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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금융소득, 건보료 계산에서 빠져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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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임대·금융소득, 건보료 계산에서 빠져도 되나?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소득중심 원칙으로 개편하자

지난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 회의 자료를 자신의 블로그에 전격 공개했다. 부과체계 개선안과 모의 운영 결과를 담은 내용이다. 언론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변화가 목전에 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건보공단, 복지부 사이 심상치 않은 긴장

아직 논의 중인 민감한 회의 자료를 공개하는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곧바로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이 이를 부정하고, 뒤이어 김 이사장이 원래의 글을 삭제했다. 해프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둘러싼 물밑 논의가 심상치 않음을 시사한다.

실제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김종대 이사장이 공개한 개선안이 기존의 부과체계를 크게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고, 그의 지위를 고려하면 나름대로 무게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정부도 하반기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기회에 부과체계 개편 방향을 짚고 넘어가자.

사회보험에서 부과체계는 보험료를 어떻게 걷느냐는 규칙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사회보험의 보험료 부과체계는 가입자의 소득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의 보험료를 걷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사회보험을 운영한 오랜 역사 속에서 소득에 정률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가장 형평성 있고 안정적인 재정 확보 방안이라고 여겨 왔기 때문이다.

형평성 문제 심각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그러나 한국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무척 복잡하다. 우선 가입자를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다른 사회보험과 마찬가지로 임금소득에 일정 비율(2014년 5.99%)을 보험료로 부과한다. 다만, 임금이 아닌 소득(금융 소득, 사업 소득, 임대 소득 등)의 합이 연간 7200만 원을 넘는 경우에는 이 금액에도 같은 비율의 보험료를 부과한다(이와 같은 경우는 매우 적어 대부분 직장가입자는 소득에 정률의 보험료를 낸다고 볼 수 있다).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소득뿐 아니라 재산과 자동차에 각각 등급을 설정하여 등급별 점수에 일정 금액을 곱하여 보험료를 부과한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은 직장가입자와 달리 모든 소득을 합산하여 산정하며, 재산에는 건물, 토지, 선박, 항공기 등뿐 아니라 전·월세 보증금도 포함된다. 특히 지역가입자의 신고 소득이 연 500만 원 이하면 소득 등급이 아니라 '생활 수준 및 경제 활동 점수'로 불리는 일종의 추정 소득을 기준으로 점수를 산정한다. 이 추정 소득은 신고된 소득 외에 재산, 자동차, 가족 수, 연령 및 성별까지 고려하는데, 이렇다 보니 연 소득 500만 원 이하의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이나 자동차 항목은 보험료 산정 시 두 번 계산되는 셈이다.

▲ 연 소득이 500만 원 이하인 지역가입자는 추정 소득으로 건강보험료를 책정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중요한 차이는 보험료를 부과하는 단위에서도 존재한다. 직장가입자는 개인에게 보험료가 부과되며, 가족들은 피부양자로서 추가적인 보험료 부담 없이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반면에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 및 자동차 산정 시 가구단위의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모든 가족이 보험료 부과의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은 국민건강보험료의 부과체계는 여러 가지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가장 큰 비판은 동일한 정도의 경제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 어떤 직역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보험료가 상당히 큰 폭으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5억 원짜리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직장가입자인 경우에는 집 소유 여부가 보험료와 아무 상관이 없지만, 지역가입자인 경우에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소득은 없이 자산만 보유한 노인의 경우 자녀가 직장을 다닌다면, 피부양자로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자녀가 없는 경우에는 지역가입자로 자산에 기초한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은퇴 시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뀐 결과, 소득이 줄었는데 보험료는 늘어나는 문제는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 외에도, 유동성이 아닌 재산이나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의 문제나 제도가 너무 복잡하여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늘 지적됐다.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맞다!

김종대 이사장이 잠시 공개했던 개편안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와 같은 문제들을 상당 부분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므로 이를 정부 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대략 언론 보도를 요약하면 다음 세 가지가 개편안의 핵심이다.

* 직장 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 소득을 단일 기준으로 일정비율(5.79%)의 보험료를 부과
* '소득'의 기준은 가입자 구분 없이 근로소득과 근로 외 소득을 모두 포함한 '종합소득' 기준
* 최저보험료로 현행 직장가입자 최저보험료 수준(월 8240원) 설정

또한 이 방안은 '재정 중립'을 표방하고 있었는데, 이는 곧 보험료 부과체계를 이와 같이 바꿀 경우에도 전체 보험 재정은 종전과 같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개편안은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대부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 보험료 부과 기준을 단일하게 소득 중심으로 하고 모든 가입자에게 정률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은 많은 전문가나 보건의료단체에서 지지해 온 방식이며,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방법이다. 이와 같은 방안을 취할 경우 직역에 따른 부과 기준 차이로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는 거의 없어지며, 재산이나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 부과 및 제도의 복잡성 문제도 대부분 해결된다. 피부양자에 관한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으나, 이와 같이 제도를 변경할 경우에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근본적인 차이가 없어지기에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열린다고 볼 수 있다.

