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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회'에서 비명횡사하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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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회'에서 비명횡사하지 않는 법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어느 해고 노동자의 출사표

"그만 죽여라."

쌍용차 노동자들 죽음의 행렬이 이어질 때, 모든 이가 나지막하게 내뱉었던 말이다. 지난 5년 동안 25명의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이 죽어갔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감옥 같은 KT 현장에서 이보다 훨씬 많은 노동자들이 자살로, 그리고 너무 많은 업무와 스트레스 때문에 심장마비·뇌혈관 질환으로 죽어갔음을. '죽음의 조선소' 현대중공업에서 쌍용차 죽음의 숫자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하청 노동자들이 산재 사망 사고로 죽어가고 있음을.

쌍용차 노동자들은 25명이라는 숫자를 말하려 한 것이 아니었다. 그만 죽이라고, 정권과 자본에게 울부짖었다. 죽음의 정치를 폭로한 것이다. 공장 앞에서, 대한문에서 오롯이 향불을 피우고 분향소를 세웠다. 향불 하나 피우는 것도 저들은 허락하지 않았고, 그래서 싸웠다. 저항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쌍용차 해고자들, 희망퇴직자들에게 향내가 퍼지도록,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피가 터지게 부르짖었다. 살자고, 죽지 말자고, 절대로 절망하지 말라고, 함께 살자고!

물론 죽음의 행렬을 완전히 막지는 못 했다. 하지만 분명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거짓말처럼, 그동안 연락 없던 해고자·퇴직자들과 다시 생명의 끈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들은 더 크게 외쳤다. 밥도 굶고, 송전탑에도 오르고, 철창에도 갇히며 피 터지게 싸웠다. 누군가 그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곤 한다. 당신네 투쟁에 답이 있냐고. 그러면 그들은 이렇게 답한다. 저항하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도 죽었을 거라고, 우리는 살기 위해, 그리고 살리기 위해 싸우는 거라고, 이게 바로 답이라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세월호가 침몰했다. 매일 밤낮을 뜬눈으로 세월호 속보만 보고 살았다. 제발 실종자들이 구조되기를, 단 한 명의 생환 소식이라도 듣기를 바라며. 하지만 실종자 숫자가 줄어드는 꼭 그만큼 사망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우리는 단 한 명의 실종자도 살리지 못한 무능한 정부를 보았다. 지방선거에서, 그리고 국정조사에서, 자기 명분과 잇속만 챙기는 뻔뻔한 여야 정치권을 목도했다.

정권과 자본은 정리해고로 쌍용차 노동자들을 '산 자'와 '죽은 자'로 갈라놓았다. 하지만 살아남은 동료들도 이렇게 얘기하곤 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세월호 사망자들과 함께 노동자 서민의 가슴 속에 깃든 평화도 함께 죽어버렸다. 살아남은 우리는 모두 평생토록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분개하고, 소리치고, 놀라고, 울부짖고, 눈물지으며 살게 될 거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아 산다. 보육비부터 장난이 아니기에 맞벌이는 필수인데, 그러다 산업재해로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집안이 기울기 시작한다. 한 해 2000명 정도 산업재해로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니, 현장에서는 매년 6~7척의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는 셈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의 어떤 아이가 이번에 세월호에 자기가 타서 죽었어야 했다고, 그래야 보상금이라도 타서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는 얘기까지 떠도는 게 현실이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온 세상이 세월호…제발 그만 죽여라!

지난 5월 24일, 수원 광교 대우건설 현장에서 멀쩡해 보이던 타워크레인이 자빠졌다. 사고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그 타워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를 발견했다. 타워크레인이 자빠지자 회사는 사고 건설 현장 호이스트(엘리베이터와 비슷함) 전기를 끊어버렸다. 같은 현장의 동료들이 나서서 건물을 걸어서 올라가 결국 32층에서 노동자를 찾았다. 헬기로 이송 중에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조금만 초동 대처가 빨랐다면…. 세월호 참사와 정말 꼭 닮지 않았는가.

