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검증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오는 29일부터 총 4회에 걸쳐 상대방의 각 분야별 정책을 검증하는 '정책 비전대회'에 직접 토론자로 나서 진검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박근혜 "선거는 곧 검증"
박근혜 대표는 25일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정책, 이념, 도덕성 등 모든 면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면서 "선거과정은 곧 검증과정"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조순용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막중한 자리인가.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는 자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철저한 검증을 하다보면 상처를 입어 결국 정권을 잡는 데 실패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박 전 대표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면서 "어차피 우리가 검증을 하지 않아도 본선에서 나가면 여당 등이 다 (검증을) 하게 된다.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관련해 그는 "과연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지, 환경파괴 문제는 없는지, 21세기 국가발전 비전에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이 철저한 검증을 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역전에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국민과 당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누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진지하게 평가를 하게 될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 국가관의 분명하고 도덕적 흠결이 없는 사람만이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오는 29일 광주에서 열릴 예정인 경제 분야 정책토론회와 관련해 그는 "레이건 대통령이나 대처 총리가 경제 전문가라서 미국과 영국의 경제를 살린 것이 아니다. 저희 아버지도 마찬가지"라면서 "국가 지도자가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확고한 경제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CEO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이 전 시장을 겨냥했다.
그는 "혼자 일을 하는 게 아니고 유명한 경제 전문가를 등용해서 권한과 책임을 갖고 훌륭한 정책을 펼 수 있게 해 줌으로써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나는 7% 경제성장, 일자리 300만 개, 국민소득 3만 달러라는 목표를 제시했고 해 낼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그런 의욕이 있어야 선거가 된다"
반면 이명박 전 시장은 이날 천주교 대구 대교구청 주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검증은 철저히 할수록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면서 "당에서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역전에 자신 있다'는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을 두고 "그런 의욕이 있어야 선거가 된다"면서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국가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는 정책선거가 없었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이번에는 지역적 선거 전략에 의해 표를 얻는 대통령은 안 된다. 차기 대통령은 영남과 호남에서 모두 적절한 표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호남 지지율이 앞서고 있는 데 따르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재섭 "후보등록 빨리 하자"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양 주자의 후보등록을 앞당길 방침이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신경전이 가열될 경우 4.25 재보선 직후와 같은 '분열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정당의 경선후보로 등록한 후보자가 경선결과에 불복해 독자적으로 출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후보등록은 분열을 막기 위한 '안전판'인 셈이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선관리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에서 "후보등록을 빨리 해야 한다"면서 "서류를 간소화해 다음 주 월요일(25일)쯤 받으면 제일 좋지만 그게 안 되면 늦어도 다음 주 말까지는 (등록을) 받아야 한다. 전권을 경선관리위에 준 만큼 독립적으로 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등록일과 함께) 기탁금 액수 등도 오늘 정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경선관리위가 이날부터 활동을 시작한 만큼 이달 중에 후보등록을 받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박재완 비서실장은 "후보등록 공고기간과 서류준비 등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이달 말부터 받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각 캠프는 공식적으로 "일정이 나오면 바로 등록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태. 그러나 양 진영이 당이 제시하는 일정에 따라 순순히 후보등록을 하게 될 것인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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