직장인만 봉이냐고요? 사장도 직장가입자

이와 같이 보험료 체계가 개편될 경우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구조는 상당 부분 달라진다. 현재 지역가입자의 대부분이 연간 소득 500만 원 이하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상당 부분 감소하며, 특히 소득이 파악되지 않는 약 55%의 지역가입자는 기본보험료만 내게 된다. 반면에 직장가입자는 주식에 대한 배당이나 금융 자산에 대한 이자 등이 종전과 달리 보험료 부과 대상이 되면서 보험료가 상당 부분 상승한다. 언뜻 보면 '또 직장인만 유리지갑이고 봉이냐?'는 반발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정의를 좀 더 살펴본다면 이는 달리 볼 여지가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상 직장가입자는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 및 사용자와 공무원 및 교직원'으로 정의된다. 흔히 인식하는 것처럼 임금 노동자만 직장가입자이고 사업주, 고소득 전문직, 자영자 등이 지역가입자인 것이 아니라 임금 노동자, 사업주, 고소득 전문직은 대부분 직장가입자인 것이다. 특히 사업주나 고소득 전문직은 직장가입자가 됨으로써 소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임금 외 수입에 대해 보험료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반면에 지역가입자는 한 명의 직원도 두지 않는 영세자영자와 함께 농어민이나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사람들을 포괄하고 있다. 이렇게 구분하고 보면 지역가입자의 대부분이 소득이 없는 것이 단지 소득 파악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구성을 고려하면, '소득이 없거나 적지만 주거용 주택이나 자동차를 보유한' 지역가입자로부터 '임금 외에도 다른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로 보험료 부담이 옮겨지는 것이 결코 사회정의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이번에 보도된 방안이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여전히 우리가 주의 깊게 논의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과제 1: '건강보험 하나로'로 건보 재정 늘려라

첫째, 건강보장의 재정 문제다. 김 이사장이 공개했던 안에서는 보험료 부과체계를 변경해도, 보험 재정은 현재 수준에서 유지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좀 더 구체적인 제도의 구성 및 운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지역가입자 보험료의 절반 이상이 재산과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임을 고려한다면, 직장가입자의 소득 범위를 확대 적용해도 부과체계 개선이 보험 재정에 어려움을 가져올 가능성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지난 2011년에는 '건강보험공단쇄신위원회'에서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과 함께 소비세 활용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사실 부과체계의 변화뿐 아니라 인구구조의 변화와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라는 과제를 생각한다면, 보험 재정 규모는 부과체계의 형평성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등 일부 복지시민단체들이 건강보험료를 더 내고 보장성을 더 확대하는 '건강보험 하나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세는 기존의 건강보험료보다도 더욱 역진적인 재원이기에 건강 보장의 형평성을 악화시킬 것이다. 이와 달리 건강보험 부과체계의 형평성 개선과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연계된다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 감소, 사회적 연대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 건강보험 하나로 로고.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과제 2: 종합소득 과세 기반 확충하라

둘째, 사회적 수용성의 문제다. 이미 공개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안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긍정적인 것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것도 있었다. 부정적인 언론이 내세운 가장 핵심적인 논리가 '공식적인 소득이 없는 자산가'의 문제였다. 월 100만 원을 벌어 빠듯하게 생활하는 사람은 보험료를 내지만, 수억 원의 재산을 가진 자산가는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판은 그 의도가 무엇이든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특히 한국의 연금제도 미성숙으로 고령자 대부분이 소득은 없지만, 그중 일부는 부동산을 위시한 상당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특수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근본적으로 가로막을 문제라 볼 수는 없다. 부과체계 개편의 방향이 옳다면 이와 같은 문제들은 오히려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과제로 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방안은 재산에 의한 소득을 철저히 파악하여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즉, 임금 소득보다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임대 소득, 사업 소득, 금융 소득 등을 지금보다 철저히 파악하여 보험료를 부과하면, 고액 자산가의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된다. 또한 꼭 보험료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양도소득세나 상속세와 같이 부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재산세의 강화 등을 통해 공공 재정 세입에서 고액 자산가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개선될 수 있다. 제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한다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과 함께 적어도 임대, 사업, 금융 소득에 대한 소득 파악을 강화하는 조치는 필요하다.

이런 조치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재산에 의한 소득 파악과 과세 진행 속도에 맞추어 과도적으로 일정 규모 자산을 가진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가의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건강보험료를 사실상 내지 않는면 이는 전체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작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경과적 조치를 둘 경우에도 '소득 중심'이라는 원칙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과제 3: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마련하라

마지막으로 건강보험료로 가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저소득층의 문제다. 지난 2011년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약 3.35%는 5000원 미만, 2.19%는 1만 원 미만의 보험료를 내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보면 이번 개편안처럼 8240원의 기본 보험료가 부과된다면, 약 5%의 가구는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를 제외하고 보면,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빈곤한 이들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개편은 빈곤한 가구에 대한 보험료 부담 경감, 면제 정책과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열어 놓고 전면 논의하자

김종대 이사장이 공개한 부과체계 개편안은 그 이후 문형표 장관의 비판, 새정치연합 최동익 의원을 비롯한 국회 쪽 비판, 그리고 언론에서 이루어진 몇 차례 심층 취재 등을 거친 후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공단이 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기관이 아니라며, 이사장이 블로그를 통해 사실상 공론화 작업을 벌인 것에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하였다.

가입자의 처지에서 보면 공론화 형식은 본질적인 사안이 아니다. 건강보험료 형평성이 이미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과제라면 논의를 활짝 열어야 한다. 그게 보건복지부가 할 일이다. '소득 중심 부과체계'로의 이행 속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 논의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 내만복 칼럼은 필자가 참여하는 팟캐스트 <만복라디오>에서 상세히 논의됩니다. 지난번 칼럼을 들으세요. (☞바로 가기 : http://mywelfare.or.kr/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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