변을 당한 분은 올해 건설노조 대의원 대회에서 모범 조합원상을 탔던 노동자였다. 자신이 타던 타워크레인의 위험성을 알고 몇 번을 따져 물었을 노동자다. 하지만 안전 점검 결과는 항상 '이상 없음'으로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안전 점검을 민영화하여 5개 민간업체에 타워크레인 검사 자격을 내주었다. 문제를 많이 지적하는 안전 검사 업체에는 건설사들이 일감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검사를 소홀하게 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쩜 이렇게 세월호 참사와 닮았단 말인가.

5월 26일, 일산의 고양터미널에 불이 났다. 20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지만, 삽시간에 7명이 죽고 41명이 중상을 입었다. 방화 셔터와 스프링클러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버스 회사, 쇼핑몰, 환경 미화 직원과 물품 배송 기사… 가난한 노동자들만 죽어갔다.

5월 27일, 3호선 지하철에 불이 났다. 다행히 비번이던 승무 직원이 그 칸에 타고 있어서 능숙하게 대처해 인명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우연이 없었다면? 노동자들은 2인 승무를 요구하고 있지만, 철도공사와 지하철공사는 1인 승무를 강요한다. 이번처럼 요행이 없었다면 차량 운전자가 운행을 멈춘 뒤에 그 차량까지 뛰어가서 불을 꺼야 한다. 게다가 신분당선은 아예 운전사도 없이 무인 운행을 한다. 불나면 승객들이 열차도 세우고 불도 끄고 탈출도 해야 한다. 온 세상이 세월호 아닌가?

5월 28일, 설거지를 위해 대야에 받아놓은 뜨거운 물에 빠져 큰 화상을 입은 급식 노동자가 2개월의 투병 끝에 숨졌다. 5명이 좁은 공간에서 740명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현실에서, 누구라도 이런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산재 인정도 못 받고 병원비도 엄청 깨진 채 죽어가야 했다.

다음 날인 5월 29일에는 장성요양병원에서 불이 났다. 당직을 선 것은 간호사 1명뿐이었고, 결국 화재 진화에 나섰다가 숨지고 말았다. 환자들 20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노인들의 요양을 위한 병원이었는데, 삽시간에 공동묘지가 되고 만 것이다. 5월 한 달 동안만 도대체 몇 건의 대형 사고가 났는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며칠 전에는 전방에서 총기 난사로 꽃다운 젊은 청춘들이 영원히 지고 말았다.

현실이 이러한데 박근혜 정부는 의료 영리화, 철도 민영화, 그리고 각종 규제 완화를 끝까지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병원이 불에 타고, 지하철과 터미널에도 불이 나고, 멀쩡해 보이는 타워크레인이 자빠지고, 여객선이 침몰하고, 전방에선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세금 한 푼 안 내고 아들 이재용에게 재산과 경영권이 승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삼성 재벌 이건희의 목숨은 한 달 넘게 살려놓고 있는 자들이다. 노조 인정하라는 소박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삼성전자서비스 2명의 젊은 노동자가 목을 매야 했다. 그런데 그 재벌 잡것들에게 더 많은 돈벌이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온갖 것을 민영화하고 영리화한다고 한다. 탐욕스런 기업들에게 세금 더 깎아주려고 온갖 규제를 다 완화해야 한단다. 이걸 어떻게 더… 더러워서 정말!

살기 위해, 그리고 살리기 위해!

"왜 이번 7.30 보궐선거에 출마하려 하는가?"
"답은 어려운 데 있지 않다. 간단하다. 살기 위해, 그리고 살리기 위해,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다."

7.30 재보궐선거 평택 을 국회의원 후보로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이 나섰다. 죽음의 정치를 폭로하고 싸우는 것, 바로 이것이 생명의 정치를 여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들은 쌍용차 노동자와 해고자들만 쳐다봤다. 자신들이 살고, 또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 싸웠다. 하지만 싸우는 과정에 그들은 알게 되었다. 쌍용차가 바로 세월호였고, 사회 전체가 세월호라는 사실을. (관련 기사 : 어느 해고 노동자의 국회의원 출마…"함께 살자")

이제 죽음의 정치를 불살라야 한다고, 함께 살자고 모든 이를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세월호 침몰을 보면서 느꼈다. 투쟁도 하고 저항도 할 수 있는 우리 쌍용차 노동자들은 그나마 나은 축에 속했다는 사실을. "그만 죽여라"라고 울부짖기라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들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해서도, 쌍용차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세월호를 살려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만 죽여라"라는 얘기를, 쌍용차 해고자와 퇴직자들만이 아니라 이 나라 전체 노동자와 서민에게 외쳐야 한다는 것을!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믿었다. 물이 목까지 차와도 선실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그렇게 복종할 것만을 교육받고 자라왔다. "노동자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농민들은 농사만 열심히 지으면 된다. 학생들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런데 일 열심히 하고, 농사만 열심히 짓고, 공부만 열심히 한 결과가 무엇이란 말인가? 시키는 대로 했으면, 최소한 명대로 살게는 해줘야 할 것 아닌가!

