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당선자는 충북 최초의 진보교육감이다. 대한민국의 좌표가 오른쪽으로 기울었다지만, 도민들은 진보교육감을 선택했다.
"상식적으로 우로 치우친 것을 가운데에 놓으려면 좌로 몇 걸음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물론 교육을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나 구도로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보적 교육관은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학교 현장만 바뀌지 않고 있었다. 시대가 변혁을 요구했기 때문에 이번에 진보교육감이 13개 지역에서 당선됐다고 본다."
시대의 물줄기는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충북교육은 이기용 전 교육감의 3선으로 정치화, 보수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교육감이 바뀐다고 관료화된 교육행정이 달라질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얼마 전 김대성 부교육감이 사퇴하면서 이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김 당선자는 "직접 진의를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사퇴는 여전히 의아한 측면이 있다. 새로운 선장이 변화를 명령하면 키를 잡은 선원들을 그 지시를 따라야 한다. 그 지시는 개인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도민이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비유했다.
혁신학교, 보람의 인센티브
김 당선자는 "올 하반기부터 혁신학교 관련 연수를 실시할 것이고, 그 에너지를 갖고 학교현장으로 돌아가 의기투합해 신청하는 학교들이 나올 것이다. 위에서 지정하는 게 아니라 학교 스스로 신청하도록 열어놓을 것이다. 이미 혁신학교에 대해 준비해 온 많은 교사들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혁신학교 교사들을 위한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열망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인센티브를 주면 그걸 바라고 오는 교사들 때문에 실패할 수 있다. 물질이 아닌 보람의 인센티브를 얻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미래형 교육 키워드 '내적동기'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으로 대한민국 교육에도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교육부 장관에 극우학자라고 분류되는 김명수 한국교원대 전 교수를 임명해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진보교육감과 교육부의 정책이 엇갈릴 경우 일선현장에서 혼선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교육감 직선제 폐지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김 당선자는 전국교육자치포럼 대표로 활동하고 있고 있는 만큼 '교육자치'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이전의 충북교육은 교육부의 말에 잘 순응했다고 본다. 교육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됐지만 중앙정부과 지역교육청간의 역할분담이 제대로 안 돼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지배간섭 체제에 놓여있다. 현 교육감 선거제도가 다소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직선제는 교육자치의 기본인데 새누리당이 불리해졌다고 이를 폐기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진보교육감과 보수교육부장관
김 당선자는 미래형 교육은 공부가 힘들고 어려운 게 아니라 신나고 즐거운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적동기에 기반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자기주도학습력을 키워 상상력, 사고력, 탐구력을 키워주겠다고 말한다. 그간 충북교육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까.
"솔직히 충북교육은 학생들의 체질을 약화시켰다고 본다. 학업성취도평가에는 성적이 좋았지만 실제 수능 1.2등급은 전국 최하위다. 일시적으로 반짝효과만 있었을 뿐이다. 미래형 학습은 보약과 같은 교육이다."
그는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다. 선거기간 내내 보수진영 후보들은 이 꼬리표를 잡고 늘어졌다. 김 당선자는 전교조 1세대다. 대학 때 3년 선배였던 도종환 시인과는 함께 ‘미운오리’라는 문학셔클로 첫 인연을 맺었다. 김 당선자의 원래 꿈은 소설가였다고 한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승승장구했던 그는 황석영의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기록한 책을 읽고 현대사의 굴곡을 직시하게 됐다. 도종환 시인을 비롯한 전교조 1세대들은 '참교육'운동에 뛰어들었고, 해직됐다.
김 당선자는 89년부터 4년 간 해직교사의 길을 걸었다. 32살의 나이에 두 아이의 아빠였던 그는 실직자가 됐고, 지지하는 가족들 덕분에 힘든 시기를 잘 견뎠다고 말한다. 이후 2000년 전교조가 합법화되던 첫 해 초대 지부장을 맡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분류해놓은 상황. 이 시점에 전교조 출신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됐다.
"대통합의 교육감 자신있다"
"선거기간 동안 확신한 게 있다. 대통합의 교육감이 되고자 했고, 이념을 가리지 않고 많은 단체들과 만나서 어떠한 교육감이 돼야 할지를 묻고 들었다. 어떤 주체이든 충북교육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방안을 같이 모색할 것이다. 전교조는 안타깝게도 긍정에너지를 발휘할 기회가 너무 적었다고 본다. 이제는 우려를 씻고 신뢰를 안겨줄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은 법정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전교조가 갖고 있는 고유의 권한은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세월초 참사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교육부가 검찰에 고발했다. 충북에서도 3명의 교사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김 당선자는 “사법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행정조치를 섣불리 하지는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한 행정력 낭비가 있고, 무엇보다 교육감은 가치판단에 있어 신중해야 하는 자리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학부모단체들이 문제제기한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해서도 그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인권, 교사교권, 학부모교육권이 서로 존중받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주체 권리장전’을 통해 세 주체의 요구사항을 담아낼 것이다. 조례제정이 문제가 아니라 상위법이 바뀌어야 하고 학교 현장에서 실제 인권교육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의 교육감, 환경․생태 교육감, 복지와 소통의 교육감이 되겠다는 김 당선자.
"솔선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교육청의 문턱을 낮추고 싶다. 지역사회에 함께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그늘지고 소외한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소수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긍정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김 당선자는 불필요한 전시성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칼자루를 쥐었다고 함부로 휘두르지 않을 것이다. 충북의 교실이 바뀔 수 있다고 확신한다."
충북인뉴스=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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