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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쟁 가능한 길' 열었다

미·일과 중국, 돌이킬 수 없는 대결 국면으로 가나?

일본이 자위대 창설 60주년인 1일 집단 자위권 행사가 허용된다는 새로운 헌법 해석을 채택했다. 전범국가에서 정상국가로 변화하려는 일본의 시도와 일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맞아떨어지면서 일본이 사실상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탈바꿈하는 모양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각의 결정문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집단 자위권은 동맹국 등 타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이번 결정에서 아베 정부는 집단 자위권이 어떤 원칙과 요건하에서 행사될 수 있는지 유형별로 명시해 놓았다.

이번 결정에서는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무력공격이 발생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자유·행복추구권이 침해받을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군사적 대처 외에 다른 대체수단이 없는 경우 △필요 최소한도의 실력 행사 등을 명시했다.

이와 더불어 상황을 방치할 경우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태 발생 시 자위대 출동 절차를 신속화하도록 검토한다는 내용과 함께 국제 평화 및 안보 공헌 활동과 관련해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후방지역' 이나 '비전투지역'으로 구분하지 않고 타국 군대에 필요한 지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현지시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임시 각의(국무회의) 결정문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각의 결정을 시작으로 아베 정부는 올가을 임시국회에서 자위대법 등 집단 자위권 행사와 관련된 법을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과 협상을 거쳐 집단 자위권 행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의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시는 전쟁 참가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통절한 반성으로부터 전후 70년간 평화국가의 길을 걸어왔다"며 "이번 각의 결정으로 전쟁에 휘말릴 우려는 더욱 없어질 것이다. 다시 전쟁을 하는 나라가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함에 있어 한반도 안보 및 우리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대변인은 일본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전후 평화헌법에 따른 방위안보정책의 중대한 변경으로 보고, 예의주시한다"면서 집단 자위권이 "미·일 동맹의 틀 내에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일과 중국, 돌이킬 수 없는 대결 국면으로?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되면서 미·일과 중국의 대립이 한층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양측이 돌이킬 수 없는 대립 국면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동북아 내 긴장이 한층 높아지게 되고, 군비 경쟁도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올해 미·일 양국은 집단 자위권 행사에 맞춰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 당국자는 "(집단 자위권이) 미군에 대한 지원 측면에서 미국 측의 요구와 희망이 있었고 그 희망에 부응하는 형태로 제한적이긴 하나 자위대의 군사적 지원활동이 넓어진 것이다"라며 이를 지침에 반영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일본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집단 자위권 추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따라서 집단 자위권 행사라는 대세를 돌릴 수 없다면, 앞으로 정부가 여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세심한 전략을 짜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우리한테 남은 선택지가 무엇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남은 절차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본 국회 통과이고 또 하나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이라며 "여기서 우리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허용 범위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외교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김 교수는 현재 정부의 입장이 두루뭉술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한반도 안보나 국익에 미치는 사안은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 없이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앞으로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한 논의 과정에서 최대한 구체적인 요건을 일본과 미국에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집단 자위권 행사가 본격화되면 일본 자위대는 미국을 통해 얼마든지 간접적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미국에도 미국의 핵심적 이익 외에 한반도에 미칠 영향과 관련한 집단 자위권 상황에 대해서는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다른 어떤 국가보다 이번 결정에 반발할 중국에 현재 상황을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김 교수는 "지금 상황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가 주범이 아니라는 인식을 중국에 심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위대, 한반도 입성 가시화 되나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자위대가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영역 내에서 자위대 진입이나 군사 활동은 당연히 주권국인 우리의 동의 없이 할 수 없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전시작전권이 미국에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일본이 미국을 거쳐 들어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전작권은 데프콘 3 이상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병력을 지휘하는 것이고, 외국군이 우리 영역에 들어오는 것은 헌법에 있는 명문 규정에 따라 해야 하기 때문에 전작권과 자위대 진입은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결정이 기존의 일본 안보 입장을 바꾼 큰 전환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집단 자위권 행사 요건에 대해서는 법제화 단계로 미루고 있다면서 "일본의 집단 자위권 인정 범위가 1년 전에 비해 한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베 정부가 우리 정부의 꾸준한 입장 발표와 공명당을 비롯해 일본 내에서의 반대 의견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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