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7일 '당 쇄신'의 일환으로 단행한 당직개편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가 양분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구조에선 쇄신이 불가능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줄 서지 않은 사람이 없다
당초 사무총장을 비롯한 대규모의 인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황우여 사무총장은 결국 유임됐고 본부장 2명과 사무부총장 2명을 교체한 것에 불과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현재 양 캠프에서 활동하는 분이 많다"면서 "사무총장을 권해도 하실 만한 분이 없고, 또 고사하는 분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캠프의 '줄 세우기' 탓에 중립적인 인사를 찾기가 어려웠다는 해명이다.
그래서인지 두 명의 본부장 자리도 이명박계와 박근혜계 사이의 기계적 균형을 맞추는 데 급급했다. 전략기획 본부장에는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박계동 의원, 홍보기획 본부장에는 박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학송 의원이 각각 낙점됐다.
이로 인해 이번 인선은 한나라당이 두 대선주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당이 유지되지 못하는 상태임을 스스로 자인한 모양새가 됐다.
'군부대 골프' 당사자는 컴백…대부분은 유임
'개혁'에 대한 약속도 헛말이 됐다.
홍보기획 본부장으로 임명된 김학송 의원은 지난 해 국정감사 기간 중 피감기관인 군부대에서 송영선, 공성진 의원 등 다른 국방위원들과 함께 골프를 쳤던 인물이다. 이 일로 그는 강재섭 지도부의 첫 홍보기획본부장 자리에서 낙마했으나 이번 당직개편에 의해 제자리로 '컴백'한 셈이 됐다.
전략기획 본부장으로 임명된 박계동 의원도 지난 해 5월 여성 술집 종업원의 신체를 더듬는 장면이 촬영된 이른바 '박계동 술집 추태 동영상'이 공개돼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던 인물이다.
나경원 대변인은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난 부분도 있지만 지금 현재 경선 국면에서 일을 잘하는 분을 모셔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인선의 기준이었다"고 말했다. '쇄신'을 위한 당직개편이라는 명분을 지도부에서부터 내팽개친 꼴이 된 셈이다.
중간직 당직자들도 내부분 유임이다. 여의도연구소 소장에는 임태희 의원이 유임됐고 공석 중이던 부소장에는 고조흥 의원이 임명됐다. 정보위원장 김정훈, 인권위원장 장윤석 의원, 국제위원장 황진하 의원 등도 그대로 지도부에 남았다.
다만 유기준, 나경원 대변인의 '투톱' 체제였던 대변인 제도는 나경원 대변인의 '원톱' 체제로 바뀌었다. 유 대변인은 홍보기획 부본부장을 제안 받았으나 고사했다. 이 밖에 제1사무부총장에 이종구 의원, 제2사무부총장에 손경대 대전시당 수석부위원장이 각각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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