저들이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는 다른 것이다. 노동자, 농민, 학생들은 정치와 경제, 사회 문제에 신경 쓰지 말고 바보처럼 살아가라는 거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알아서 할 테니 신경 꺼라. 경제는 재벌과 경제인들이 다 잘하고 있으니까 일이나 열심히 해라. 사회 문제 역시 정부가 다 알아서 조치하고 있으니, 쓸데없는 데 관심 갖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이것 아닌가?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 노동자는 일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죽도록 일만 하다가 명대로 못 산다. 농민들도 농사만 짓다가는 빚더미에 깔려 죽는다. 학생들도 공부만 해선 안 된다. 의심이 나면 문제 제기를 하고 싸워야 한다. 안 그러면 세월호처럼 침몰당하고 만다. 노동자, 농민, 학생이 정치와 경제,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나서야 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사는 길이며, 모든 국민을 살리는 길이다.

세월호에 탄 1등 항해사가 '충분한 시간과 인력을 동원해 화물을 단단히 고박(고정·결박)하기 전에는 출항 못 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면? 3등 항해사가 '나는 경력 1년도 되지 않아 맹골수도처럼 물살이 센 곳은 선장이 직접 지휘해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었다면? 기관사가 '엔진이 자주 꺼지는 배는 출항해선 안 된다'고 승선을 거부할 수 있었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들에게 이 모든 권리가 박탈되고 있다.

이제 살기 위해 말해야 한다

의료 영리화가 강행되면 가난한 노동자는 병원 한 번 가보지 못하고 송장이 되어갈 것이다. 그래서 보건 의료 노동자들이 6월 24일부터 일손을 놓았다! 그들과 함께 무상 의료를 외쳐 보자. 이건희 회장에게 보장되는 의료 혜택을, 모든 노동자 서민에게 똑같이 보장하라고 말이다!

"만일 우리가 세월호에 탔더라면 단원고 선생님들처럼 목숨을 희생해가며 아이들을 구조하고 곁에 있어줬을까?" 무거운 책임감으로 스스로 되묻는 교사들에게,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 설립필증을 앗아갔다. 더 이상 비겁해지지 말자는 각오로, 전교조 교사들은 6월 27일 일제히 조퇴를 하고 거리로 나섰다. 그들과 함께 무상 교육, 그리고 참교육을 외쳐 보자. 단원고 교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서울-부산을 하루에 왕복하며 무거운 화물을 싣고 밤길을 달려도, 기름값과 차량 할부금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도로의 무법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는데도, 화물 운송 기사들 버는 돈은 마치 바닷가 모래알처럼 손에서 다 빠져나간다. 사고 나면 대부분 사망, 운 좋아야 중상이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화물연대가 7월 14일 경고 파업에 돌입한다.

웬만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담장 높이가 10미터다. 그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바깥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멀쩡한 타워크레인이 자빠지고, 고압 송전탑에서 감전당하고, 산업단지 플랜트 작업 중 폭발 사고로 떼죽음을 당하는 건설 노동자들, 이틀에 한 명꼴로 죽어간다. 이렇게는 건설 현장에 못 나가겠다며, 건설노조와 건설플랜트노조가 7월 22일, 일제히 파업에 들어간다.

