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선관위원회와 검증위원회 인선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경선체제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한나라당이 새로운 논란에 직면했다. 검증을 담당해야 할 '심판'들의 윤리성 문제다.
당의 '변화와 혁신'을 소리 높여 외쳤던 인명진 윤리위원장이 횡령 혐의로 고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가 하면, 안강민 검증위원장은 '떡값검사' 논란의 당사자라는 점 때문에 민주노동당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돈 공천 논란', '후보매수 의혹', '과태료 대납 의혹' 등 각종 비리사건과 함께 참패로 끝난 4.25 재보선 직후 당 내에서 잠시 제기됐던 '자성론'은 이미 옛말이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명진 윤리위원장, 6억 원 횡령 혐의로 고발
지난 해 10월 임명된 이후 강재섭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자신이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갈릴리 교회 건물을 담보로 6억 원을 대출받은 뒤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고발돼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YTN>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 신사동 소망교회 담임목사와 장로들의 고발에 따라 검찰은 이미 고발인 조사를 마쳤고, 인 위원장도 소환조사를 받은 상태다.
인 위원장은 이에 대해 "교회가 합법적 절차에 따라 6억 원을 빌렸고 이 돈을 교역자용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사용했으며 개인적으로 쓴 것은 없다"면서 "전혀 엉뚱한 일로 그러니까 황당하다. 나는 떳떳하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23일 "고발된 사실을 맞다"면서 "당 차원에서 조사를 했지만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파문 진화에 나섰다.
나 대변인은 "아마 검찰도 같은 결론을 내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면서 "고발된 사실 만으로 보도를 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개인의 명예훼손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은 "인명진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비리당원 척결 등 한나라당의 당 쇄신을 주도하고 윤리적 문제를 다루는 수장"이라면서 "인 위원장의 횡령이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서 대변인은 "한나라당 스스로 인 위원장의 행위에 대해서 국민이 납득할만한 해명과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면서 "검찰 또한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강민 검증위원장, 삼성 '떡값검사' 구설수
검증위원장에 임명된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의 경우에는 지난 2005년 삼성 'X파일 논란' 속에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지목돼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안 위원장을 포함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했던 노회찬 의원이 지난 21일 명예훼손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것과 맞물려 논란이 예상된다.
안 위원장은 당시 노 의원이 공개한 'X파일 녹취록'에서 실명이 거론되진 않았지만 "지검장은 들어 있을 테니까 연말에 또 하고…"라면서 '직책'이 언급돼 당자자로 지목됐다. 안 위원장은 노 의원을 대상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고, 현재 이 사건은 서울 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상태다.
노 의원 측은 "한나라당은 'X파일' 사건에 대한 결론이 아직 나지 않은 상황에서 구설수에 오른 안 전 지검장을 검증위원장으로 기용했다"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민노당 정호진 부대변인은 "검증받아야 할 사람을 검증위원장을 앉히는 한나라당을 보자니 '차떼기'로 불법 대선자금을 건넸던 삼성과 한나라당, 그리고 검찰의 끈끈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정 부대변인은 "검증위원장, 윤리위원장 등 도덕적으로 우월해야 할 자리에 하나 같이 부도덕한 사람들을 앉히는 한나라당은 자정능력을 스스로 포기한 부패정당"이라면서 "떡값 받은 검증위원장은 대선후보를 제대로 검증할 수 없고, 횡령혐의로 고발된 윤리위원장 당 윤리를 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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