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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떠도는 박정희 유신 '42년 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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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떠도는 박정희 유신 '42년 적폐'

국가 기본의 재구축을 위하여 <12>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먼저 그 취지의 설명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라고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 제58조 제1항에 있어 국회의 현행 검토보고 제도는 단순한 지원과 보조라는 범주를 넘어서 '선출되지 않은' 관료인 국회 전문위원에게 막강한 결정 혹은 심판의 권한을 제공함으로써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심각하게 침해, 통제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이와는 다른 측면에서 국회 관료의 검토보고 작성이 주로 정부 부처 및 이익단체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검토보고가 결국 행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실제로 최근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사무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모 수석 전문위원에게 "법안이 많아서 힘들지요? 집에서도 자료를 검토하고 하지요?"라고 묻자 모 수석 전문위원은 "아닙니다. 행정부에서 자료를 다 주어서 힘들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한 바 있다.  
 
국회법 제58조 제1항의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먼저 그 취지의 설명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라는 규정은 최소한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먼저 그 취지 설명과 검토보고를 들을 수 있다"라고 수정함으로써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임의적, 선택적 사항으로 바꾸어야 한다. 국민이 부여한 입법권을 국회의원이 완전하게 수행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본회의 법안 심의에 있어 법안을 제출한 국회의원이 입법취지를 발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임위원회의 법안 검토보고 또한 법안제출자인 국회의원이 (심사보고의 형태로) 직접 발표해야 한다. 
   
전두환 '국보위'에서 법률 요건화한 검토보고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규정한 이 조항이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는 "위원회는 회부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먼저 그 취지의 설명을 듣고"라고 하여 검토보고의 주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전두환이 정권을 장악한 뒤 소위 국보위(국가보위입법회의)의 '선거법등 정치관계법 특별위원회'가 1981년 1월 22일 개최된 회의에서 국회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제56조 (위원회의 심사) 조항을 "위원회는 회부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먼저 그 취지의 설명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라고 개정함으로써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명문 규정으로 전환시켰다.
 
이는 무엇보다도 '구 정치질서'를 극도로 혐오한 신군부 측이 국회를 약화시키고 희화화하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추진한 것이다. 따라서 이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조항은 '국보위 입법' 폐단을 시정하고 의회 제도를 정상화한다는 의미에서 당연히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유신'에 의해 국회의원의 전문위원 선발권 뺏겨

현재 국회 전문위원은 국회 사무총장이 사실상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본래 국회 전문위원은 상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선발했었다. 그러던 것이 유신에 의하여 뒤바뀌었다.  
 
1972년 12월 27일, 이른바 유신헌법으로 장기집권 체제의 근거를 만든 유신정권은 곧이어 1973년 2월 7일, 국회법을 개정하였다. 그 개정에서 특히 "전문위원은 당해 상임위원회의 제청으로 의장이 임명한다"는 국회법 제42조 제2항 규정을 "전문위원은 사무총장의 제청으로 의장이 임명한다."는 규정으로 바꿔놓았다. 
 
이렇게 하여 상임위원회 활동에 필요한 '전문적인' 인물을 상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논의하여 선임하던 것을 여당 임명직인 국회 사무총장이 사실상 임명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국회 전문위원에 대한 의원의 선출권을 부정하고 여당에 의한 입법권 장악을 제도화한 것이다. 동시에 전문위원으로는 거의 행정부 관료로 충원함으로써 국회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였다.
 
이는 이후 1981년 국보위에 의한 전문위원 검토보고제 규정과 결합되어 전문위원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게 만들고, 결국 의원들의 입법권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국회의원 입법권의 원상회복이 정치개혁의 핵심 

국회의 이러한 왜곡은 결국 현 국회 문제의 근본적 요인으로 작동되고 있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입법권이 형해화된 지 3,40년이 넘어가면서 그것이 마치 처음부터 자신이 하는 일이 아니었던 것처럼 간주하게 된 형국이다. 그리하여 이제 다시 입법의 전 과정을 본인에게 철저하게 수행하라고 하게 되면 귀찮고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그 본연의 자기 업무를 하지 않으려 하는 상황이 되었다. 
 
현재 의원들에 대한 '업무 평가'는 본연의 입법 업무의 수행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오직 당에 대한 충성도나 언론 노출도 등의 인기로 결정되며 또 그것은 그대로 차기 공천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항상 당리당략을 앞세운 '반대를 위한 반대'와 몸싸움과 말싸움 그리고 '튀는 행동'으로 TV 언론에 얼굴 알리기에 몰두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총체적 결과로서 오늘의 국회의 무능과 왜곡이 초래되고 있다. 
 
이렇게 하여 국회의원들은 정작 본연의 업무는 방기한 채 재선을 지상 목표로 설정하면서 오로지 지역구 사업 예산 따내고 지역의 토건 사업을 유치하기 위하여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행정 관료에게 로비하면서 관료를 통제해야 할 의회 의원들이 오히려 관료의 하부 단위로 기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국회의 현 모습은 마치 학생이 자신의 본업인 수업도 듣지 않고 시험도 치르지 않으면서 대리 출석과 대리시험으로 때우는 꼴이며, 그러면서 학교 밖으로 나가 패싸움하고 연애하고 음주를 즐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모습이다. 초선 의원은 국회와 입법권이 본래부터 그러했으리라 여기고, 3,4선 정도 되면 거꾸로 된 이 사실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바꾸기에는 이미 기득권이 너무 많고 연만(年晩)하시다.  
 
만약 독일처럼 매주 입법과 정책 연구 조사에 힘을 쏟고 땀을 흘리면서 자신이 직접 입법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게 된다면, 여야 공히 상대방 입장도 이해하게 되어 타협할 여지와 공간도 확대되고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정치 풍토도 바뀔 수 있다. 
 
자기 본업을 수행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스스로 끝없이 무능해지고 모든 일이 왜곡되는 것은 만사의 이치이다. 오늘 우리 한국 사회의 문제점 역시 모든 영역에서 자신의 임무를 정확하게 수행하지 않고 기본이 붕괴된 데 있다. 입법을 수행하고 감시하기 위하여 선출된 사람이 입법을 하지 않고 감시를 하지 않으면 그것은 곧 배임 행위에 해당된다. 지금 국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은 바로 이 지점에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당의 최대 취약점인 정책개발 능력 부재 역시 수백 명의 엘리트 정책전문위원의 정당 배치로 해결할 수 있다.
 
이제 국회의 입법권은 원상회복되어야 한다. 그것이 국회 정상화의 기본이요 정치개혁의 핵심이며, 나아가 국가 정상화의 토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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