이게 바로 쌍용차 지부가 7.30 보궐선거에 나서려고 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 나라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해야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하지 않으면 곪아터져 몸살이 날 말들, 이제 목젖까지 차올라 더는 참을 수 없는 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되도록 예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자본의 탐욕이, 우리의 모자람이 아니라 정부의 무능이, 우리의 실수가 아니라 보수 정치권의 잇속 챙기기가 바로 범인이라는 것. 그래서 우리가 공장 앞에서 외치고 떠드는 것처럼, 여러분도 자신의 자리에서 외치고 떠드는 일을 함께 시작하자는 것. 모든 부조리와 부도덕과 불평등에 맞서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서자는 것. 무엇보다 우리가 살기 위해,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 7.30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김득중 선거대책본부 제공

투표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나와서 몇 %나 얻겠어?" 이런 질문들, 이번에는 좀 생략하자. 표를 찍어달라고 호소하는 것만이 출마의 이유가 되어 있는, 넌더리나는 보수 정치의 잣대를 들이밀지 말자. 김득중 지부장은 세상 사람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아직 용기 내어 말하지 못하고 있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투표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 투표만 잘해서는 결코 세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세월호 유가족이 직접 KBS와 청와대를 찾아가야만 막말을 한 보도국장이 경질된다. 유가족들이 국회에서 농성을 하고 난리를 쳐야만 그나마 국정조사라도 의결된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야만 정부가 최소한의 신경이라도 쓰는 척한다. KBS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야만 공정 방송을 지킬 수 있고, 교사들이 청와대 게시판에 박근혜 퇴진 글을 써야만 대통령이 거들떠보기라도 한다.

일자리는 모조리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통장에는 죄다 최저임금이 찍히고 있다. 정년퇴직을 하고서도 촉탁직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고서는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다. 젊은 세대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알바'로 몇 년을 일하고도 반듯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세월호 참사를 겪다보니 눈높이도 낮아져서, 이제 명대로 살게만 해달라고 빌어야 할 판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투표하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더 나아지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겪어오지 않았던가. 이제 나서야 한다. 우는 아이에게 젖 한 번 더 물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울지 않고 참기만 해왔다. 김득중과 같은 해고 노동자도 하는데 누군들 못 하겠는가. 이제 목소리를 내보자. 한번 나서 보자고 마음 속 깊숙이 숨겨왔던 용기를 내 보자.

어디로 나서냐고? 나설 곳은 널리고 널렸다. 세월호 참사를 규탄하는 촛불 집회가 있다. 거리에서는 이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서명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내가 다니는 직장 앞에서도 촛불 집회를 조직하고 서명 운동을 펼쳐보자.

여기에 열거하지 못한 수많은 공간이 열리고 있으며, 앞으로도 노동자 서민이 진출할 수 있는 공간이 계속 생겨날 것이다. 목소리를 내고 용기를 내면 된다. 노동자와 서민이 없으면 이 세상은 굴러가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우리의 권리를 의심스러운 이들에게 위임하지 말자. 우리가 직접 하자! 이게 바로 해고 노동자 김득중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 아닐까.

경제 문제 해석에도 허덕허덕하는 '인사이드 경제'가 오지랖 넓게 정치에 발을 담근 이유는, 실로 오랜만에 제 정치·사회단체의 단결 속에 치러지는 선거가 되리라는 확신 때문이다. 일이 이렇게 되어간 데에는, 쌍용차 투쟁이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정당성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 투쟁의 중심에 섰던 노동자가 직접 후보로 나섰다는 점 역시 명분을 더욱 선명하게 세워주고 있다.

대놓고 때리는 놈이냐, 말리는 척이라도 하는 놈이냐? 마치 법정에서 "예" 또는 "아니오" 두 가지 중 하나로만 답하라는 질문처럼 던져지는 수많은 선거판에서, '인사이드 경제'는 항상 묵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팰지언정 민생은 챙기겠다는 거짓 공약에 속아 가장 보수적인 후보에게 표를 찍어온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인사이드 경제'는 해줄 말이 없었다. 하지만 평택 을에서 '인사이드 경제'는 태도를 바꾸지 않을 수 없다. 가난한 노동자들과 가족에게 해줄 말이 생겼기 때문이다.

"투표장에 가서 누구를 찍는가 하는 것은 여러분 가슴이 내키는 대로 하십시오. 하지만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하는 점은 분명합니다. 당신과 가장 비슷한 처지에서 고통을 몸으로 겪어온 노동자 후보가 나왔으니까요. 한 번 들어보세요. 여러분이 성원했던 후보를 당선시킨 것보다 몇 배는 더 시원하고 통쾌한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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