시안 :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건가?

박창근 : 일단 지하수의 흐름이 과거에 비해 빨라지면, 미세 흙입자가 함께 쓸려나오고 물 구멍이 커지면서 더 큰 모래도 함께 쓸리는 파이핑(piping)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럴 경우 지하에 형성된 물길로 흙이 쓸려가 지반이 침하되는 싱크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석촌호수 동호 이면도로 100m 정도 구간에 지반이 주저앉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런 문제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석촌호수에 한강물 쏟아부어도…지반 침하, 싱크홀 위험 있어"

프레시안 : 롯데 측에선 석촌호수의 수위 저하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박창근 : 수위가 일시적으로 회복되긴 했지만, 낮아진 수위 때문에 롯데가 한강물을 끌어다가 채워넣었기 때문 아닌가.

▲송파구 방이동 먹자골목 인근 도로의 지반이 주저앉은 모습. ⓒ트위터 @alerts__
과거에도 석촌호수에 한강물을 채우긴 했는데, 자연 증발하거나 땅 속으로 스며들어 수위가 낮아지니 서울시나 송파구에서 물을 채우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제2롯데월드 터파기 공사로 수위가 더 많이 떨어졌고, 그러니까 롯데 측에서 돈을 들여 하루에 450톤 씩 한강물을 끌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 자체만 보더라도 제2롯데월드 공사로 인해 석촌호수 물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입증된다. 자연 현상으로 수위가 낮아진 것이라면, 롯데가 돈을 들여 한강물을 채울 이유가 없지 않나.

프레시안 : 공사기간 동안 한강물을 계속 채워 수위를 유지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나?

박창근 : 땅을 30m 넘게 팠으니 지하수는 계속 유입될 수밖에 없다. 차수벽을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물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지하수가 차오르고, 한강물을 끌어다 호수에 채우는 현상이 상시화되는 것이다. 제2롯데월드 지하 3~4층 아래에 물을 가득 채우지 않는 이상에야 지속적으로 물이 롯데월드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프레시안 : 공사가 계속될 경우 구체적인 위험 요소에는 무엇이 있나?

박창근 : 도로가 주저앉는다든지, 싱크홀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재의 상황에서 얼마 만큼 주저앉을지 수치적으로 예측하긴 힘들지만, 그런 현상이 생길 것이란 점은 합리적으로 추론이 가능하다.

프레시안 :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안전성에 영향이 없다'는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를 발표했고, 송파구청 역시 싱크홀 문제에 대해 '인근 식당 건물주가 하수관 연결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진단을 내렸다.

박창근 : 원인 분석을 잘못한 것이다. 시와 구청의 해명이란 게 20년 전 건물주가 하수관 연결을 잘못했다는 주장인데, 왜 20년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지금 이 시점에서 발생했느냐를 상식적으로 따져 봐야 하지 않겠나. 지금 시점에서 볼 때 지형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당연히 제2롯데월드 건설과 그에 따른 지하수위 저하다. 지반 침하 현상이 발생했으면, 가장 먼저 의심을 해야 할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보통 공무원들은 사건이 터지면 면죄부를 필요로 하지만, 난데없이 20년 전 하수관 공사를 들고 나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롯데가 지정한 업체가 안전성 검토? 제3자가 객관적 검증해야"

프레시안 : 롯데 측이 서울시에 저층부 조기 개장을 신청했는데, 보류해야 한다고 보나?

박창근 : 자문단 의견을 받아 서울시가 판단을 하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론 종합적인 안전성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제2롯데월드는 지반 문제 외에도 건물 고도 때문에 문제가 많았는데, 노무현 정부 때까지 불허되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 가까스로 승인이 났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공군 참모총장이 나서서 반대하고 언론에서도 반대했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엔 이런 논란이 쑥 들어갔다.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데, 한 마디로 웃기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실정 중 하나가 4대강 사업인데,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판명나지 않았나. 이제 제2롯데월드 건설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검증을 해야 한다고 본다.

당장 국민들은 123층, 555m 높이의 이런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게다가 지하수위도 떨어지고 땅이 주저앉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징후들 때문에 주민들은 불안해 하는데, 안전하다고만 하면 그 말을 어떻게 무작정 신뢰할 수 있겠나.

프레시안 : 어떤 해법이 필요하다고 보나?

박창근 : 개인 의견이지만 지금이라도 제3자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다시 한 번 정밀하게 안전성 여부를 검토하고, 결과가 나오면 롯데가 그를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논란이 커지니까 롯데가 3억 원을 들여서 송파구에 안전 관련 연구용역을 맡겼는데, 내용을 보니 롯데가 지정한 업체가 용역조사에 반드시 참여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라고 되어 있었다.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롯데 측이 지정한 업체가 제대로 안전 문제를 평가 하겠나. 제3자가 봤을 때 그 결과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나. 더군다나 연구 책임자로 거론된 사람이 조경 전문가다. 이런 용역조사를 받아들인 송파구청도 한심하지만, 롯데 역시 '눈 가리고 아웅'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국민의 의혹과 불신이 해소될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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